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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다저스 이야기.

# 요즘 게임을 하나 집었다. Out of the park baseball이라는 메이저리그 단장으로서 선수들 운영하는 게임인데, 우연히 1998년 다저스 로스터를 집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좋았다. 그러니까, 97년 말 기준으로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강하고 젊고 유망주도 많아서, 트레이드 가치, 선수 가치가 높은 선수들이 아주 많은, 당장 탑급 성적을 완벽하게 낼 수는 없어도 견실하면서 전도유망한 팀의 구성이었다. 참고로 내가 메이저리그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 건 2001년부터. 그 전까지는 박찬호 경기만 띄엄띄엄 봤다. (97년 8월 어느 날 포수 피아자와 1루수 캐로스가 충돌하면서 내야 플라이를 못 잡고 박찬호의 승리를 날려버리던 어처구니 없는 장면은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 다저스가 1997년 아깝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시점에서, 타선은 피아자-캐로스-몬데시-토드 질이 모두 30홈런을 넘었고, 홀랜스워스와 세데뇨가 메이저에 데뷔하여 기회를 받고 있었으며, 마이너에는 벨트레와 폴 코너코가 특급 유망주로 대기중이었다. 선발은 박찬호와 발데즈의 활약이 좋았고, 노모와 라몬 마르티네즈의 경우는 부진과 부상의 영향을 받았지만 아직 20대 후반이기에 충분히 반등을 기대할 수 있었으며, 역시 특급 유망주인 드라이포트가 불펜에서 뛰면서 메이저리그 적응을 끝낸 상태였다. 전원 20대의 튼튼한 선발진. 그래서 97년 말에 역시 젊은 선발 페드로 아스타시오를 보내고 1번 타자 에릭 영을 받아왔다. 불펜도 오수나-라딘스키-레이예스 등 필승조는 어느 정도 충분했다.


# 문제는 마무리가 마땅치 않고 하위타선이 약했으며 땜빵 선발을 맡을 유망주가 더이상 없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가치가 높고 유망주도 많아서, 게임에서 운용하기 딱 좋은 상태가 되어 있었다. 유망주를 팔아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도, 지금 잘 하고 있는 선수를 팔고 유망주로 대체하기도 모두 쉬운 상태.



# 하지만 현실은 모두 기대와는 반대로 흘러갔다. 선발진은 박찬호만 기대만큼 해주고 드라이포트, 발데스는 모두 예전보다는 부진했으며, 라몬은 부상이 더 심해졌다. 노모 히데오는 극도의 부진 끝에 방출. 타선도 피아자-캐로스-토드질이 모두 작년보다는 부진하게 출발했다. 유망주 선수들은 하나같이 발전하지 못했다. 마무리도 불안하기만 했다. 한마디로 전체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불안한 약점은 다 터진 셈.


# 결국 다저스는 기다리지 못하고 1년 동안 여러 차례의 트레이드를 활발하게 벌였다. 피아자,토드질 <-> 셰필드, 찰스 존슨+@, 폴 코너코+레이예스 <-> 제프 쇼, 여러 유망주 <-> 그루질라넥, 카를로스 페레즈, 세데뇨+찰스 존슨 <-> 토드 헌들리. 트레이드 결과 뉴욕 메츠는 피아자, 세데뇨, 토드질의 활약으로 99년, 00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고마워요 다저스를 외쳤고, 폴 코너코는 99년을 시작으로 400홈런 넘게 치면서 화이트삭스에서 영구결번이 확실시된다. 그리고 다저스는 98년 83승 79패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둔 뒤, 1999년 확실하게 멸망했다. 제프쇼는 98-99년 준수했지만 2000년부터 불쇼로 거듭났고, 99년 이 때 멸망의 주역은 트레이드로 데려온 카를로스 페레즈, 토드 헌들리, 그리고 박찬호... 박찬호를 아주 좋아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박찬호는 준수했던 아시아 선발투수일 뿐이다. 하지만 박찬호는 이 1999년에 역사에 남을 장면 두 개를 만들어냈다. 하나는 한만두, 그리고 또 하나는 아시다시피...


(출처는 JTBC)


# 그 이후 한동안 다저스는 유망주도 망가지고 선수 수급이 어려워져서, 남은 선수가 잘 해도 뭔가 꼬이면서 힘이 부치는 침체기를 걸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 때 야구를 열심히 보던 때는 아니고... 2001년부터 봐서 다만 선수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게임하다가 생각나서 쓰는 글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블로그 일기거리도 마땅찮아서) 안되면 이렇게 안되는구나 라는 걸 잘 보여준 팀이었다. 98년에 노모와 라몬을 팔아서 마무리와 하위타선을 보강하고, 피아자를 무조건 장기계약을 하며 코너코를 지켰다면 다저스의 미래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물론 이 선수들이 다저스를 나갔기 때문에 터진 것일수도 있다. 탈쥐효과 올해 LG는 잘하는데?


# 결론은 야구는 모른다. 2002년 애너하임 앤젤스, 2012년 워싱턴처럼, 젊고 강한 팀이라고 꾸준히 강세를 이어가는 법이 없으며, 젊은 선수도 갑자기 부진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올해 워싱턴은 선발진은 여전하지만 타선과 불펜에서 폭탄이 터지면서 승률 5할도 힘겨워한다. 분석하고 노력하고 잠재적인 위험에 대처하면서 그럭저럭 끌고갈 수는 있지만, 시즌 전체는 어떻게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야구도 결국 인생과 비슷하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