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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이야기

이혼 증가의 경기 부양 효과(?)

# 우연히 웹서핑을 하다가 기사를 하나 읽었다. 제목은 "이혼 증가는 미국 경제에 도움된다?"이다.

http://media.daum.net/foreign/newsview?newsid=20140219200106143


# 기사 내용이 일단 흥미로와서 과연 미국 기사 원본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Divorce와 Economy라는 키워드로 기사를 찾아 보았다. 일단 지난 1주간 나온 기사만 검색하니 원문 기사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블룸버그 뉴스. 아래에 이것도 링크한다.

http://www.bloomberg.com/news/2014-02-18/worsening-u-s-divorce-rate-points-to-improving-economy.html





# 그런데 내가 처음 Divorce와 Economy로 검색했을 때 떠오른 많은 기사들 제목은 이랬다. "경기 회복되면서 이혼 증가"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바로 경제학 전공하는 사람들의 필수 소양인 인과관계와 상관관계 문제다. 이혼율과 경기변동의 상관관계는 상당히 잘 나타난다. 불황이 한창이던 2009년 미국의 이혼율은 40년만에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관관계만으로는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아닌지 어느 쪽으로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다.


# 일단 경기변동이 이혼율에 미치는 영향은 확실하다. 이혼은 돈이 든다. 재산 분할과 각종 법률적 조언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집을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이혼을 하면 전업주부도 새로 직장을 찾아야 하는데, 불황일 때 직장을 찾기는 힘들다. 따라서 경기가 나빠서 살림이 팍팍해지면 이혼율이 낮아지고, 경기가 회복되면 이혼율이 증가한다. 쉽게 말하면, 먹고 살기 힘들면 결혼 생활이 나빠져도 좀 참다가 살림살이가 나아지면 이혼하는 것이다. Heterogeneity를 이용하면 이 경로는 더욱 명확해진다. 고소득층은 경기변동에 따른 이혼율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거나, 오히려 직종에 따라서는 불황일 때 이혼이 증가하는 경우도 많다. 'Financial constraint'가 이혼 결정에 상당한 영향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 그러면 이혼 증가는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위 기사에 있는 것처럼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경로가 존재한다. 한 가정이 두 가정이 되기 때문에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일하지 않던 여성이 일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활동 참가율이 늘어난다. 주택 수요 증가와 인력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는 확실히 경제에 좋은 영향을 준다. 주택 수요 증가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 효과를 가져오는 쪽이고,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는 전반적인 경제성장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이런 이혼 > 경기 부양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정확히 검증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경기회복 > 이혼의 인과관계가 상당히 명확하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반대쪽 흐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어떻게 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또한 불황일 때는 이혼 후에도 꽤 장기간 동거하는 경우도 많이 관찰되었다고 하니. 주택수요증가와 이혼의 관계도 딱 떨어진다고 할 수는 없다.


# 내가 또 하나 주목하는 부분은 한글 기사의 "경제에 도움" 이라는 제목이다. 경제에 도움된다는 것은 두 가지다. 단기적인 경기부양효과. 장기적인 경제성장효과. 주택수요증가는 분명하게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는 또다른 경제성장의 엔진 중의 하나인, 출산율을 건드릴 가능성이 높다. 출산율이야 일정 수준이 넘으면 큰 문제가 없지만 장기적인 경제성장 엔진에 이미 문제가 되는 수준으로 출산율이 낮은 나라에서는 이혼으로 출산율이 더 낮아지면 인구 감소와 함께 경제성장은 줄어들 것이다. 


# 또한 이혼가정의 아이들이 잘 자라날 수 있는지도 문제다.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이혼이 자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어떤 연구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낙태 합법화가 범죄율의 급감을 가져온 것은 유명하고, 성장 환경이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실이니까. 이혼율의 단기변동이 역시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도움이 된다고는 할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이혼율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면 이것이 경제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 경제학을 공부할 때 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할 때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개념인 하지만 논문 쓸 때는 잊어버리거나 착각하기 쉬운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문제, 단기적 변동과 장기적 성장의 문제, 전체적인 추세와 개별적인 추세의 문제(Heterogeneity)를 골고루 건드리는 토픽이라서 흥미롭다. 여기에 하나만 덧붙인다면, 경제성장도 결국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것이고, 그렇다면 Utility 개념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나 싶다. 영문 기사에는 드디어 이혼하게 되어서 즐겁다는 인터뷰가 올라와 있다. 파탄에 있던 결혼생활 밑에서 불행해 하다가 이혼으로 행복을 얻고 Utility가 증가하며, 그로 인한 생산성의 증가가 경기 부양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여기에도 애초에 이혼할 정도로 결혼생활이 힘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사회 시스템도 중요하겠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