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학 이야기

경제'학'의 '현재'를 읽는 법

# 지금 경제학에서 뭐가 잘 나가고 있고 아이디어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 경제학자가 아닌 사람이 그걸 보려면 노벨상을 체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벨상은 바꿔 말하면 명예의 전당과도 같다. 물론 대가 분들도 꾸준히 연구하는 분들이지만, 그분들이 노벨상을 받은 중요한 업적은 이미 2-30년 전에 탄생하여, 지금 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당장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특히 연구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 당장 사람들이 뭘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어느 교수님의 말씀을 빌리면, published paper는 무조건 이미 좀 늦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보통 유력한 저널에 출간되려면 시간이 좀 걸리니까 그 사이에 이미 엄청난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다.


# 그래서 현재를 보려면 탑저널인 AER이나 Econometrica의 forthcoming article들을 훑어보거나, 그리고 교수들의 세미나에 들어가 보는 게 좋다. (다른 학문은 좀 다른 듯 하지만) 경제학의 경우는 교수들이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논문들은 그들의 working paper로서, 현재 연구중인 페이퍼를 발표하고 참석한 교수들로부터 조언을 받아서 수정하는 페이퍼들이다. 즉 정말 연구가 진행중인 것들이다. 그래서 주요 교수들의 홈페이지에서 working paper들을 확인해 보는 것도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다.


# 문제는 그걸 일일이 확인하기 힘들다는 것. 제일 좋은 방법은 NBER, the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에서 제공하는 working paper들이다. 이곳이 모든 학자들의 working paper를 총망라하지는 못하지만, 상당히 많은 논문들을 포괄하고 있다. http://www.nber.org/new_archive/ 에 들어가면 매 주 이곳에서 나오는 working paper들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제목과 category 를 본 후 클릭하면 abstract까지는 개방되어 있다. 그 다음 관심이 있는 working paper 제목으로 다시 구글링하면, 아마도 저자 교수의 홈페이지에서 교수가 올려 놓은 working paper를 다운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소속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서 NBER에 접속이 가능하다면, 이 홈페이지에서 working paper를 직접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따로 이메일을 신청할 수도 있다. 그러면 월요일마다 NBER에서 이 주간 paper list과 abstract를 이메일로 보내준다.


# 이 외에 연구를 시작할 때 그 주제에 대해 포괄적인 review를 보고 싶으면, review paper들을 찾으면 된다. 기본적인 개념을 정리하고 그 주제에 대한 최근 페이퍼들을 간단하게 설명하면서 안내해 주는 논문이다. 보통 관심있는 주제가 나오면 그 주제를 다루는 최근의 review paper를 짚으면 관련된 literature 상당수가 그 논문에 링크되어 있어서, 큰 그림을 그리고 관심있는 논문들을 더 파고들어 갈 수가 있다.


# 안타깝게도 review paper 역시 다양한 곳에서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Annual review of economics가 그 역할을 제일 잘 하는 듯하다. 한 주제를 짚으면 그것에 대한 설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그 주제를 다룬 논문들을 폭넓게 다루면서 큰 그림을 그리는데 제일 주목적을 두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1년에 한 volume씩 나오기 때문에 해마다 어떤 주제의 논문들을 담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 외에 Journal of Economic Literature나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도 이런 종류의 논문이지만 한 volume에 담긴 논문 수가 적고, 또 이들 논문은 literature review도 있지만 중요한 개념을 설명하는 데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목적 자체가 조금 다른 셈. 기본적인 사항을 이해하는 데는 이쪽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각종 Handbook도 비슷한 성격이며, 위에 말한 NBER에서도 각 분야별로 Annual 발간물이 추가로 더 있다.


# 보통은 관심있는 논문들을 읽고,그 논문에서 말하는 Literature review들에서, 관심있는 사람은 여기에 설명이 잘 되어 있다고 안내를 하는데 거기에서 좋은 review paper가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3-5년 정도의 그 분야의 발전을 세세하게 체크해 주기 때문에 큰 그림 잡는데 상당히 유용하다. 다만 맨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그 분야가 활발하게 연구되는 만큼 연구할 거리는 순식간에 고갈되어 가고 있을 수도 있다. 여전히 몇 년 더 남아 있을 수도 있지만. 만약 남들이 풀지 못해서 연구가 잘 이뤄지지 않는 분야의 난제를 한번에 풀어내면 제일 좋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걸 해낼 수가 없으니까. 서두르는 수밖에 없다.




# 이번에 Annual review 2013년판에, Trust and Growth 라는 글이 실렸다. 나는 한국사회의 신뢰가 급속하게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종 정부 기관의 정보 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다양한 의견이 토론되기보다는 억누르는 것이 일상화되는 사회에서, 타블로 타진요 사건과 천안함 사건은 한국 사회의 신뢰 붕괴를 제대로 드러냈다고 본다. 그리고 이것이 경제성장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역시 뛰어난 경제학자들은 이쪽으로 연구를 상당히 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이미 Trust 지수도 만들어 놓았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나라들이 뒤섞여 있는게 특징. 중국도 Trust는 엄청 높다. 한국은 반면 결코 높은 편은 못 된다. 더 낮아지지 않을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