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학준비 Essential

20위 이하 학교들에 대하여


# 학교 정보를 살펴보면, 당연히 랭킹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학교 이름이나 모든 면에서 생소하다. 그런데 조금만 찾아보면, 이들 학교들도 잡마켓 플레이스먼트가 좋은 곳들이 많으며, 또한 리서치 분위기가 좋은 곳들도 많다. 다만 학교 인원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다 보니 학교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대략 US news 기준으로, 20위 이내에 들어가는 학교와 그 이하 학교들 상당수는 학교의 운영 방침이라든가, 분위기가 상당히다른 편이며, 이 글은 20위 이하 학교들 모두에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많은 학교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 우선 학교들의 attrition rate, 탈락률이 높다. 절반 이상 탈락시키는 학교들이 많다. 이것은 개별 학교들이 정원을 유지하기 위해서 탈락률을 높인다기 보다는, 절대평가의 의미에서 기준이 엄격하다는 뜻이다. 퀄 시험을 통해서 탈락시키기도 하고, 학점을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하기도 하며 학생을 탈락시키지는 않지만 펀딩이 끊기기도 한다. 그 결과 cohort 인원수가 상당히 작아지는데, 10명 이하로 유지되는 곳이 많다. 이는 학교에서 박사과정 학생들이 질적인 수준을 어느 정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학교의 명성이 높지 못한 만큼, 우수한 학생만 박사로 배출해야 박사과정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퀄 시험 통과도 쉽지 않을 뿐더러, 학교에 따라서는 3-4학년 때도 학생의 퍼포먼스가 좋지 못하면 과정에서 탈락시키기도 한다. 이것은 경영대 박사과정들의 운영 방침과도 비슷한데 실제로 20위권 밖의 경제학 박사과정 중 몇몇 학교는 경영대 소속이고 또 경영대처럼 움직인다. (카네기멜론, U of Iowa, Purdue, ASU, U of Arizona 외 다수)

#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학교들에서 한국 학생들의 생존율이 결코 높지 않다는 것이다. 복합적인 원인이 있는데, 일단 이들 학교 학생들의 퀄 시험에 대처하는 수리적인 능력은 탑스쿨 학생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랭킹이 내려갈수록 인터내셔널, 특히 중국이나 인도 학생들의 비율이 높아지는데 이들의 수리적인 문제 해결 능력은 탑스쿨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1학년 때는 긴장하고 퀄에 모든 집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 그런 차원에서 1학년 때부터 리서치 혹은 RA를 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박사과정 최종 목표가 리서치라 한들 퀄에서 떨어지면 아무 의미 없다. 다같이 의무적으로 TA를 해야 하는 상황이면 모를까, 동기인 다른 친구는 아무 의무가 없는데 본인만 RA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퀄에서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아무리 본인이 한국에서 잘 했더라도 방심하지 말고 준비하며, 한국 사람이 한 학년에 많다면 스터디 그룹은 반드시 별도로 결성하여 동기들과 본인의 실력을 비교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면서 퀄 준비를 해야 한다. 그저 방심하다가 떨어진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전공선택에 있어서는 본인이 할 수 있는 분야가 더욱 제한된다. 보통 교수진 숫자가 적으므로 교수님이 없어서 못 하기도 하지만, 잡마켓에서 이들 학교들은 "미시학교", "거시학교" 뭐 이런 식으로 이미지가 잡혀 있으므로 그거 말고 다른 거 하면 주목받기가 더 힘들다. 이러한 학교의 이미지는 잡마켓에서 어느 분야의 학생들을 잘 배출하느냐로 결정되고, 단순히 대가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성격의 것은 아니어서, 교수들이 옮긴다고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몇몇 학교들은 그래도 종합적인 학교라는 양상을 지니기도 하지만, 다른 많은 경우 이런 학교의 이미지가 분명하게 영향을 미친다.

# 또한 교수님 수도 적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느 학교가 미시이론이 강하다고 해서 그 학교 가면 미시이론을 아무 것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소수의 교수가 잘 하고 잘 알고 또 좋아하는 것만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들 학교를 갈 때는 학교에 대한 정말 심도깊은 조사가 필요하다. 최소한 학교의 퀄 탈락률과 attrition rate는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모든 교수의 CV 및 관심사 체크, 그곳에 있는 한국인 교수님 및 한국 학생과의 연락은 필수다.

# 또한 한국인 교수님이 계신 학교들이 많고 많은 경우 한국인 교수님은 여러 부분에서 적응 및 박사생활에 도움을 주시는데, 한국인 교수님들 상당수가 지금 조교수 신분으로 테뉴어 심사를 눈앞에 두고 있어 일부는 남아 계시겠지만 또 몇몇 분들은 떠나실 것이다. 본인이 지도교수로 생각했던 교수님이 떠나는 것은 치명적이니, 그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반면 올해 잡마켓이 좋아서 또 새로운 교수님들이 이들 학교들에 들어올 테니 그것을 참조하는 것도 좋겠다.

# 동시에 이들 학교로 갈 경우 국내로 돌아오는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몇몇 학교의 경우 탑 퍼포먼스가 좋고 그 학교에서 아주 잘 한다면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지만, 국내로 돌아오게 된다면 학교 네임 밸류가 떨어지므로 비슷한 위치에 있는 다른 학교만큼 국내의 좋은 직장을 잡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최근 학교의 플레이스먼트가 급상승하고 있는 몇몇 학교들이 있지만 그런 곳일수록 국내에 생소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 이러한 학교들의 세부 내용은 본인이 직접 조사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나 자신도 학교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긴 하지만 학교 하나하나에 대해 알고 있지는 못하다. 특히 attrition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 베이스인 곳이 많기 때문에, 학생이 우수하다고 판단되면 attrition이 낮고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면 많이 탈락시키기도 한다. 또 대학원 프로그램 담당 교수가 바뀌면 달라지기도 한다. 별로 잘라내지 않던 학교가 퀄에서만 절반 가까이 탈락시키는 곳으로 바뀌기도 하며, 75%정도 잘라내던 학교가 2년만에 거의 잘라내지 않는 곳으로 바뀌기도 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학교의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 반면, 학교의 attrition에 대한 정책은 비교적 쉽게 바뀐다는 것이 좀 신기한 점)

# 하지만 이러한 학교마다 분위기의 차이, 세부 전공의 차이, 지도교수님의 관심사 등등이 다르므로, 본인의 성향과 맞는 학교에 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충분히 알아보고 본인에게 맞는 학교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본인의 유학 성공 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꼭 '직접'알아볼 수 있다면 알아봐야 한다.

P.S. 어느 학교 박사과정에 들어간 뒤 다른 학교로 옮기거나 재 지원하는 일은 최근에는 어려워져서, 여전히 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걸 믿고 유학을 일단 시작하는 일은 좋지 않는 듯하다.

P.S.2 사실 이 글이 여러 가지 반론 내지는 운영자에 대한 비난을 가져올 수 있는 글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웬만하면 블로그에 남겨놓고 싶은 것은, 나보다 실력도 있고 의지도 있는 사람들이 단지 정보와 상황 파악이 부족하여 유학생활을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예전 글에서 여러 번 언급했듯이 좋은 학교 가려면 운이 중요하고,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 중의 한 명일 뿐이라고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