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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이야기

(펌글) 실증주의 경제학자의 핵심 자질

이번에 Health & Development study를 진행하셨던 선배님의 글이다. 경제학을 어떻게 공부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유학 결심은 없더라도 적어도 theory/empirical에 대한 감각, 선호는 분명하게 정하고 유학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는게 내가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인데, 이 선배님께서 empirical의 접근법을 아주 잘 정리해 주셨다.


실증주의 경제학자의 핵심 자질 


경제학은 영역에 따라 크게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계량경제학으로 나누어 진다. 이중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은 다루는 주제의 영역에 따른 분류이고 계량경제학은 경제학을 연구하는 방법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경제학은 이론을 공부하는 이론 전공과 이를 현실에서 데이터를 통해 입중하고 풀어내는 실증(Empirics) 전공으로 구분해 볼 수도 있다.  나는 굳이 분류하자면 응용 미시 경제학을 공부하는 실증주의 경제학 전공으로 분류될 것이다. 최근들어 나의 전공 영역과 사용할 방법론들이 무엇인지 정해되면서 나와 비슷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의 핵심 자질이 무엇일까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고 이를 정리해 보았다.


1.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적 Idea이다.

 실증주의 경제학자의 가장 핵심적 자질은 창의적 Idea이다. 무엇이 정말 던져야 할 중요한 물음이고, 이를 어디서 어떤 형식으로 풀어내 증명해 보이는가를 생각해낼 수 있는 능력은 이분야 연구자의 최상의 자질이라 하겠다. 단언컨데 창의적 Idea없이 탁월한 학자는 불가능이다.

한편 나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창의력이 매우 중요하지만 동시에 그리고 이를 위해 기존의 연구 결과들을 정리해서 나의 정리된 생각로 가지고 있어야 하므로 끈기와 노력도 필요하다 하겠다.


2. 관심 영역의 정책(policy)과 프로그램(program)의 역사와 진행 과정을 매우 구체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관심 영역의 정책(policy)과 프로그램(program)의 역사와 진행 과정을 매우 구체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제도의 구체적인 사실 (Instituitional detail)을 잘 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창의적 Idea는 무에서 그냥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자신의 지식아래에서 생성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관심있는 정책과 프로그램을 눈여겨 보면서 끈기있게 자세히 추척하는 것은 실증주의 경제학자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Idea를 도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떤 계량 경제학적 모델을 사용하는 것을 결정하는것도 바로 이 Instituitional detail이 결정한다. 제도에 의해 생겨난 효과를 가장 합당한 방법으로 추정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계량경제학의 목표이다. 그렇기에 정책과 프로그램의 디테일을 아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을 요구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질문하는 세미나를 여러차례 보았다.


3. 계량경제학적 지식이 중요하다.

계량경제학적 지식이 중요하다. 이는 인과관계(causal effect)를 중요시 하는 현대 응용 미시경제학의 흐름과도 직접 연관이 있다. 인과관계 증명이 주는 정책의 함의는 실로 막대하다. 왜냐하면 A와B의 연관성이 아무리 강하다 할지라도 A를 변화시키는 것이 B를 변화하게 만든다고는 쉽게 주장할 수 없다. 연관성이 인과성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A와 B와의 관계에서 인과성이 있다면 A를 변화시키면 B가 변화하기 때문에, 정책의 함의는 크게 달라진다. 이러한 인과관계를 위해 개발된 계량기법들이 소위 fixed effect model, diff-in-diff estimation, regression discontinuity이고, 의학영역에서 가지고 들어온 Randomized field trial이 이 분야의 경제학을 주름잡고 있다. 이들이 내 전공에서 주로 사용되는 방법론이다.


4. 마지막으로 놀랍게도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 DATA를 확보할 수 있는 능력 

사실 나는 경제학자가 '학자'로 성공하는데 인간관계가 그리 중요하리라고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우선은 인간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역시 학계에서마저도 그 인간성으로 인하여 냉대 받기 마련이다. 더구나 실증주의 경제학자인 경우 DATA를 구하지 못하면 논문 작성이 불가능한데, 남이 구하기 어려운 DATA는 인간관계의 힘으로 구해지기 때문에 인간미가 없는 것은 낮은 성취로 직결된다.


실증주의 경제학자에게 적절한 DATA를 찾아 내는 능력은 핵심적 요소이다. 위에서 열거한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어도 Data를 구하지 못한다면 그건 제대로된 연구가 될 수 없다. 만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궁금히 여겼던 연구 주제가 아직 해결이 되지 않았다면 그것을 필경 이를 입증할 DATA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DATA를 만들어내거나 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이는 엄청난 자산이 된다.


개발경제학의 경우 많은 미국 교수들이 USAID (우리나라의 KOICA)나 World Bank를 끼고서 연구를 진행하는데 이것은 당연히 Research를 할 수 있는 자금, 환경, Data를 여기서 제공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기관들과 관계할 수 있는 힘이 학자의 주요 자질이 된다. 그래서인지 컬럼비아의 실증주의 경제학자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성품이 좋고 친화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결론

결국 실증주의 경제학자의 성공 비결은 보통의 다른 사람의 인생의 성공 비결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자기가 재미있고 즐거운 일을 찾아서 그 영역의 것들을 관심있게 열심히 일하거나 공부하고, 동시에 주변 사람과 잘 어울려 지내는 것이다. 놀랍지 아니한가? 학문의 성공비결과 즐거운 인생의 비결이 일맥 상통하다는 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