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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준비 Essential

탑스쿨 유학을 목표로 하는 후배들에게. (2012년 수정)

# 최근 경제학 유학 어드미션 현황을 보면서, 특히 탑스쿨을 목표로 유학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하고자 한다.


# 재단 장학금과 추천서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2006년 이후 탑스쿨 8에 합격한 사람들을 대략 추산하면, 내가 정확히 모르는 미국 학부 출신 학생들을 제외하면 약 20명 정도 된다. 이들 중 재단 장학생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6명이다. 유펜까지 포함하여 2009년 이후를 보면, 2009년에는 유펜 1명, 2010년에는 한 명도 없었고, 2011년에는 프린스턴 한 명, 예일 한 명이 있다. 단, 시카고는 펀딩 없는 어드미션을 상당히 많이 주는 곳이고 2008년부터 매해 최소 4명 이상 어드미션을 받았지만(미국 학부생 포함), 펀딩 문제로 다른 학교를 간 사람들이 꽤 있었다. 비슷한 경우로 유펜도 2008년까지는 펀딩 없는 어드미션이 많이 나오는 편이었다. 그리고 재단 장학생에 해당하지 않는 탑스쿨 합격자들은 거의 모두 강력하고 또 그 학교의 교수님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추천서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재단 장학금이 탑스쿨 합격을 보장해 주지는 않으며 추천서도 우리가 교수님 속마음을 모르는 이상, 그리고 각각의 학교에 어드미션 커미티가 어떻게 구성될지 모르는 이상 알 수 없다. 다만 유학 준비에 있어서 좀 더 이런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뜻.


# 운이 정말 중요하다.
아마 많은 학부생들은 수능시험 시스템에 익숙할 것이다. 비슷한 시험을 장기간 동안 여러 번 보고 시험 결과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국의 대학입시 말이다. 물론 시험 당일 컨디션이 중요하긴 하지만 여기에는 랜덤 요소가 들어갈 여지가 많지 않다. 모의고사 성적을 통하여 결과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며, 또 그 수능 결과를 통하여 대학 입시의 결과도 상당히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유학 어드미션은 그 정도로 예측이 간단하지가 않다. 아마 한국에서 SKY 에 들어온 사람들 중 외고/과학고 출신이 아닌 이상 다들 고등학교에서는 전체 탑을 다툰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만 모인 곳에서도 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다시 전세계에서 모아서 어드미션 결정을 내린다. 너 정도면 하버드나 MIT도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는 말을 듣는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는데, 수능시험과 같은 시험점수는 없다. 그러면 무슨 기준으로 입학과 불합격이 결정될까??

우리는 추천서, 라이팅 샘플, 학점, 수학 과목 수강 등 몇몇 중요한 기준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결국 어드미션 커미티에 있는 교수님들 나름이다. 결국 여러 개의 서로 상관관계가 별로 없는 요소들이 제각각 영향을 미치는 셈인데, 이 경우 그런 영향력은 결국 하나의 거대한 random normal로 수렴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자, 열심히 준비해야 하고 그 하나하나가 영향을 주지만, 어드미션은 항상 거대한 random factor를 안고 있어서 재수가 없고 운이 없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그런 상황이다.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런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준비했으면 좋겠다. 최근 몇년간 유학 결과를 보면 정말 의외로 어드미션 결과를 잘 받는 사람들도 있고, 정말 뛰어난 학생인데 어드미션 결과가 안 나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SK, 삼성 장학생인 경우도 결과를 기대했던 것보다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있어 왔다.

어느 저명한 경제학 교수님의 말씀을 빌리면 탑스쿨 어드미션은 '팔자'다. 탑스쿨 유학준비생들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거의 성공 가도만 달려왔을 텐데, 여기에는 본인의 노력 외에 랜덤 이펙트가 너무 크다. 결국 탑스쿨 어드미션만 보고 유학을 준비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며, 항상 second-tier 에 있는 학교들을 늘 염두에 둬야 하고 어느 학교에 가서든 본인이 지망하는 연구 주제로 연구할 수 있다면 좋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아니면 차라리 유학 준비할 때부터 한번쯤 재수해야 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든가. 암튼 본인이 risk-averse한 사람이라면 애초에 유학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 그런데 사실 second-tier 학교 입학도 간단하지 않다. 2008년 이후로, 매해 second-tier 급에서는 한국 학생들을 많이 뽑는 학교가 하나씩은 나왔다. 그 현상은 우연에 가까운 원인으로 일어났다. 만약 어느 해에 그런 학교가 안 나온다면? 유학 결과는 더욱 나빠질 수도 있다. 게다가 요즘 들어서 미국 학생들이 박사과정으로 몰리면서 어드미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갈수록 유학 결심은 '재수'와 같은 최악의 상황도 약간 더 높은 가능성을 두고 감안해야 하는 일이 되고 있다.)

# 미국 교수님들과 추천서, 유학의 상관관계.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사람들을 보면 해외의 교수님들에게 추천서를 받게 되는 경우 미국인들의 시각은 또 한국인들과 달라서 어떻게 추천서를 받게 될지 전혀 짐작하기 힘들다. 만약에 미국 학부생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하지만 한국인의 경우는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한 학기 가거나 한국에 방문교수로 한 학기 오는 교수님과 보는 게 전부인데 그것만으로 충분한 추천서를 얻기를 보장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후배들에게 해외의 교수님이나 수학과 교수님들에게 추천서를 받는 경우 자신이 지원하는 모든 학교의 추천서를 다 받지 말고 일부만 받아서 잘 분배할 것을 권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어떤 경우는 대박이 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꼬이기도 한다.

# 논문 준비
뛰어난 학자의 길을 가려면 학교의 랭킹 따위는 고려하지 않아야 하고, 또 어드미션을 잘 받는 제일 좋은 방법은 좋은 논문을 써서 라이팅 샘플로 보내는 것이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학부 성적만 가지고, 자신의 능력을 자신이 잘 모르는 상태에서,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논문에만 매진하는 것은 유학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위험한 선택이다. 논문에 매진하다가 다른 좀 더 기본적인 유학 준비를 못하여 결과를 잘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올해 외에 최근 몇 년간, 최소 3개 정도의 탑스쿨에서 어드미션을 받는 학생이 매해 최소 한 명은 있었다. 그들 대부분이 좋은 라이팅 샘플을 들고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 재단 장학생이었으며 학점과 영어 점수 등 다른 준비도 월등히 잘 갖춰진 상태였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겠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점은 최근 들어 미국 학부 출신의 한국인 (혹은 한국계 미국인)들의 어드미션 결과가 돋보인다는 점인데, 2007년 이전에는 잘 모르지만 2008년 이후부터는 탑스쿨에 매해 한두명씩 가고 있고 올해도 stanford GSB, 하버드, MIT, 예일, 시카고 등등에 합격자가 있으며, 두 명 혹은 그 이상의 학생이 거둔 성과라고 들었다. 외고 혹은 민사고에서 학부로 바로 유학을 가거나, 아니면 미국 학부로 편입하는 경우 그곳에서 좋은 성과를 얻는 사람이 매해 꾸준히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