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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Note

Liquidity Constraints, Household Wealth, and Entrepreneurship - Hurst and Lusardi (2004 JPE)

# 불평등 혹은 소득/재산 불균형에 대한 문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되어 있어서 다루기가 힘들다. 우선 절대적인 빈곤에 대한 문제를 별도의 문제로 제쳐두자. 그래도 '중산층 붕괴'의 문제는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는 충분히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중산층'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40에서 60% 정도에 있는 사람들의 경제적인 수준이 하락하고 있다면 충분히 문제 의식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80에서 95% 정도에 있는 사람들의 수준이 하락하고 있다면 그건 상대적으로 '사회 문제'라는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물론 세상에 불만을 갖고 사회 변혁을 이끈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유럽의 '부르주아' 그리고 한국의 '6두품' 혹은 '신진사대부'였다는 것이 아이러니이긴 하지만.


# 이 논문은 사실 그렇게 광범위한 논문은 아니다. 하지만 '창업'에 주목하여, 사람의 부(wealth)와 창업 결정이 거의 상관이 없음을 밝혀냈다. 특정 연도에서 사장님들의 재산이 물론 많다. 여기서 보려고 하는 것은 사장님이 아니었던 사람들이 새로 창업을 하는 경우 과연 부자들이 더 창업을 하려는 경향이 있는가 하는 문제다. 교육, 인종, 자녀 숫자 등 적절한 통제변수를 준 뒤 probit estimate를 한 결과는 10만$ 재산이 증가하면 창업 가능성이 0.5% 증가한다는 것. 데이터가 기반한 1989~1994년간 평균 창업 가능성이 4.5%였으므로 10만$ 재산이 증가하면 4.5% > 5%로 조금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건 linear estimate의 결과일 뿐, 추정 방법을 바꾸면 결과는 또 달라진다.



(그림은 클릭하면 더 잘 보입니다.)


# 위 그래프의 검은 실선이 방금 언급한 결과이다. 이걸 polynomial estimation으로 바꾸면 위 그래프의 곡선의 모양이 되는데, 다항식의 일차항의 변수는 0.018... 10만$ 증가가 0.18밖에 증가시키지 못한다. 그리고 wealth 값 대신 영역별 wealth dummy를 넣은 estimation이 위의 계단 모양의 그래프이다. 평균 창업 가능성은 재산 수준 12만불 기준으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0.7%) 하지만 32만불 기준으로는 크게 다랄져서 거의 두 배 차이가 난다. 그런데 32만불 선은 재산 상위 5%... 즉 (사장님이 아닌 사람 중에서) 재산 5% 정도의 상위층에 한해서만 재산 수준과 창업 결정이 영향이 있고, 나머지 구간에서는 별로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단순한 선형 모델로는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을 좀 더 디테일하게 살펴 중요한 사실을 잘 집어냈다.


# 그 다음 이 논문은 다양한 추가적인 추정을 시도한다. 창업할 때 적은 비용이 드는가 큰 비용이 드는가로 분류했는데 업종 선택 역시 재산 수준과 별 상관이 없었다. 또한 사회 진입 연령대인 젊은층만 따로 해 봤는데 역시 별 차이가 없었다. 또한 집값 변동으로 인한 재산 수준 변동도 창업 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유일하게 재산 수준 최상위층만 확실히 창업하는 경향이 두드러졌고 이 중 상당 부분은 professional business의 영향으로 설명된다. (Medical, Law, Accounting, Consulting...) 


# 이 결과는 중요한 시사점이 하나 있는데, 사람들이 돈을 더 빌릴 수 있는가 없는가 (liquidity constraint)가 창업 결정에 있어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90년대 미국에서 사람들의 창업에 있어서 돈 못 빌려서 창업 못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대부분 창업 할 사람들은 하고 아닌 사람들은 하지 않았다는 뜻. 물론 창업하는 사람들이 재산 수준 및 대출 가능 수준에 맞춰 창업할 종목을 정하는 상황은 발생할 수 있지만, 제한적으로 창업을 하냐 마냐에 있어서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 논문 이후, 등장한 논문들에서는 financial friction과 경제성장의 관계에 대해서는 보통 미국의 금융시장은 '완전하다' 고 보고 개도국에서는 friction이 심하다고 놓고 모델링을 많이 한다. 실제로 개도국은 돈을 빌리기가 어렵지만, 이 논문 덕분에 미국에서는 (적어도 모델을 세울 때는) 돈을 빌리는 제약이 없다고 가정해도 크게 문제가 안 된다. 


# 저자도 언급하지만 이 논문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부분은 survival rate이다. 물려받는 경우와 새로 창업을 하는 경우 과연 survival rate가 소득 수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창업의 수익률 및 생존률은 어떤지가 내가 제일 궁금한 부분 중의 하나인데 이 논문은 거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또한 창업 결정과 자진 퇴직 및 해고의 관계도 궁금하고, 'entrepreneurship'이 존재하는지도 궁금하다. 사업가 역량보다는 그냥 짤리고 할 일 없을 때 적당히 창업을 준비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말이지.


# Erik Hurst는 U of Chicago 경영대, Booth 교수로서 거시경제 교수이긴 하지만 그의 연구는 이론적인 화려함과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데이터를 통해서 간단한 계량분석을 한 뒤 거시경제에 적절한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연구를 많이 한다. 데이터를 제일 잘 다루는 거시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데이터워크가 제일 강한 학교인 U of Michigan 박사로, 나 개인적으로는 미시간 (+버클리) 출신의 데이터 위주 거시경제학 경향이 계속 커지리라 의심하지 않는다. Annamaria Lusardi는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교수로 Financial literacy, consumer finance 관련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