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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준비 Essential

경제 전문가, 그리고 경제학자




# 지금 학부에서 웬만한 시험에서 A+를 받으면서 교수님들, 혹은 주위로부터 "자네 박사해 볼 생각 없나?"라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하지만 시험을 잘 보는 것과 연구를 잘 하는 것은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연구를 잘 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아직 연구를 잘 못하지만 그냥 주위 사람들을 어깨 너머로 살펴본 결과 내 결론은 아래와 같다.

 

# 첫번째는 어떤 분야에 대해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논문을 읽는 데 익숙해 지면서 관련 주제에 대한 논쟁을 이해해야 한다. 덧붙여 가능하다면 데이터를 직접 조사하여 읽고 현실 경제를 파악해야 한다. 두번째는 연구를 위한 Tool을 갖추는 것이다. 수학을 정말 잘하든가, 데이터를 직접 분석할 줄 알든가, 프로그래밍 패키지에 익숙해지든가. 세번째는 이런 배경 속에서 크고 작은 아이디어를 얻어 논문으로 조합해 나가는 것이다. 코스웍은 이런 과정을 거쳐가는 데 도움은 되지만, 폭넓은 경제학 전반에 대한 수업들이기에 한 분야를 충분히 다루기에는 부족하며, 코스웍을 잘 끝내도 위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충분히 마스터하기는 불충분하다. (이것들이 논문을 쓰는 능력이라면, 여기에 추가로 영어 대화와 토론, 프리젠테이션 능력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하고 교환하는 능력이 나중에 논문을 발표할 때, 그리고 논문 쓰기 전에 교수와 소통할 때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 이 글에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첫번째 단계,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 충분히 알아봐야 한다. 신문기사나 칼럼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본인의 직접 데이터를 살펴보고 현상에 대해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논문을 읽는 것이다. 논문은 어떤 현상에 대한 자기만의 결론을 내고 있으며, 동시에 서론 부분에서 최근의 관련 연구들을 하나하나 언급하고 데이터에 대한 해석 역시 많은 경우 담겨 있기 때문이다.


# 재미있는 것은 경제학자가 되기 위해 전문가적 자질이 필요하지만, 경제 전문가는 경제학자가 아니어도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필요로 하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몇 달 전에 joohyeon.com 이라는 흥미로운 사이트를 발견했는데, 여러 중요한 경제이슈에 대해 폭넓고 충분한 깊이로 다루고 있으며 여러 논문들을 인용하고 있다. 다음은 가장 최근 글인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글 3부작이다. 경제 전문가로서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는 글.


1) http://joohyeon.com/191

2) http://joohyeon.com/192

3) http://joohyeon.com/193


# 놀라운 것은 이 글 쓰는 분이 스스로를 거시 재수강하는 학부생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것. (학부생인지, 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이분이 전문가적 능력에 다른 능력도 겸비한 천재적인 사람일 수도 있지만, 전문가적 능력만 충분하고 Methodology가 부족하거나 시험 보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전문가가 되는 것은 논문의 방법론을 이해하는 능력이 아니라 논문의 기본 논리 전개를 이해하면 되기 때문에, 수리적 능력이 필수적이지 않다. 미네르바 사건 때 그의 학력 가지고 말이 많았고 박대성은 가짜고 진짜는 따로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글을 잘 쓰는 능력과 말을 잘 하는 능력도 서로 다르기에 말 잘 못해도 글은 잘 쓸 수도 있고. (사실 나도 그런 편이다.)


# 즉,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논문을 읽어 나가는 것은 전문가로서 능력을 배양하여 연구자로 나아가기 위한 것일 뿐, 전문가와 연구자 사이에는 다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Methodology와 Idea로 자신의 논문을 만들어 나가는 능력은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박사과정은 methodology도 중요하고 이것 때문에 수학이 필요하다. 하지만 idea가 더 중요하며, 이것을 위해 우선은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많은 연구를 접해야 그 가운데에 논리에 허점을 발견하고 idea를 얻기도 쉬워지니까. 하지만 폭넓은 전문가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


# 주변을 보면 위의 능력들이 골고루 뛰어난 천재적인 사람도 있지만, 전문가적 자질이 있지만 연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고, 연구에 흥미가 높지만 methodology가 부족한 사람도 있다. 경제학자가 되려면 이 모든 것들에 실력이 되어야 하니 참 쉽지 않은 길인 건 맞다. 특히, 전문가적/연구자적 자질은 높지만 학점이 엉망이거나 박사과정 준비에 소홀한 사람들도 많다. 그게 내가 이 블로그를 만든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 그런 사람들이 준비 좀 잘해서 좋은 기회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


# 한국은 뛰어난 경제학자는 많은 반면, 대중들이 필요로 하는 경제 전문가, 특히 주류경제학 기반의 전문가는 부족한 편이다. 경제학자로서의 길이 쉽지 않음을 느낄 때마다, 경제 전문가 쪽이 내가 가진 능력에 더 알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많이 한다. 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P.S. 보통 제 글은 링크를 거는 방식으로 퍼가는 경우 굳이 저에게 댓글을 남기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이 글을 통한 외부클릭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오네요?? 페북 링크 타고 들어오신 분들, 이 글 퍼가신 분 누구인가요? 그냥 궁금해서 묻습니다.


P.S.2  분명 경제 전문가와 경제학자는 다르다. 전문가로서 뛰어난 것은 아이디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은 되지만 아이디어 그 자체를 꺼내지는 못하며, Methodology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면, 유학 나간 후 교수님들의 수업을 들으면서 Methodology가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고 교수와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면서 아아디어도 빨리 늘게 된다. 즉, 영어 실력이 뛰어나고 전문가적 자질이 충분하다면 학자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단, 이 경우 문제는 박사과정 입학이 쉽지 않다는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제일 좋은 선택지가 미국이나 유럽의 경제석사다. (통계석사는 상대적으로 테크닉과 시험성적 비중이 더 높으므로 상황이 다르다) 실제로 유명한 한국 출신 교수님들 중에서는 학점이 좋지 않았던 분들이 꽤 있기도 하다. 물론 해외로 석사를 나가는 것에 돈 문제가 걸리고, 아무튼 해외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에 적응해야 하는 점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