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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각종 공연 후기+@

Matchbox 20 / Goo Goo Dolls - 소개 및 공연 후기

# Matchbox Twenty와 Goo Goo Dolls. 90년대 후반 미국음악 팬들이라면 지난번 Linkin'park + Incubus 조합 만큼이나 비슷한 장르의 최적의 조합이자, 왕년에 정말 잘나가던 밴드인데 같이 다니게 되었다는 게 놀라운 조합이다. Matchbox twenty는 작년 앨범 낸 후 진작에 공연에 가려고 했었는데, 그동안 투어 하면서 우리 동네만 안와서(;;;) 못 가다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Goo Goo Dolls와 합동공연을 갈 수 있게 되었다. Goo Goo Dolls야 2년전 이맘 때 공연에 갔었지만, 워낙 좋아하는 곡도 많고, 지난번 공연이 좀 아쉬웠기에 나로썬 그저 감사할 뿐. ㅋ


# 90년대 중후반 post-grunge/alternative 성향의 밴드들이 등장할 때 Creed, Nickelback 같은 밴드들은 팝 성향을 지니면서도 하드락 밴드로서의 위상을 유지했다면, Matchbox twenty를 위시한 밴드들은 pop-rock 성향으로 완전히 돌아선 케이스다. 밴드 간에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Goo Goo Dolls, Collective Soul, 3 Doors down, Daughtry 등등이 이 위치에 있으며, pop-rock 밴드에 가깝지만 alternative 적인 느낌이 여전히 남아 있는 밴드들. 참고로 3 Doors Down와 Daughtry도 조인트 미국 투어 중이다. 여기는 돈이 없어서 못갔지만... 



(Matchbox twenty - Bent)


# Matchbox Twenty는 96년 앨범 Yourself or someone like you로 데뷔, 97년 두번째 싱글인 Push의 대히트로 스타덤에 올랐고 후속곡 3AM, Real world, Back 2 good 이 연속히트하며 미국에서만 1200만장 이상의 세일즈를 기록했다. 더불어 보컬인 Rob Thomas가 공동작곡 및 보컬을 맡은 Santana의 'Smooth'가 빌보드 1위는 물론 그래미 주요부문까지 휩쓸면서, 최고의 영예를 얻는다. 이후 2집, 3집 앨범도 계속 성공했으며, 이후에는 보컬 Rob Thomas의 솔로 활동이 주로 이루어진 가운데 틈틈이 밴드 활동도 있었고, 작년에 4집 앨범을 무려 10년만에 발표했다. 결과는 그동안 Matchbox Twenty의 상업적 성공을 가만할 때, 솔직히 대실패...



(Matchbox Twenty - Push)


Matchbox twenty와 제일 비슷한 국내 밴드를 뽑으라면 난 YB, 윤도현밴드를 뽑겠다. 기반은 락밴드에 두고 있지만 대중성 높고 발라드 소화를 잘 한다는 점에서. Push는 어떤 면에서는 정말 정통적인 락발라드고, If you're gone이나 Unwell은 그냥 발라드. Rock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곡들도 많지만 초창기의 Real world/Long day, 전성기의 Bent/Disease, 최근의 How far we've come은 그 분위기가 더 서로 조금씩 다르다. 스트레이트한 곡들에서 점차 화려해진다고나 할까. 단순 상업적 성공만으로 주요곡을 뽑는다면, Push, 3AM, Bent, If you're gone, Unwell을 뽑을 수 있다. 모두 연말결산 TOP10에 들어가거나 그에 준하는 곡들.




(Matchbox Twenty - If you're gone)


# Goo Goo Dolls는 2년 전에 공연 다녀와서 여기에 후기도 썼었지만, 다시 밴드 소개를 하자면 85년 결성되었고 초창기엔 punk 스타일이 강했으나, 95년 어쿠스틱 발라드 Name이 빌보드 HOT100 5위까지 오르는 성공을 거두며 주목받았고, 98년 Iris가 역대급의 히트를 하며 라디오 방송부문 주요 신기록을 경신했다. 이 때 발매된 앨범 Dizzy up the girl이 Slide를 필두로 Black Balloon, Broadway까지 연속 히트하며 밴드의 최고로 성공한 앨범이 되었고, 이후 예전만은 못하지만 Gutterflower, Let love in 두 앨범도 준수하게 성공. 하지만 2010년 앨범은 기대에 많이 못 미쳤고 이번에 새앨범 Magnetic을 발표했다.


(Goo Goo Dolls - Slide)


#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Goo Goo Dolls의 음악 스타일은 큰 틀에서 Matchbox twenty와 비슷하다. 발라드로는 역대급 히트이자 정말 부르기 힘든 노래 중의 하나인 Iris, 어쿠스틱한 매력이 돋보이는 Name이 있고, Rock song으로는 Slide가 대표적이며 Here is gone, Stay with you가 동일 선상에 있다. Better Days나 이번 신곡 Rebel beat는 그들의 음악도 점차 pop rock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곡들.



(Goo Goo Dolls - Better Days)



# 사실 90년대 말을 전후해서 전성기를 찍었고 최근 앨범은 상당히 실패한(...) 두 밴드의 조합이지만, 미국에서 정말 인기 많은 밴드들이다. 우리 동네에선 이틀간 공연 일정이 잡혀서 난 여유있게 예매를 준비했는데... 한 시간도 안 되어서 매진되고 stubhub에서는 암표 가격이 정가의 두배가 되었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공연이 하루 더 잡혀서, 운 좋게 표를 구할 수 있었다. 내가 미국 와서 간 밴드 공연 중 유명 밴드가 한 곳에서 3일 연속 대형 공연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



# 공연 가는 길은 교외로 나가는 기차를 이용했다. 한국으로 말하면 지하철 말고 경춘선쯤 되려나? 표는 있지만 지정 좌석은 없고, 하지만 지하철처럼 자주 운행하진 않고 시간표 맞춰서 30분에서 2-3시간 정도 간격으로 운행한다. 교외 사람들의 출퇴근이 주목적이며 그래서 사진에 있는 것처럼 열차가 2층으로 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공연은 공연장 내의 좌석표와, 공연장 주변의 잔디밭 표가 따로 있었다. 잔디밭 표도 stubhub에서는 60불이 넘는 가격까지 올라갔었고, 공연장에 와 보니 몰려든 인파는 내 상상을 뛰어넘었다.



# 말 그대로 발디딜데 없이 들어온 사람들... 이 사람들은 돗자리랑 의자 가지고 가져온 것이나 파는 음식 먹고 맥주 마시면서 공연을 '듣기만'하는 거다. Lawn 표가 싼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사람들이 들어올 줄은... 공연 전에 공원 근처 다니면서 감상하려고 했지만, 공원은 딱 걸어갈 길만 빼고 꽉 차 있었다.



# 공연장 자체도 초대형은 아니지만 꽤 넓다. 오프닝 공연은 이미 시작하고 있었고, 사람들도 꽤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특이하게 무대 통로마다 안전요원들이 꽤 많았다. 딱 봐도 고령이신 분들인데 알바 뛰시는 듯. 다행히 사진 찍는 것 가지고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미국도 대부분의 공연에서 사실 사진 촬영이 원칙적으로는 금지된 경우가 많다. 마침 내 자리가 통로 바로 옆, 안전요원석 바로 옆이었는데, 사진은 나 외에도 다들 찍어대고 있었음.


# 드디어 Goo Goo Dolls 등장. 그때나 지금이나 초반은 경쾌한 곡들로 시작한다. Last hot night은 지난 공연 때도 불렀지만 그때는 신곡이었고, 이번에 발표한 새 앨범에 수록된, 공연 첫 곡으로 잘 맞는 곡이다. 이어서 Naked, Slide, Here is gone. 그들의 전성기 시절 각 앨범에서 가장 신나는 곡들로 무대를 끌어나갔다. 보컬 John Rzeznik의 상태는 지난번 공연보다 눈에 띄게 좋았다. 여전히 Slide를 좀 낮게 부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곡들을 잘 소화해 냈다. 2년 전에는 앨범 활동을 사실상 마무리하는 공연이었고, 지금은 앨범 활동을 시작하는 공연이라 목 상태가 좋은 건지도. 그리고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Rebel beat. 같은 팝/락이라도 예전의 그들 노래보다 더욱 가벼운 느낌의 노래다.



# 중반부는 Black Balloon, Name 등 잔잔한 곡들과 베이스 Robby가 보컬을 맡는 경쾌한 곡들이 이어졌다. Robby는 노래도 그렇지만 실제 말하는 목소리도 날카로운 편이어서 역시 발라드보다는 락이 더 어울린다. 안습한 것은 아무래도 히트곡들 중 그가 부른 곡이 없고 관중들의 연령대가 높아서 그의 곡들에 대한 반응이 좀 저조하다는 것 정도. 그리고 발라드곡들 중 이번 앨범에 수록된 Come to me는 어쿠스틱 느낌에 결혼을 앞두고 고백하는 가사의 노래다. 오른쪽에 보이는 사진처럼 무대 위에 가사를 올리는 게 인상적. 이 노래도 좋다. 뜰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못 들어본 곡의 전주가 시작되어, 처음에는 다른 신곡인가 했다. 그런데...



# Rob Thomas 깜짝 등장!! 그가 이 곡의 메인 보컬을 소화해냈다. 나중에 확인하니 이 곡은 Tom Petty의 American Girl이라는 노래로, 이 날이 미국의 생일이라서 한번만 함께 공연했다고... 그 이후로 또 불렀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이 공연전까지는 하지 않았던, 말 그대로 깜짝 무대였다. 관중들 엄청나게 환호하고, Rob은 연주 파트에서는 모션도 취하고 핸드폰 셀카 =_= 도 찍으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 다음은 2006년 앨범 수록곡인 Stay with you, Better days. 전성기 후의 노래들이지만 이 곡들도 상당히 좋다.



# Iris, Broadway를 끝으로 Goo Goo Dolls 파트는 끝났다. Iris 는 노래가 새롭게 편집되긴 했지만, 클라이막스 자체는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사실 2년 전 공연은 퀄 시험 도중에 찾아간 의미있는 공연이긴 했지만 보컬 상태는 좀 실망스러웠는데, 오늘은 초반부에 힘을 아끼면서 소화하다가 나중에는 전력을 다해 부르면서 끝냈다. 상당수 락보컬들이 라이브에 자신이 없는 경우 관중들의 떼창을 '많이' 요구하면서 분위기만 잡는데, John은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좀 불안하더라도 거의 모든 곡을 스스로 소화하는 편. 맘에 들었다.


# 그리고 Matchbox Twenty 공연 시작. Goo Goo Dolls도 발라드가 많지만 Matchbox Twenty가 좀 더 곡들이 보컬 Rob Thomas의 실력과 기교에 의존도가 높기에, 라이브를 얼마나 소화해 낼지 궁금했다. 시작은 경쾌한 이번 앨범의 곡 Parade, 그리고 2집, 3집, 4집 앨범의 각각 타이틀곡인 Bent, Disease, She's so mean이 차례대로 등장, 그 다음 3.5집 앨범 타이틀곡인 How far we've come까지. 타이틀곡만 4연속으로 불렀다. Matchbox Twenty 음악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느껴지는 것이 특징. 다들 Rocky한 곡이지만, Bent에 슬픔이 서려 있다면 How far we've come은 한편으로는 방정맞은(...) 곡이다.





# 공연 앞부분 절반 정도는, 중앙에 들어와야 할 스크린이 고장나서 무대가 좀 어두운 상태로 진행되었다. 관중들 보기에는 무리가 없지만 내가 사진 찍기는 좀 어려운 정도. 보컬 Rob은 Goo Goo Dolls 때와는 달리 곡들 중간에 좀 말이 많은 편인데, 스크린이 안 들어오자 죄송하다고 하면서 '누군가 짤리겠네요.' 라고 한 마디 한 것이 기억에 남았다. Rob도 72년생이고 밴드로서 성공한지 15년이 넘었는데, 참 안 늙는 것 같다. 목에 핏대 잔뜩 세우고 눈 동그랗게 뜨면서, 히트곡들을 라이브로 잘 소화해 냈다. 관중들의 호응도 잘 이끌어내는데, 간주중에 관중으로부터 핸드폰을 받아서 자신의 셀카 포함 공연 장면을 죽 담아서 다시 돌려 주기도 했다.





# How far we've come 다음은 그들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인 3AM. 익숙한 전주와 함께 관중들이 환호했다. 그 다음 Real World, Long Day 등 데뷔앨범 곡들이 계속 나왔고, 최고의 발라드인 If you're gone까지.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곡들이 다 모여서 등장했다. 고딩 때 야자 끝나고 들으면 뭔가 어울렸던 3AM,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청량한 Real World, 앨범을 테이프째로 듣다가 내 귀에 꽂힌, (알고보니 데뷔곡이었던) Long Day, 수능 직전 내 마음속의 간절함과 통했던 If you're gone... 다시 라이브로 듣게 되어 영광입니다.





# 다음은 이번 새앨범 수록곡인 잔잔한 발라드 I will, Radio, 웅장한 느낌의 English town. 작년에 발매된 그들의 4집은 타이틀 곡 She'so mean이 어느 정도 인기를 얻긴 했지만, 그들의 네임값에 비하면 분명한 망작이다. Goo Goo Dolls 새 앨범도 그렇고 Matchbox twenty 새앨범도 괜찮은데, 아마도 미국 사람들의 취향도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그와 함께 3집 최고의 히트 발라드 Unwell과, 3집 히든트랙으로 수록된 빠른 비트의 So sad so lonely 등장.


# Rob이 피아노에 앉으면서 시작한 노래는 Bright Lights. 피아노 반주만으로 시작하여 점층적인 구조를 갖는 기승전결이 뛰어난 곡으로, 나는 이번에 이 곡을 제대로 느끼게 되었다. 그 다음 잠깐의 break 이후, 앵콜공연으로 새 앨범 수록곡 Our song, 데뷔 앨범의 발라드인 Back 2 Good, 그리고 공연은 그들의 첫 히트곡인 Push로 마무리했다. 근데 나는 Back 2 good 중반쯤에 무대를 나와서 Push는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로만 들었다. 왜냐하면 돌아가는 막차 시간이 다 되었기 때문에. 물론 이 공연장의 공연은 꽤나 큰 행사라서, 기차는 공연 관객들은 무조건 모두 태우고 돌아갈 예정이긴 했다. 하지만 나는, 앉아서 가는 게 더 중요했다. =_=;; 이상하게도 Push는 나에게는 좋은 곡이긴 하지만 꼭 보고 싶은 곡은 아니기도 했고.


# 기차는 사람들을 태우는 데만 20분 넘게 걸렸고 2층 객차의 통로까지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나는 2층에 앉았고, 사진을 보면 1층의 사람들도 보일 것이다. 나는 그냥 Push 멀리서 듣기를 잘했다... 그리고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은데 다음에 갈 스탠딩 공연은 어떡하나...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왔다.


# 공연은 최고. Goo Goo Dolls의 경우 2년 전 공연의 아쉬움을 완전히 날려 버렸으며, Matchbox twenty도 뛰어난 가창력과 무대매너를 보여줬다. 자리도 좋고 공연 보기도 편했고. 두 밴드 모두 좋아하는 곡들도 워낙 많고 setlist도 거의 완벽했다. 그냥 대중적인 밴드라서 setlist도 거의 히트곡 위주로 편성하니까, 감사할 뿐이다. 연주도 좋았지만 역시 내게는, 라이브 공연을 잘 즐기려면 보컬들이 확실하게 받쳐줘야 한다. Matchbox twenty의 비교적 최근, 2008년 히트곡인 How far we've come으로 마무리한다.


(Matchbox twenty - How far we've come)


# SETLIST

# Goo Goo Dolls

Last Hot Night / Slide / Naked / Here is Gone / Rebel Beat / Black Balloon 

Now I Hear / Another Second Time Around / Come to Me / Let Love In / Name / Bringing on the Light / American Girl (Tom Petty and the Heartbreakers cover) (with Rob Thomas) / Better Days 

/ Stay with You / Iris / Broadway 


# Matchbox twenty

Parade / Bent / Disease / She's So Mean / How Far We've Come / 3 A.M. / Real World 

/ If You're Gone / Long Day / I Will / Unwell / Radio / So Sad So Lonely / English Town / Bright Lights 

Encore: Our Song / Back 2 Good / Pu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