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학준비 Essential

경제학 유학준비 - 박사 유학결심 전에 고려해야 할 모든 것

# 유학생활 1년만에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사실 말이 안 된다. 하지만 내가 학부 시절에 유학을 결심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꿈과 밝은 미래에 부풀어 있던 이제 출국을 앞둔 선배들과 많이 이야기했고 유학 중이거나 박사를 막 받는 선배들과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까지 터놓고 하기는 쉽지 않았다. 지금 유학을 고민하고 있는 다른 학부생 후배들도 마찬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경험을 토대로 유학 결심 전에 고려해야 할 모든 것을, 지금까지 내가 이 블로그에 써 온 글들에 기반하여 정리해 보고자 한다. 나는 경제학 전공자이지만 글 내용이 다른 학문의 박사과정에 적용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각 항목에 링크된 내용을 참고하면, 그 항목과 언급된 예전에 내가 쓴 글들을 확인할 수 있다. 

# 진로 선택의 기준: 흥미/적성/환경/장래성  : http://econphd.tistory.com/171

1) 흥미 : 공부가 재미있는 건지 연구가 재미있는 건지.
학부 수준에서 유학을 결심할 때는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학문의 새로운 세계에 흥미를 가졌겠지만 박사과정에서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 아닌 새로운 결과를 얻어 논문을 쓰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아야 한다. 배우는 것과 새로운 것을 연구하는 것은 다르므로 유학 결심 전에 학부 수준에서 어떤 형태로든 '연구'를 수행해 보길 권한다. 기타 흥미가 아니라, 어떠한 큰 연구 주제에 대한 자부심이나 사명감이 있는 경우도 좋다. 아무튼 박사 과정에서 해야 할 일들을 즐겁게 할 수 있어야 한다.
# 유학 결심 : http://econphd.tistory.com/9

2) 비교 : 회사 생활 및 고시와의 비교. 조직 생활에의 염증.
선택의 기로에서 때로는 소거법이 때로 아주 유용하다. 유학에 대한 열망이 강해서 유학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회사 생활 및 조직 생활에 거부감을 느껴서 또는 고시 준비의 불확실성이 부담스러워서 유학을 준비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만약 본인이 직장생활 중이고 박사유학을 준비중이라면 주위에서 유학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어려울 것이고 이 블로그에 걸쳐 있는 유학 생활 전반에 대한 글들이 유학 생활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다. 유학 생활이 회사 내 생활과 많이 다르긴 하지만, 인간관계가 중요하고 그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이 생기고, 집에 재정적인 여유가 충분하거나 가문이 좋은 경우 성공하기 쉽다는 것은 유학 생활이나 회사 내에서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만 그 정도가 좀 덜하고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실력'이 회사 생활 내에서보다는 학계에서 좀 더 냉정하게 평가된다는 것은 확실하게 유학 결심에 메리트가 될 수 있다.

3) 장래성1 : 다른 삶의 영역도 그렇지만, 여기도 운이 정말 중요하다.
보통 학부 시절까지는, 여러 시험에 있어서 얻게 되는 결과물은 그래도 노력에 비례하는 편이었지만 삶을 살아갈수록 (노력이 무의미해지지는 않더라도) 운-팔자의 중요성이 커지는데 유학 어드미션도 마찬가지다. 유학 어드미션에 있어서 탑스쿨을 휩쓰는 사람은 경제학에서는 매해 한 명 나오며 가끔 두 명 나온다. 그 이야기를 돌려서 말하면 매해 한두명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은 운이 없으면 탑스쿨에 못 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비록 성공만을 거두어 왔더라도, 단순히 운이 나빠서 실패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물론, 실력과 운 외에 정보력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준비도 중요하다.
# 탑스쿨 유학 : http://econphd.tistory.com/136

4) 장래성2 : 유학의 현실적인 기대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것.
한국인으로 미국 40위권 대학. 경제학과에서 테뉴어를 받으신 교수님은 현재 10명 내외다. (40위권 대학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그리고 테뉴어를 받고 바로 한국으로 오신 분들은 내가 잘 알고 있지 못하지만, 대략 10명 안쪽이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잡마켓에서 TOP40위권 대학에서 조교수로 임용되는 한국인은 평균 3명 정도. 1명 정도로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박사과정 중에도 고달프지만 테뉴어를 받기 전까지 조교수로 있는 기간도 매우 힘든 기간이다. 또한 상당수가 교수를 희망하겠지만 국책 또는 민간 연구소에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경우도 아주 많다.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하면, 몇년간 유학을 나가 있으면서 타지에서 생활하는 그 물적 정신적 비용을 고려할 때 유학으로 얻을 수 있는 편익은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
# 현실적인 기대치? : http://econphd.tistory.com/47

5) 능력/적성: 본인의 성적. 수학 과목도 충분히 듣고. 퀄 시험에 대한 고려.
넓은 의미에서 능력은 영어 실력과 인간 관계에 대한 능력도 포함하지만 여기서는 일단 경제학 박사과정 1년차를 견뎌낼 수 있는 능력만 언급하겠다. 궁극적인 논문을 쓸 능력과는 별개로 우선 박사과정은 1년차 코스웍이 만만치 않고, 퀄 시험을 통해 성적이 나쁘면 많은 사람들을 탈락시키기도 하므로, 충분한 이론적인 분석을 하고 문제를 풀 능력이 되어야 한다. (물론 몇몇 학교에서는 1학년부터 직관적인 분석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능력은 수학 과목을 수강하면서 보완할 수 있지만, 제일 좋은 바로미터는 대학원 과목을 들어보는 것이다. 성적/학점이 너무 좋지 않게 나온다면 본인이 박사 과정에서 공부하는 능력이 충분한가 한번쯤 다시 생각해야 한다. 실증분석 위주의 연구를 하더라도, 퀄 시험을 통과할 정도의 능력은 갖춰야 한다. 실증분석에 필요한 능력은 밑에 링크한다. 계량경제학적 지식이 이론적 문제풀이보다는 직관적 이해를 의미함에 유의.
# (펌글) 실증주의 경제학자의 핵심 자질 : http://econphd.tistory.com/41
# 수학 때문에 유학을 접지는 말 것: http://econphd.tistory.com/55

6) 환경1: 집안 재정 상황
우선 유학 나가 있는 동안 본인이 소득이 없어도, 부모님께서 재산이 충분하거나 혹은 자신 외에 다른 형제가 부모님을 부양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의 학비 및 생활비는 미국 학교들 중에서 생활비를 제공하는 곳이 충분히 많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생활비는 보통 탑스쿨과 몇몇 학교를 제외하고는 충분하지는 않은 경우가 많으며, 기본 생활비+@로 돈을 써야 할 일이 생길 수가 있다. 또한 유학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비용이 들어가는데 아끼면 5-600만원, 여유있게 사용하려면 1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요약하면 집에서 추가적인 재정지원 없이 유학생활을 하기는 절대로 간단한 일은 아니니, 그렇지 않은 상황에 있다면 학부 때부터 어느 정도 돈을 모아둘 필요가 있다.
# 유학 비용: http://econphd.tistory.com/11

7) 환경2: 영어 능력
영어 시험 성적은 노력하면 웬만큼 나온다. 문제는 그곳에서 적응하는 능력이다. 일상생활에서 대화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나 우선 당장 교수님 강의를 듣는 것이 막막하고, 그곳에서 질문하고 논문을 쓰고 발표까지 하려면 더욱 큰 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주위 학과 동기들과 이야기하면서 친해지기도 힘들고, 또 완전한 이론적인 분석이 아닌 이상 연구는 문헌을 읽고 또 자료를 찾아보고, 그 다음 사회적 배경과 제도적인 특성을 이해하려면 영어 능력이 중요하다. 그 가운데서 외국의 사회를 이해하고 직관을 얻는 바탕도 영어 능력이다. 외국에서 생활한 경험은 박사과정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아주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 첫 학기 힘들었던 점들: http://econphd.tistory.com/103

8) 정서적 적응.
본인이 익숙한 환경에서 새로운 환경으로 떠나본 적이 있는지?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져도 비교적 익숙하게 지낼 수 있는지? 감성적으로 예민한 편인지 안정적인 편인지? 만약 어떤 일이 하기 싫어지면 견디지 못하는 타입은 아닌지? 가족 및 친한 친구들과 완전히 떨어져서 새로운 사람들 속에서 그나마 상당수는 말도 잘 안통하고 서로 이해하기 힘든. 그런 상황에서 본인이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는 사실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르기는 하지만, 평소 본인의 성격을 다시 되짚어 본다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는 있을 것이다. 유학생활은 생각보다 힘들고 학업보다는 적응 문제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위의 7), 8)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본인이 시간적 재정적 여유가 된다면 교환학생으로 반드시 한번 나가보길 권한다.
# 외로움에 대한 단상 :  http://econphd.tistory.com/113
# 정신적인 어려움 : http://econphd.tistory.com/49

9) 이성친구가 있다면
지금까지의 관계를 되돌아보면서 유학을 떠나는 것에 대하여 어느 정도 미리 이야기하며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좋다. 같은 곳으로 유학을 가는 극소수의 경우 외에는 장기간 롱디를 하거나, 결혼 후에도 떨어져 살거나, 혹은 한국에 남아 있는 사람이 커리어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유학을 포기해야 한다. 지금의 이성친구가 정말 소중하다면, 이 사람과 떨어져서 과연 유학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다시한번 잘 생각해 보길 권한다. 아니면 집안에 여유가 있다면 유학을 나가면서 함께 사는 쪽으로 데리고 나갈 수도 있다. 아무튼 이 역시 중요한 문제이니만큼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연애와 결혼 이야기: http://econphd.tistory.com/163

# 이쯤에서 본격 유학 가지 못하게 말리는 음악 두 개 감상.



 # Fort minor - Where'd you go? (가사는 아래에)
Linkin' Park의 래퍼 Mike Shinoda의 솔로 프로젝트이다. 이 노래는 CF에도 삽입되어 유명한 그의 최고 히트 싱글. 이 노래는 분위기도 그렇지만 실제 가사는 더 우울한데, 떨어져 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노래하고 있다. 유학 준비중이면 한번쯤 들어보길 권하고, 이미 유학을 나온 사람이라면 정신건강을 위해 스킵하길 권한다.


그 다음은 전에도 한번 올렸던 노래.

# 장기하 -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 아래에 있는 가사를 한번쯤 곱씹어 보자.




10) 다시 돌아보기. 왜 유학을 준비하는지?
자, 이 모든 글과 링크를 읽고 음악을 감상한 후, 다음날 아침에도 여전히 유학을 희망한다면 그 이유가 연구를 향한 열망이든 아니면 회사생활하기 정말로 싫어서이든 상관없이 일단 되었다. 이제는 SOP에 쓸 용도가 아닌 스스로에게 솔직하기 위한 유학을 준비하는 이유가 분명해졌을 것이고, 그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그것을 그대로 유학준비 및 박사과정 생활을 견뎌내는 원동력으로 삼아서 버텨내면 되는 것이다. 실제 유학을 나와 보면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열의로 불타 있는 것은 아니니, 지금 당신이 자신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그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이제는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 나 자신을 돌아봐도, 주위의 조언을 들어봐도 결국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결정은 이성적인 철두철미한 판단보다는 그 순간에 제일 하고 싶었던 무언가, 열정에 이끌려서 내리게 되는 듯하다. 하지만 결정을 어떻게 내렸든 간에 이성적인 검토가 충분히 수반된 경우에 한해 그 결정은 좀 더 마음이 놓이고, 후회를 줄일 수 있으며, 또한 그 열정을 길게 끌고 갈 수 있다. 순간의 열정과 다짐이 영원할 수 있도록. 유학 준비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이 블로그에 흩어져 있는 글들이 도움이 될 것이며, 건투를 빈다.


# 구체적인 유학 준비에 대한 내용은 어드미션 받고 나서 거의 정리를 했는데 정작 유학 결심에 대한 내용은 박사과정 생활 1년이 지나니까 좀 가닥이 잡힌다. 이제는 적응도 어느 정도 마친 만큼 정말 리서치를 위해서 나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