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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각종 공연 후기+@

인종차별, 동성애, 그리고 힙합 - Same Love / Changes

# 최근 이른바 짐머맨 사건이 일어나면서 미국 내에서 인종 갈등이 다시 한 번 이슈가 되고 있다. 이 글은 그에 관한 분석 위주의 글은 아니고, 사회적 이슈, 내 개인적 느낌, 그리고 음악이 뒤섞인... 잡글이다.


# 미국 내에서 인종 문제는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심각하다. 공식적으로는 모두가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심리적인 상태는 달라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게다가 히스패닉이 미국 내로 상당수 유입되어 인구에서 흑인을 능가하고 있고 이들 중심의 불법체류자 문제가 있으며 이 문제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가 압승하는 하나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차별이 없다고 해도 일단 흑인과 히스패닉은 미국 내에서 저소득층을 차지하며, 대도시에서 식당이나 주차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들 이쪽 사람들이며, 거주 지역도 다르다. 


# 개인적 경험으로는 우선 박사과정에 오는 사람도 대부분 고소득층이며, 그나마 히스패닉은 남미에서 오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흑인은 다른 나라에서 올 사람도 별로 없다. 내가 알기로 우리 학교 경제학 박사과정에서 흑인은 아이티(!!)에서 온 한 명 뿐이고, 학부생도 흑인은 별로 없다. 다른 도시는 몰라도 내가 사는 도시는 도심 지역도 공터 혹은 빈 상가가 조금씩 있는데, 저소득층 거주 지역은 공터와 낙서, 그리고 직업이 없는지 서성이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서 한눈에 봐도 무섭다는 느낌을 준다. 거의 백인과 학생 뿐인 소도시와 대학 타운에 산다면 느끼기 힘든 분위기. 그리고 어쩌다 밤길을 걷게 되었을때 맞은편에서 흑인 두세명이 걸어온다면... 인종에 대한 편견은 없어야겠지만, 흑인들 상당수가 신체조건도 좋고, 게다가 나처럼 흑인들에게 강도를 당한 적이 있다면 피해서 걷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걸 보는 흑인들은 또 불쾌하게 생각하고... 끝이 없다.


# 그 사이에서 아시아인은 소득은 높지만 백인과 흑인 모두로부터 평균적으로 좋은 인상은 받지 못하는 묘한 위치에 있다. 평균적으로 아시아인 남성이 천대받는 편이고 아시아인 여성이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긴 하지만 (내가 받는 개인적인 인상도 그렇지만 이건 여러 논문에서 다각도로 밝혀진 사실이다.) 백인 우월주의는 여전히 어느 정도 백인들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게 사실. 한국에서 정말 겉보기엔 멀쩡한 사람들이 '일베'같은 곳에서 갖은 욕설과 여성비하발언을 하는 것처럼, 미국에도 멀쩡한 사람들 중에서도 백인우월의식 쩌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종차별은 느끼지 못하지만 상당히 느낀 사람들도 있다고. 완전한 익게로 운영되는 econjobrumors 같은 곳 보면 인종차별 발언 꽤 많이 나온다.


# 이러한 문제의 배경에 깔린 하나가 우월의식이라면, 또 하나는 증오다. 개인의 실패에는 개인의 문제와 사회 문제가 결부되어 있다. 사회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정부/사회도 문제지만 개인의 실패를 모두 사회의 것으로 돌리며 증오가 생기고 인지부조화 혹은 자기합리화를 거쳐, 특정 계층을 겨냥한 증오와 범죄로 이어진다. 백인들 중에서 유색인종/불법이민자 때문에 직업을 구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인종차별주의자가 되는 경우가 많으며 마찬가지로 흑인들은 이 모든 건 백인 탓, 혹은 아시아인 탓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 그리고 이러한 증오가 표면화된 또 하나의 표적은 동성애자다. 미국 내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도 이제는 공식적으로는 금지되어 있지만 사람들의 인식 속에 동성애자에 대한 적대 의식은 아직 강하게 남아 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미국에서 동성애가 이슈가 되는 건 그 자체 보다도 사회 내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과 bully (집단 괴롭힘)가 너무 심해서가 아닌가 싶다. 동성애로 인한 집단 괴롭힘으로 자살... 이런 건 양반이고, 흑인 슬럼가에서 게이 복장을 하고 다니는 건 나는 검둥이가 싫어요 팻말을 목에 걸고 다니는 것만큼 위험한 듯하다. 로컬 뉴스는 한달쯤 보다가 총기 살인 사건이 너무 자주 나와서 요즘엔 안 보는데, 흑인들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총으로 쏴 죽였다 뭐 이런 뉴스를 종종 볼 수 있었다.



# 몇 달 전부터 한동안 미국 내에서 사람들이 위에 보이는 마크를 페이스북 메인 사진으로 했었는데 저 마크는 동성애자 결혼에 대한 지지를 의미한다. 한국의 기독교계에서 교리에 기반하여 동성애에 적대적인 것과는 달리 미국 내에서는 차별과 bully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동성애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래는 관련 글 링크.


http://momastery.com/blog/2013/03/26/a-mountain-im-willing-to-die-on-4/


#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사회적 약자인 흑인들 사이에서 다시 '그들 사이의 약자'인 동성애자와 여성에 대한 비하 및 증오가 더 잘 나타나는 것도 주목할 만한 사실. 약자인 만큼 '증오'에 더 노출되어 있고, 그들의 증오가 동성애자 혹은 여성을 향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인종 문제에 대한 바람직한 해결을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는 동성애와 여성에 대한 비하, 이런 것은 다양한 힙합 문화와 힙합 음악에도 자주 나타난다.


# 최근 동성애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담은 곡, 'Same Love'가 꽤 인기를 얻고 있다. 래퍼 Macklemore, 프로듀서 Ryan Lewis의 듀오는 작년 말 독특한 뮤비로도 알려진'Thrift shop'으로 빌보드 6주 1위, 후속곡 'Can't hold us'로 5주 1위를 했고, 사뭇 다른 분위기의 'Same Love'는 현재 11위로 인기몰이 중이다. 이 노래는 동성애에 대한 지지 및 흑인 문화에 대한 비판을 이야기하고 있고, 뮤직비디오도 동성애자의 삶과 고난을 진지하게 그려냈다.


링크로 대체합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hlVBg7_08n0

(Macklemore & Ryan Lewis - Same Love)


# 가사 링크 : http://www.azlyrics.com/lyrics/macklemore/samelove.html


# 한국에서 동성애 문제는 표면화 되어 있지 않다. 상대적으로 차별 문제는, 그동안 '차별'이 대놓고 문제가 된 적이 많지 않아서, 차별에 대한 문제는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한 데서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지만, 사회적 문제란 느낌은 약하다. 차별보다는 '증오'가 꾸준히 문제가 될 가능성이 보인다.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이 특정 계층 혹은 자신보다 약자인 사람들에게 분노를 방출하는 현상은. 한국에서는 남성들이 여성을 대상으로 나타내는 조짐이 보인다. 한국이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비율이 높은 것은 증오범죄 대상이 될 수 있는 인종 문제나 동성애 문제가 한국에서는 없어서라는 지적은 타당한 것 같다. 문제는 bully. 집단 괴롭힘은 한국에서 항상 문제였고, 그걸 감안할 때 문제 해결 방향은 나오는 거 아닌가...? 동성애를 권장해서는 안 되겠지만, 적어도 천부적인 동성애는 철저하게 인정하고 사회 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 모든 문제에 대해서 옳고 그름이 있을 수 있지만, 차별 및 사회통합, 증오범죄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외국인에 대한 지나친 적대감도 생기고 있지만 약자 보호라는 명분하에 외국인에 대한 정책도 과도한 면이 있으며 여성부 역시 이치에 맞지 않는 정책으로 남성으로부터도 욕먹고 여성계에도 진정한 평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곤 한다. 끝으로 bully, 집단 괴롭힘으로 넘어가면 한국에선 이 문제는 말할 것도 없이 심하다. 어떻게 해야 해결될지 감도 안 잡히는 상태인데... 이건 뭐 한국과 미국 학교에 직접 가본 적은 없으니 내가 뭐라고 생각을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총기 문제, 마약 문제 등등 고려하면...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도 그렇고, 분명 우리는 나쁜 것을 지적하고 사회를 더 좋게 만들어야 하지만, 한국은 세계적으로 분명 살기 좋은 나라다. 자책할 필요는 없다.


# 이러한 사회 문제에 대해서 경제학이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인종 관련 실증연구는 applied micro 혹은 labor에서 제일 중요한 연구 중의 하나다. 한국의 경우는 일단 인종처럼 딱 갈리면서 연구하기 쉬운 문제는 없고, bully 문제는 수치화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미국은 각 주 별로 정책이 다른 경우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실험'이 행해지고 결과가 학문적인 성과로 나타날 수 있지만 한국은 그런 거 없다... 땅덩이도 작아서 상호간의 영향도 너무 크고. 등등. 미국 논문을 읽다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


# 끝으로 2pac의 명곡 Changes를 올린다. 이 노래는 2pac이 피살당하고 2년 뒤인 1998년에 공개되었고, 랩 파트는 1992년에 녹음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흑인음악이 많지는 않고, 특히 클럽음악을 거의 듣지 않지만, 다른 분위기의 힙합/랩 곡들은 좋아했던 곡들이 많고 이 곡도 그 중 하나. 그 당시 가사는 모르고 뮤직비디오만으로 분위기를 짐작했는데 가사는 흑인 빈민가의 비참한 삶,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고 있다. '우리는 아직 흑인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가사가 눈에 띈다. 투팍은 Some things will never change, 라고 자조섞인 랩을 했지만 오바마가 당선되고, 뭔가는 분명히 바뀌고 있다.


링크로 대체합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nay31hvEvrY

(2pac - Changes)

가사 링크 : http://www.azlyrics.com/lyrics/2pac/change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