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4년 4월 5일, 'Smells like teen spirit'으로 얼터너티브 락을 시작한 Nirvana의 Kurt Cobain이 자살하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994년은 수많은 밴드들이 데뷔하거나 히트하면서, Rock의 흐름이 엄청나게 많이 바뀌고 새로운 흐름들이 많이 나타난 해이다. 그 이전까지의 음악은 Rock에서는 메탈리카 스타일이든, 건즈앤 로지스 스타일이든 헤비메탈이거나, Pet Shop Boys, Depeche Mode 등의 일렉트로닉 등 다른 형태가 많았다. 비록 R.E.M.과 Nirvana에서 얼터너티브의 모습이 나타나 있었지만, 변화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다가 커다란 Jump가 있었던 것이 1994년이다.
# 넓은 의미에서 아래 이야기할 여러 가지 조류들 상당수가 Alternative라고 불리기에, 1994년은 Alternative Rock이 본격적으로 메인스트림으로 떠오른 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얼터너티브라는 한 단어로 묶기에는 이 1년간 나타난 Rock 음악의 양상은 워낙 다양하여, 역사상 어느 해보다도 특별한 1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개별 항목마다 한 토막의 글로 쓸만큼 방대한 분량이지만, 하나하나 살펴보자. (아래 글에는 93년 말에 발표되어 94년 초에 히트한 곡들이 포함되어 있다.)
* 일부러 라이브가 아닌 뮤직비디오들을 링크했지만, 가급적 처음 들을 때는 뮤비를 보지 말고 그냥 들을 것을 권한다. 노래만 들으면 덜한데 뮤직비디오 트는 순간 20년 전 티가 확 나니까.
1. Grunge Rock의 절정기
# Alternative 음악을 좁게 해석하면 Grunge Rock 만이 해당이 되며, 이들을 대표하는 그룹은 시애틀 4인방으로 불리는 Nirvana, Pearl Jam, Alice in Chains, 그리고 Soundgarden이다. 이들 중 3년 전에 이미 스타덤에 오른 Nirvana를 제외한 나머지 밴드들은 94년에 모두 상업적으로 절정기를 맞았다. 이미 데뷔앨범 Ten으로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했던 Pearl Jam은 93년 말의 Vs. 앨범과 94년 말의 Vitalogy가 연속으로 성공하며 Daughter, Better Man과 같은 곡이 인기 저변을 더욱 넓혀 줬다. Alice in Chains는 No excuses, Soundgarden은 Blackhole Sun으로 각각 그들 최초의 에어플레이 히트를 기록. 동시에 제일 상업적 취향의 Grunge Rock 밴드인 Stone Temple Pilots 역시 두번째 앨범 Purple로 Interstate Love Song을 필두로 Vasoline, Big Empty 등등의 히트가 쏟아져 나왔다.
(Stone temple pilots - Interstate Love Song)
# 이들의 음악은 서정성을 강조하는 일련의 밴드들은 따로 떨어져 나가고, 이후 정통 그런지 음악은 Bush를 거쳐 Creed와 Nickelback이 이어가게 된다. 또한 좀 더 하드한 밴드들은 이후 Alternative Metal로도 불리면서, Post-Grunge 장르를 형성해 나간다. Shinedown, Three Days Grace, Breaking Benajmin 등이 대표적.
2. 팝 펑크의 화려한 데뷔
# Punk Rock은 70년대를 상징하는 일종의 문화적 현상으로 한동안 대중적 영향력이 없었지만, 94년 Green Day와 The Offspring, 이 두 신예 밴드가 좀 더 대중적인 펑크 락을 내세우면서 데뷔하자마자 대히트를 한다. Green Day의 Basket Case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곡이 되었고 이후 When I come around도 상당한 에어플레이를 기록했으며, The Offspring의 Come out and play, Self-esteem 역시 대성공하며 새로운 시대를 알린다. 펑크 음악 팬들이 보기엔 이들은 지극히 대중적인 음악을 했지만, 넓은 음악 팬들이 보기엔 적당히 파워풀한 음악에 경쾌함, 그리고 젊은이들의 고민을 담아낸 가사가 먹혀들어간 것. 당시의 음악은 펑크 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Punk Rock으로 그냥 불리기도 하고, 넓은 의미에서 Alternative에 포함되었다.
(The Offspring - Come Out and Play)
# 이후 이들의 음악은 좀 더 Pop에 가까워지며 Pop Punk의 성격이 좀 더 강해진다. The Offspring의 1998년 Pretty Fly는 본격적인 Pop Punk의 시작을 알리며 대히트했고, Blink-182가 이 장르를 이끌었다. Green Day는 한동안 돋보이는 모습이 없다가 2004년에 American Idiot으로 부활한다. 그 외에 Emo를 포함, 모든 캠퍼스 락 밴드, 경쾌함과 속도감을 무기로 하는 가벼운 락밴드들은 모두 이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3. 서정성을 강조한 밴드들
# 주류 Grunge 음악의 경향보다는 멜로디를 많이 강조하면서 좀 더 대중 친화적인 음악을 하는 밴드들도 이 해에 많이 생겨났다. Shine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 Collective Soul과 Selling the Drama 로 대중적 스타덤에 오른 Live가 대표적이고, 여기에 Mr.Jones로 데뷔한 Counting Crows까지는 함께 확실하게 Alternative Rock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좀 더 Country, Roots Rock에 가까운 쪽에는 역시 이 해에 데뷔하여 앨범판매량 천만장을 넘겨 버린 Hootie and the Blowfish가 있다. 이 장르 안에 속한 밴드들 대부분이 대중적인 튼튼한 지지를 기반으로 앨범 판매량이 특히 높은 편.
(Collective Soul - Shine)
# 펑크 음악이 팝과 가까워지며 Pop Punk라고 불리는 반면 이쪽은 팝과 가까워지면서 Power Pop이라는 용어로 많이 불린다. Goo Goo Dolls, Matchbox Twenty, 3 Doors Down은 모두 이 쪽에 속하면서 초기에는 Post-Grunge로 분류되면서 (Goo Goo Dolls는 Punk) Rock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나중으로 갈수록 점차 서정성이 강해진 경우. 경쾌한 곡도 있지만, Grunge 스타일의 락 발라드로 특히 많은 인기몰이를 했다. Iris, Push, Here without you 등등이 대표적.
4. 여성 보컬/싱어송라이터들
# 90년대 중반 팝계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붐이 일어나고 그 출발은 94년이었다. Lisa Loeb은 (거의) 반짝 히트에 그치긴 했지만 Stay(I Missed You)로 빌보드 HOT100 1위까지 올랐다. Sheryl Crow 역시 All I Wanna Do의 대성공으로 10여년간 전성기를 이뤘던 그의 뮤지션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들이 좀 더 팝 성향이었던 반면 그런지/얼터너티브 성향의 움직임도 많았는데 커트코베인의 미망인 코트니 러브의 Hole의 대표곡 Doll Parts가 이 때였고, 아일랜드 출신의 The Cranberries 역시 주요 히트곡 Zombie가 1994년에 나왔다. 이런 하드한 곡으로는 1년 뒤 Alanis Morissette가 You Oughta Know를 들고 나와 폭발적인 성공을 거둔다.
(The Cranberries - Zombie)
# 다음 해부터 Alanis Morissette과 Jewel이 등장하며 여성 솔로 가수들이 한동안 음악계의 대세를 이뤘다. 서정성을 강조한 측면에서는 3. 항목과 상당히 연관이 있는 편. 이후 이들의 음악은 Country와 가까워지면서 사실상 Rock에서 여성 보컬의 모습은 No Doubt를 지나서는 한참 뒤에 Evanescence와 Paramore 가 나올 때까지 보이지 않게 된다. 하지만 그당시 Rock, 더 나아가 Pop음악 전체에서 상당히 중요한 흐름이었던 건 사실.
5. 인디 음악의 태동
# 얼터너티브 Rock 역시 인디 음악에서 출발했지만, Lo-fi 음악에 기반한 Indie Rock 음악으로 분류되는 음악의 특색은 94년에 나타났다. 기존에 실험적인 음악을 하던 밴드인 Pavement의 Cut your hair, Sonic Youth의 Bull in the Heather는 그들 커리어의 제일 중요한 곡 중 하나. 좀 더 대중적으로는 Beck의 Loser가 빌보드에서까지 호성적을 거두며 제일 크게 빛났다. 또한 Weezer 역시 이 해에 데뷔하여 Undone-the Sweater Song, Buddy Holly로 상당히 인기를 끌었다.
(Weezer - Buddy Holly)
# 2000년 이후 개러지 록,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의 등장에 있어 이들 밴드들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Beck과 Weezer모두 2000년대까지 꾸준하게 활동했으며, Beck 그의 음악세계를 96년 앨범 Odelay를 통해 완성시켰고 Weezer는 90년대 침체기를 거쳐 2001년 Green Album으로 부활, 이후 10년간 활발한 활동을 한다.
6. Metal/Hardcore와 Hip Hop/Electronic의 만남
# 2000년 전후 뉴메탈 쪽에서 나타난 Rap, Hip Hop과 Metal의 만남. 그리고 Indie Rock에서 출발하여 2010년 이후 Indie Pop까지 영향을 미친 전자음악과의 만남 등 다양한 음악의 실험적인 조합의 뿌리는 이미 80년대 후반, 90년대 여러 곳에서 발견되지만, 제일 중요한 음악적 성과 두 개가 1994년에 나왔다. 바로 Nine Inch Nails의 Closer, Beastie Boys의 Sabotage. 이들 밴드들은 이미 80년대 후반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이 두 곡이 그들 커리어 최고의 상업적 히트는 아니지만, 커리어를 대표하는 음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런 류의 음악의 제일 눈에 띄게 영향을 미친 밴드가 바로 Limp Bizkit과 Linkin'park, Marilyn Manson이다.
(Beastie Boys - Sabotage)
7. Brit Pop의 시작
# 영국 음악에서 1994년은 사실 돋보이는 밴드들이 많지는 않지만, 두 밴드의 자리가 워낙 크다. Blur vs Oasis. Blur는 세번째 앨범 Parklife로 대중과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Oasis는 94년에 Differently Maybe로 데뷔하자마자 영국에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 두 앨범은 수록곡 하나하나가 명곡들이며, 두 밴드들이 크게 앞서가면서 Brit Pop으로 불리는 90년대 중반 영국 밴드음악의 큰 흐름이 만들어졌다. 이후 Radiohead와 Coldplay의 등장으로 영국 음악에 이들의 영향은 비교적 빠르게 줄어들었지만 당시의 대중적 인기는 굉장했던 그들이다.
(Oasis - Live Forever)
8. 다른 락 밴드들의 활동과 팝 히트들.
# 찾아보면 다른 밴드들의 활동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Always로 부활한 Bon Jovi가 있고 R.E.M.도 이 때 앨범을 냈지만 전성기 시절보다는 좀 못했다. Crash Test Dummies의 MMM MMM MMM MMM은 상당히 주목받았지만 결국 이 밴드는 One-hit wonder로 그쳤다. 그 외에 94년을 스쳐 지나간 밴드를 뽑는다면 Smashing Pumpkins와 Radiohead가 있는데, 이들은 이 포스팅에서 유일하게 제외된, 몽환적인 사이키텔릭 음악의 영향을 받는 흐름에 들어가는 밴드다. HOT100에서는 Mariah Carey와 Celine Dion의 여성 팝발라드가 상반기를, Boys to Men과 All-4-one의 흑인 R&B가 후반기를 각각 이끌었다.
(Bon Jovi - Always)
# 개인적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한 것이 1996년. 따라서 이 글들은 내가 그 당시 음악을 들으면서 피부로 느낀 것은 아니며, 빌보드 기록과 각종 매체의 90년대 히트곡 혹은 명곡, 이런 순위에서 빌려왔다. 그래도 그 당시에 느낀 것은 당시 유선방송에서 틀어주는 과거의 음악이 1994년을 기점으로 크게 변화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어디 가서 1994년 이후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음악 성향이 쉽게 이야기가 될 정도로. 그 이야기는 지금도 어느 정도 통하지 않을까 싶다. 현대 Rock 음악과 Alternative라는 단어에 어느 정도 친숙하다면, 1994년까지는 역사적으로 올라가 볼 만 할 것이다.
(짤방은 Halestorm. 그냥 저 사진의 분위기가 그 당시 락의 분위기와 비슷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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