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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Note

Good Jobs versus Bad Jobs - Daron Acemoglu (01 JLE) + 잡담

# 경제원론을 읽기 시작하면 처음에 나오는 그림이 있다. 오른쪽 아래로 선을 죽 긋고, 오른쪽 위로 선을 죽 긋더니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란다. 그리고 그 아래쪽에 가로줄을 긋더니 최저임금제가 노동자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 얼마나 경제학 초보에게 충격적인 내용인가. 경제학의 한 가지 특징이 상식과 어긋난다는 점에서는 좋은 선택이지만, 경제학 초보의 경우 역시 경제학은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는 학문이야 하면서 책을 덮어버리지 않을까. 그런데 그건 경제학의 기본 원리일 뿐이고, 현실 경제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끊이지 않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 Acemoglu의 이 논문은 굉장히 쉽게 씌여진 Theory 논문으로써 제목처럼 고임금 직업과 저임금 직업 두 종류의 직업을 둔 뒤 서치모델(탐색균형)로 균형을 잡는다. 논문의 결론은 실업수당 증가 및 최저임금제가 고임금 직업을 늘리는 쪽으로 직업의 질적 측면을 개선시키며, 또한 이 균형은 비효율적 균형이므로 적절한 규제가 노동생산성 및 복지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원래 이 논문은 Good Jobs versus Bad Jobs : Theory and Some Evidence라는 제목으로, Theory와 Empirical 파트가 모두 있는 논문이었으나, 에디터가 Empirical 파트를 버리라고 했는지 Theory 파트만 퍼블리쉬되었다. 관심있는 분은 Theory and Some Evidence까지 붙여서 함께 찾아보면 working paper 버전을 볼 수 있다.


# 모델은 서치모델 기본에서 직종을 두 가지로 나눈, 간단한 응용이다. 우선 시장에 두 가지 재화가 있어서 둘로부터 얻는 효용이 다르다. 이에 직업도 두 가지로서, 각각 다른 재화를 생산한다. 노동자는 동질적이고 구직할 때 본인이 어느 재화를 생산하게 될지 모른다. 문제는 서치 friction이다. 직업이 노동자들의 경쟁을 통해 바로바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직활동을 통해 확률적으로 얻어지게 되며, 이 과정에서 임금은 노동자와 기업간의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기업 역시 직업을 얻기 위해 포스팅(구직광고 - 채용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포스팅에 들어가는 비용(혹은 자본투자)도 두 직업이 서로 다르다. A 제품과 A직업이 비용이 더 든다고 하자.


# 이제 생산에 따른 surplus(잉여)는 (가격-자본투자)다. A제품이 생산비가 많이 들므로 기업 입장에서 가격을 높게 받아야 수익성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이상으로, 기업이 완전경쟁이라면 surplus로 자본투자비용을 회수해야 하므로, surplus도 A제품이 더 높아야 한다. 이 때 임금은 노동자와 기업간의 협상을 통해 surplus인 (가격-자본투자)를 나눠갖게 된다. 따라서, surplus가 높은 쪽이 임금도 높아진다. 서치friction이 없다면 애초에 surplus가 없고 동일한 노동을 하는 것이므로 임금이 같아야 하는데, friction 때문에 임금에도 격차가 생기는 것이다. optimal한 일반균형 상태에 비해 A제품이 wage가 높다면 A제품의 생산이 optimal보다 줄어든다. 외적인 restriction을 통해 A제품의 생산을 늘린다면 optimal에 가까워진다. 이게 이 모델의 intuition이다.


# 저자는 모델의 intuition을 설명하고 그 다음은 모델을 완전히 풀고, 모델이 풀리므로 welfare(surplus)도 계산 가능하다. 그 다음부터는 비교정학 - comparative static로 쭉쭉 풀린다. 미분을 통해서 어떤 parameter가 변할 때 균형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는 것이다. 미분값의 부호를 보면 움직이는 방향이 보이니까. 그리고 Extension들이 여럿 나온다. 노동자들의 직업탐색의 노력 수준이 바뀔 수 있다고 가정하거나, 구직시 A로 갈지 B로 갈지 모르는게 아니라 둘 중 하나를 골라 간다고 가정하거나, 실업수당이 예전 직장의 임금에 비례한다고 가정하거나, 등등등. 이 논문에는 intuition만 설명하고, 저자의 설명은 '해 봤는데 별 차이 없다'는 것이다.


# 지난번 언급한 논문만큼은 아니지만 이 논문도 쉬운 축에 속한다. 좀 복잡할 뿐. 할 일 없는 학부 고학년차로서 이쪽에 관심이 있다면 연습삼아 풀어보는 것도 좋다. Theory 논문 읽다가 든 생각인데, 일단 모델이 완전히 풀리면 그 모델은 아무리 복잡해 보여도 쉬운 모델인 듯하다. 비교정학-comparative statics로 분석 가능한 논문만 되어도 좀 나은 편이며 대부분의 모델은 존재증명 정도만 가능하고 풀리는 것은 별로 없다. 계량이나 좀 더 미시쪽의 다른 논문들은 다르려나? 또한 Acemoglu가 아닌 저자가 이런 논문 제출하면 퍼블리쉬가 잘 될까 싶기도 하다. 블라인드 심사가 원칙이긴 하지만 웬만큼 저명한 교수들은 working paper 올려놓고 세미나하러 열심히 돌아다니는데 블라인드 심사가 될 리가 있나.


# 그리고 저자가 '해 봤는데 별 차이 없다'고 하는 부분도 연습삼아 해 볼수도 있겠다. 논문에서 이런 경우가 종종 나오는데, 가끔은 이거 틀릴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나마 중요한 건 부록에라도 있는데 없는 경우는 사실 누구도 따로 검증해 보지 않으니... 혹시나 논문에서 확실하게 틀린 걸 발견하면 제목에 너 틀렸다고 크게 서서 저자에게 메일로 보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Reinhart-Rogoff 처럼 개망신 당할 수도 있는 걸 구원해준 셈이니 굉장히 좋아할 것이고, 심지어 어드미션에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단, 오타는 굳이 메일 보내지 말자. 퍼블리쉬된 논문에도 오타임이 쉽게 보이는 오타는 엄청나게 많다. 


# Acemoglu의 관심 분야는 대단히 넓지만, 대학원 거시 교과서인 Intro to Modern Economic Growth의 저자이기도 하고 이론적인 뒷받침이 아주 튼튼하다. 그리고 그 위에 Development, Growth, Political Economics, Labor, Network, Human Capital, Inequality 등등을 다루면서 전방위적으로 이론과 실증분석, 현실경제 데이터와 제도적 측면 등등을 고루 이용해 나가고 있다. 현재 경제학계의 최고 거물 중 하나. 아직 이 분의 저작들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시장경제에 대해 비판적이란 인상을 많이 받는다. 이 작은 논문도 어쩌면 그것의 연장선. 사실 나는 '학문의 중립성'이라는 말에 회의적인데, 학문에 있어서 '거짓말'은 없어야겠지만, 중립적이긴 힘들기 때문이다. 일단 내가 논문 주제를 고르는 순간부터 중립성이 깨지는 게 아닌가. 저자인 Acemoglu는 이 논문을 모델 셋업부터 하고 풀면서 결과를 찾았을까 아니면 이렇게 하면 최저임금제가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로부터 논문을 시작했을까. 둘 중 어느 한쪽도 아니고, 두 가지 모두가 크고 작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 최저임금제. 절대 경제학자들이 실제 경제에서는 원론만 갖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물론 그 내용이 원론 수준에서는 어려워서 원론에는 나오지 않고, 원론 지문에서는 그 원리가 다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시험에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머릿속에는 경제학은 최저임금제를 싫어한다고만 기억에 남아 있는 경우가 상당수다. 안습. 최저임금제와 이에 얽힌 사회복지 문제는 이론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론분석과 실증분석을 종합하여 검토되어야 한다. 


# 또한 이 논문은 직업을 두 가지로 분류하여 heterogeneity가 들어가 있다. 경제학은 '모델'을 사용하는데 이 모델이 분석이 가능해야 하므로, 다양한 특성들 모두를 continuous하거나 아주 다양하게 heterogeneity를 넣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 논문처럼 필요한 경우 A와 B를 두는 방법이 유용하게 쓰인다. 상당히 많은 경제학 분석의 시작은 기존 모델에서 보지 못한 Heterogeneity를 찾아서 설명 가능한 방법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정책 분석에서도 단순히 직업에 대한 실업률과 구직률이 아니라 직업의 질적 측면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다른 통계도 마찬가지로 질적인 측면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야구팬들이 타율만 보는게 아니라 안타의 '질'이 고려된 장타율을 보는 것처럼.


# 잡담이 길었는데, 끝으로 우연히 발견한 그림을 올린다. '10시간 일해서 벌 수 있는 돈'이라는 그림인데...



# 설마 국책기관에서 이딴 식으로 그림을 만들지는 않았으리라고 믿는다. 45,800원을 5만원으로 올림한 것도 모자라서 5만원권을 이용해 교묘하게 대충 봐선 한국이 안 적어 보이게 포장해 뒀다. 차라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어떤 네티즌이 어이를 상실해서 그림을 새로 만들었다. 원저자가 누군지는 정확하지 않은데 내가 발견한 곳은 루리웹.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community/2078/read?articleId=18332324&objCate1=497&bbsId=G005&itemId=143&pageIndex=22




# 이런 데 잔머리 굴릴 시간에 다른 통계 하나를 더 찾아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