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엔 '현재' 미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슈퍼루키 Imagine Dragons. 그리고 2000년대 락의 한 축을 담당하는 '포스트-펑크 리바이벌' 안에서 제일 대중적인 밴드 The Killers의 조합이다. 두 밴드는 장르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공통되는 면이 있고, 또 둘 다 라스베가스 출신으로, The Killers는 빌보드 선정 라스베가스-네바다 출신 최고의 뮤지션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두 밴드의 이미지에는 '드넓은 광야'가 연상되곤 한다. 이번에는 도심에서 열리는 락페스티벌에 가게 되었는데, 다른 공연들에는 거의 집중하지 못했고, 제대로 감상한 이 두 밴드의 후기만 올린다.
( The Killers의 내한공연이 확정되었군요!!! 2010년 무산되었던 내한공연이 3년만에 다시 성사되어, 10월 5일에 공연한다고 하는군요. 이 글을 보시면서 밴드에 대한 정보도 확인하고 얼마 남지 않은 공연 예습도 하시면 되겠습니다. SETLIST, 공연에서 연주한 곡의 일람은 이 글 맨 아래에 있습니다. 이번 새앨범 중심이 아니라, 과거 1-2-3집 앨범 수록곡 골고루 공연하고 있답니다.)
(The Killers - When You were Young)
# The Killers는 2000년대 초중반 유행한 포스트-펑크 리바이벌, 개러지 락과 신스팝-뉴웨이브 음악을 미국풍 팝/얼터너티브에 접목시켜 상업적으로 대성공한 밴드다. 2004년 발표한 데뷔앨범부터 미국/영국 모두에서 인기가 상당했으며, 영미 모두에서 꽤 인기를 얻은 그들의 대표곡 'Mr. Brightside'도 데뷔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그 이후 'When you were young'이 수록된 2006년 2집은 좀 더 얼터너티브 영향이 강했고, 'Human', 'Spaceman'이 수록된 2008년 3집은 좀 더 일렉트로닉 성향이 강했다. 그 뒤 보컬 브랜든 플라워스의 솔로앨범을 냈고, 지난 2012년 가을에는 4집을 발표. 그러나 4집은 이전만큼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The Killers - Human)
# 당시 유행하던 음악에 일렉트로닉/얼터너티브, 그리고 팝적 감성을 얹어서 그 장르에서 최고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밴드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Linkin'park 에 비교할 수 있다. 1집은 Franz Ferdinand 같은 포스트-펑크 리바이벌 밴드들의 음악과 선을 같이하며, 앨범마다 곡마다 어떤 곡은 얼터너티브, 어떤 곡은 개러지, 어떤 곡은 일렉트로닉 이렇게 이 밴드가 영향을 받은 음악의 폭은 상당히 넓다. 보컬의 비중도 크고 곡의 기승전결이 분명한 큰 스케일의 곡도 많다는 점에서 Heartland rock(위키에서 이런 표현을 쓰는데 브루스 스프링스틴, U2와의 연관성 이야기가 있더군요)이나 이모(emo)음악과 연관성도 논할 수 있을 정도. 아무튼 The Killers의 곡 외에 개러지 영향 아래 있는 곡 중에서 미국 내에서 이렇게 '상업적으로' 팝 부문에서 성공한 밴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Kings of Leon의 'Use Somebody'말고는 없을듯.
# 더 킬러스의 주요한 곡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곡 뒤에 괄호 안에 있는 것은 앨범명. 그들의 곡들은 비슷한 분위기를 내면서도 곡마다 앨범마다 느낌이 미묘하게 다르다. 최소한 주요 히트곡 네 곡은 반드시 들어보고 공연을 가자. 역시 그 중 최고는 Mr. Brightside.
주요 히트곡 : Mr. Brightside(1), All these thing that I've done(1), When you were young(2), Human(3)
그 외 주요 곡 : Somebody told me(1), Read my mind(2), Shadowplay(2.5), Spaceman(3), Runaways(4)
(Imagine Dragons - Radioactive)
# Imagine Dragons는 작년 중후반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해서 현재까지 빌보드 락부문을 완전히 점거하고 있는, 신예 밴드다. 첫번째 싱글 It's time도 인기가 많았지만, 두번째 싱글 Radioactive는 빌보드 TOP5에 장기간 머무르면서 초대박, 2013년 연말결산 TOP5가 거의 확실시된다. 세번째 싱글 Demons도 Rock부문 챠트 전반에서 호평받았고 국내에서는 On Top of the World가 CF에 삽입되면서 인기를 얻었다. 음악적으로는 얼터너티브와 일렉트로닉 사이에 걸쳐 있지만, 다양한 타악기와 악기의 사용으로 이국적인 느낌도 준다. 히트곡 네 곡의 분위기가 제각각 다르다는 것이 특징.
# 공연에 왔는데... 여기는 지난 공연들보다도 사람이 훨씬 많았다. 저 위의 사진은 페스티벌 메인 스테이지가 아닌, 제 3스테이지 사진이다. 제3 스테이지인데도 사람이 저렇게 많다. 덕분에 다시 보려던 Atlas Genius의 공연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주위의 축제 분위기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 Imagine Dragons의 음악은 폭이 넓고 특징짓기 힘들지만 공연은 분명한 특징이 있다. 무대 위를 가득 채운 다양한 북과 타악기들. 애초에 보컬인 댄 레이놀즈가 보컬 및 타악기 담당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그는 사진에 있는 것처럼 보컬을 맡으면서 중간중간에 노래에 맞춰 북을 울린다. 첫곡 Round and round 다음, Amsterdam을 부르는데... 갑자기 스피커의 전원이 나가 버렸다. 발전기가 가동을 멈춘 듯. 멤버들은 당황하면서도 뭔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이야기를 하려 했지만 마이크가 나가서 들릴 리가 없었다. 관중들은 다함께 '안들려! 안들려!'를 외치고, 멤버들은 잠시 퇴장했다가 일단 보컬 마이크만 가지고 '30 Lives'를 부르면서 시간을 때웠다. (...) 보컬만 있는 오른쪽 사진이 그 때 모습.
# 그러면서 발전기가 가동되고 다시 공연 본격 시작. 왼쪽에서 보는 것처럼 보컬 댄 레이놀즈는 공연하면서 옷을 입에 무는 버릇이 있다. Tiptoe, Hear me, 그리고 Rocks. 이 곡은 Nothing left to say 뒤에 히든트랙으로 붙은 곡인데 타악기 구성이 돋보이는 경쾌한 곡이다. 다음에는 히트곡들이 죽 이어졌고, 주위 사람들은 놓치지 않고 모두 같이 떼창으로 화답했다. 마지막의 On Top of the world, 그리고 Radioactive는 타악기 파트를 좀 더 살려서 라이브의 묘미를 더욱 잘 느끼게 해줬다. 공연 자체도 페스티벌의 '일부분'으로 한시간 정도로 좀 짧기도 했지만, 주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 찍기 참 어려웠다. 꽤 앞에서 보긴 했지만... 덕분에 전후좌우에 몰려드는 사람들의 압박을 상당히 느끼면서 공연을 봤다.
# 공연이 크다 보니 음식 파는 곳도 엄청나게 많고, VIP 라운지도 마련되어 있고 한편에는 오른쪽 사진처럼 앉아서 영상으로 공연을 감상할 수도 있었다. 왼쪽의 감자칩은 즉석에서 만든 거다. 파는 곳을 찍지 못했는데, 생감자를 넣으면 기계가 자동으로 감자를 깎고 옆으로 넘겨져 조리를 거쳐 칩이 되었다. 맛도 괜찮더라.
# The Killers 공연보러 왔는데... 인파들을 보니 한숨부터 나왔다. 3년 전만 해도 이틀 연속 하루 종일 스테이지 쏘다니면서 공연 봤었는데, 이제는 단독공연 스탠딩은 모를까, 페스티벌에서 여러 밴드들 돌아다니면서 보기는 체력이 좀 딸리는듯...
# Intro가 시작되고 영상이 나오면서 멤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공연 시작? 그리고, 첫 곡부터 Mr.Brightside 가 터졌다. When you were young이나 Somebody told me가 첫곡으로 어울리고 Mr. Brightside가 엔딩에 어울린다는 게 내 생각이었지만 setlist는 내 기대를 빗나갔다. 마지막에 온 힘을 불살라야 할 노래를 아직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들으려니,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아무튼 이 노래는 최고다. 이어서 Spaceman, The Way it was 로 이어졌다.
# 그들의 히트곡 Human을 피아노로 연주하면서 분위기를 바꾸더니, 다음에는 이번 페스티벌에 참여한 New Order의 리드보컬 Bernard Summer가 등장했다. 포스트 펑크 1세대와 포스트펑크 리바이벌의 뜻깊은 만남. 둘은 The Killers가 리메이크한 적이 있는 Shadowplay를 함께 불렀다. 이 곡은 Bernard Summer가 New Order 이전에 소속되어 있던 Joy Division의 곡이다. 애초에 페스티벌 명단에 The Killers와 New Order가 함께 있는 걸 보고 라인업 정말 잘 짰다, 이벤트 하나 있겠다 이런 생각 했었는데 예상은 벗어나지 않았다. 근데 그 장면 인증샷은 못 찍었다. 이번 공연은 무대가 지난번보다 더 어두워서...
# Human이 원래 버전으로 다시 울려퍼지고, 데뷔앨범 히트곡 중 하나인 Somebody told me가 터지면서 다시 한번 분위기는 뜨거워졌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Kind of town을 커버하고 I think we're alone now 라는 곡도 커버해서 불렀다. 나야 미국 올드팝은 잘 모르지만 사람들이 잘 알고 따라 부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새 앨범 수록곡 중 From here on out이라는 곡이 이 부분에 함께 등장했는데 이 곡은 기존 Killers의 성향에 요즘 유행하는 포크 혹은 컨트리 음악의 분위기를 접목시켰다. Killers 이 밴드는 정말 음악 폭이 넓다.
# Read my mind가 나오면서 공연은 종반으로 향했다. 4집 앨범 타이틀곡 Runaways, 그 다음은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 이 곡도 데뷔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웅장해서 공연 마지막 곡으로 어울리는 곡이다. 이 곡의 떼창 파트인 I've got soul but I'm not a soldier 부분은 라이브에서 좀 더 강조되었고 사람들의 떼창이 밤하늘을 울렸다. 이 곡을 아래에 링크한다. 포스트-펑크 리바이벌 기반으로도 이런 락발라드가 나올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The Killers -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
# 멤버들이 잠시 들어갔다가 나와서 앵콜로 When you were young을 연주하면서 공연은 끝났다. 공연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The Killers의 곡도 은근히 보컬이 샤우팅도 많고 고음도 많으며, 내가 미리 체크한 몇몇 라이브공연에서 좀 부족한 모습도 보였었는데, 오늘은 브랜든 플라워스의 목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이벤트도 많았고 연주도 훌륭했고. 공연 분위기를 보면서, The Killers는 음악적으로 젊은 밴드에서 성인 밴드로 넘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그들의 음악적 성향은 유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충분히 다시 인기를 모을 수 있는 밴드다. 라이브도 좋고.
# 마무리는 Imagine Dragons의 On top of the world. 타악기를 활용하여 이국적인 분위기가 넘치는 이 곡은 정말 기발하다고 생각된다. Demons처럼, 이 곡도 싱글커트되기 전부터 인기를 얻고 그것만으로 빌보드 HOT100에 오르기도 했다. 이미 팬들 사이에서는 너무 많이 알려진 곡이지만 미국 시장에서 다시 한번 인기몰이를 할 수 있을 만한 곡이라고 본다. 이들이 일반적인 락밴드 그 이상의 음악을 소화한다는 걸 보여준다.
(Imagine Dragons - On top of the world)
# SETLIST
# Imagine Dragons
Round and Round / Amsterdam / 30 Lives / Tiptoe / Hear me / Rocks / It's time / Demons
/ On top of the world / Radioactive
# The Killers
Mr. Brightside / Spaceman / The Way It Was / Smile Like You Mean It / Bling (Confession of a King)
/ Shadowplay (with Bernard Sumner)/ Miss Atomic Bomb / Human / Somebody Told Me
/ I Think We're Alone Now (Tommy James & the Shondells cover) / For Reasons Unknown
/ From Here On Out / A Dustland Fairytale / My Kind of Town (Frank Sinatra cover) / Read My Mind
/ Runaways /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 / When You Were Young
The Killers의 더 최신 setlist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http://www.setlist.fm/setlists/the-killers-23d6e0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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