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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Note

경제학이 자영업자 문제를 보는 방향

# 요즘 뉴스를 보면 자영업자 문제가 홍수를 이룬다. 남양유업 사태로 촉발된 이른바 본사와 업주의 갑을관계가 이슈화된 후, 자영업자의 과잉, 불황형 창업 및 그로 인한 폐업률 증가와 중산층 붕괴로 이어지는 현상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많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이슈에 반해 경제학계에서 이 이슈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은 편이다. 첫번째는 '자영업자'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그리고 그로 인한 데이터 문제, 두번째는 경제원론의 핵심 컨셉트인 수요와 공급, 둘 중 어느쪽에 문제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 자영업자 통계를 보면 제일 먼저 체크하게 되는 것이 국가별 자영업자 비율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상당히 높은 편. 근데 자영업자 통계는 '농업'을 포함한다. 따라서 선진국 중 아직 개도국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농업이 영세화된 나라들이 당연히 자영업자 비율이 더 높다. 현재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자영업자 문제와 농업 인구 문제는 아주 다른 문제인데, 자료에는 그 두 개가 섞여서 나타나는 것이다. 2000년 Labour Economics에 실린 David G. Blanchflower의 'Self-employment in OECD countries'가 포괄적인 자영업자 통계에 대해 분석한 논문인데, 이 논문도 결국 농업 자영업자와 non-farm 자영업자에 대한 구분 없이 만들어졌고 저자도 그 문제를 인정하고 있다. 시작부터 분석이 만만치 않은 셈.


# 게다가 위 도표를 보면 나오듯이 미국과 유럽의 자영업자 비율은 낮아서 별로 이슈화되지 않았다. 반면 개발 도상국의 산업 문제는 자영업자 전체보다는 충분히 발전되지 않은 농업에 있다. 즉 우리가 보는 자영업 문제는 경제학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중도 위치에 있는 국가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여서, 별로 그동안 관심이 없었다.


# 대신 자영업자 문제는 'Entrepreneurship'이라는 '창업' 문제의 형태로 많이 논의되었다. 사람들의 창업 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중소기업이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어떤가? 새로운 창업은 창조경제의 원동력인가 아니면 먹튀인가? 라는 논문은 꽤 많다. 이 문제는 선진국 포함 모든 경제에 있어서 성장 동력 발견,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유용성, 그리고 개도국에 있어서는 micro-finance의 효과 등 다양만 문제와 연관되어 있어서 관련 논문이 많다. 얼마 전에 이 곳에 올렸던 Hurst & Lusardi의 논문(아래 링크)도 그 이야기다. 다만 나중에 내가 더 찾아보니, 선진국에서 '재산 정도는 창업 결정과 큰 상관이 없다'는 그들의 주장은 학자들 사이에서 반대 의견도 제시되고 있고, 논란이 좀 있는 듯하다.


http://econphd.tistory.com/342


# 그리고 두번째는 자영업자 문제가 수요의 문제인가 공급의 문제인가 하는 점이다. 경제에서 실업자가 증가하는 단순한 경우에도, 노동수요측과 공급측에서 모두 문제를 접근할 수 있다. 경제가 회복되어서 노동수요가 늘어나도 실업자는 감소하고, 임금이 낮아져서(...) 노동공급이 늘어나도 실업자는 감소한다. 마찬가지로 자영업자 문제도 수요측 문제인지 공급측 문제인지 확실하지가 않다. 자영업자가 공급측 문제라는 것은 생계가 어려워서 자영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사람들이 많다는 거다. 반면 수요측 문제라는 것은 자영업자 과잉은 선택의 문제라는 측면이 강하다, 다른 형태의 취직 대신 자영업을 선택한 거라는 것. 이쯤 되면 경제학은 역시 수구꼴통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일단 넘어가자.


# 사실 이 문제는 서로 연관되어 있고, 한쪽 루트가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한국의 경우 실제로 직장업무 환경이 미국보다 더 타이트한 건 알려져 있고 (미국도 야근은 많지만 이유없는 회식, 이유없는 야근은 한국이 분명히 많다.) 따라서 자영업을 더 선호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양쪽 루트가 모두 있으나,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실증 분석을 통해 해당 루트가 존재함을 확실하게 보여야 한다. 의미있는 분석과 정책의 유용성을 위해 한 단계를 먼저 밟아야 한다는 것. 물론 정부 기관에서 말 잘못하면 '그러니까 실업자들은 자영업을 멀리하고 노가다라도 하는 게 낫습니다' 꼴이 되고 폭풍 악플을 받겠지만...


#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실업률이 증가할 때 자영업이 증가함을 보여야 하는데, 실업률이 증가하면 해고된 사람들이 많으니까 생계형 자영업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는 반면, 불황으로 사람들의 씀씀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쉽게 창업 결정을 할 때도 아니고 집값이 떨어지고 이자율이 오르면 창업하기 위해 빌릴 돈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영업이 폐업하게 되어 자영업자 숫자가 줄어들기도 하며, 실업자가 창업하면 그 결과 실업자 숫자가 한 명 줄어든다. 또한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한다고 해도, 기운 내서 창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저 짤려서 할 일이 마땅치 않아서 이거 시작했어요.'라고 말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실제로 단순 시계열분석 결과로는 실업률이 올라가면 자영업자 숫자는 줄어든다고 한다.(...)


# 즉 이것 관련해서도 경제학계에서는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최근 UC Santa Cruz의 Robert W. Fairlie 교수의 논문 'Entrepreneurship, Economic Conditions, and the Great Recession' (2013 Journal of Economics and Management Strategy) 에서는 자영업자 전체가 아닌 창업 관련된 통계로 샘플을 제한하고, 미국 각 주마다 서로 다른 실업률 차이를 이용해서 계량분석을 시도, 실업률이 올라가면 사람들이 창업을 많이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내가 보기엔 꽤나 설득력 있는 분석인 것 같은데 왜 그다지 메이저 저널이 아닌 곳에 논문이 실렸는지는 의문이지만, 아무튼 미국도 최근 Great Recession 과 관련하여 자영업자에 대한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 개인적으로는 이 문제에 근거하여 모델을 셋업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고 싶은데... 아직은 좀 갈 길이 멀다. 교수님들이 이 2013 JEMS 논문에 태클을 걸고 이거 전제부터 잘못되었다고 하면... 연구 흐름이 자영업 증가는 사람들의 선택에 의한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쪽으로 가게 될텐데... 결과에 대한 방향을 크게 정해놓고 생각하는 내 자세에도 문제가 많지만, 뭐 현재는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