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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이야기

실증분석과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들

# 나는 흥미로운 글이나 포스팅을 접하면 그것들은 가볍게 페이스북에 옮기는 정도에서 정리하고 이곳엔 잘 올리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에 접한 글들은 경제 및 경제학과 연관이 있으면서 실증분석과 데이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 주는 공통점이 있어서, 이곳에 합쳐서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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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최저임금제 논쟁. 얼마 전에 이곳에 올린 글에 어느 분이 리플을 달아주신 것처럼, 명망 높은 경제학자들이 최저임금제를 올려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http://www.epi.org/minimum-wage-statement/


# 현재 미국 정치권의 논쟁 중 하나는 최저임금제에 관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으나 공화당이 이에 반대하면서 대립하고 있다. 국내 기사를 링크한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4012939241


# 성명서에 함께한 경제학자들을 보면 하버드, MIT, 버클리가 주축이 되었고 600명이 넘는데... 노벨상 수상자가 다수 있다는 것보다도 최근 노동경제학의 중심적인 인물들이 많다. Katz, Saez, Autor 등등. 내가 올린 논문의 저자인 Acemoglu 도 물론 있다. 지난번에 올린 Acemolgu 논문은 아래에 링크한다.

http://econphd.tistory.com/454


# 최저임금제를 두고 일어나는 경제학자들 사이의 논쟁은 결국 이론이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할 때 실증분석이 답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학을 처음 접할 때 배우는 '특정한 가정 하에서의'이론적인 결론은 현실에 대한 시사점을 주긴 하지만 현실은 모델보다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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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글은 최근 커뮤니티에서 여러 번 이야기되고 있는, 북유럽 경제모델의 허상에 대한 내용이다. 


http://blog.naver.com/pretty119/130184094000


# 요약하면 스웨덴은 그렇게 천국이 아니라는 것. 스웨덴에 상속세는 없고 법인세는 최저 수준이며 자산 불평등은 대단히 심각하여, 계층 이동은 거의 완전하게 단절되어 있다. 계층 이동의 단절은 상호 계층간의 신뢰를 전제하는데, 현재 한국에서 이건 절대 불가능해 보인다. 석유가 터지지 않는한 예산제약이 존재하며 국민행복도 한계를 갖게 마련. 완벽한 국가는 없고 모든 국가 시스템은 나름대로의 문제점을 갖는다. 스웨덴의 경우는 높은 수준의 복지가 사회를 정체시키는 방향으로 흐를 여지가 높고, 그것을 법인세와 상속세를 없애면서 어느 정도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성공은 정말 어렵다. 다만 성공하지 못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많지 않을 뿐이다.


# 경제학을 보는 입장에서 이 글을 통해 생각해야 하는 것은, 자산불평등과 소득불평등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학에서는 자산불평등보다 소득불평등이 (다루기 쉽기 때문에) 자주 다뤄지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스웨덴은 세금이 높아서 소득은 대단히 평등하다.) 보여준다. 참고로 요즘에는 개개인의 소비자료를 뜯어서 소비의 불평등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불평등에 대한 measure도 간단하지 않다는 것. 


# 또 각종 제도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여러 나라의 통계를 접할 때 각 나라의 구체적인 시스템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야 하고 그걸 이해하려면 또 영어가 자연스럽고 능숙해야 한다. 나는 메이저리그 야구를 볼 때는 데이터를 상당히 체크하는 편인데, 몇몇 웹사이트에 선수들의 자료가 아주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내야구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한가지 이유도 국내야구는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야구 커뮤니티를 보면 데이터도 안 보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너무 많고 데이터를 가져오면 논쟁은 거의 종결된다. 경제학에서도 데이터 없이 세우는 이야기들은 그냥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일 뿐이다.


(추가) Gatsby Curve를 보면 북유럽 국가들은 모두 계층간 '소득'의 움직임이 크다고 나와 있다. 부모님의 월급과 자녀의 월급 사이에 상관관계가 낮다는 뜻이다. 다만 상술한 대로 스웨덴의 전반적인 국민소득은 비슷한 편이며, 따라서 상대적인 소득 순위는 변화가 심할 수밖에 없다. 또한 북유럽 국가 중에서도 자산 불평등에 있어서 스웨덴과 덴마크의 자산 불평등도는 대단히 높은 반면 핀란드와 노르웨이의 자산 불평등도를 대단히 낮다. 향후 더 건드려 볼 일이 많은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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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우연히 접한 신관호 교수님의 페이스북 포스팅. 페이스북 포스팅이라 이곳에 올릴 수가 없는데 교수님 영문이름은 Shin Kwanho 이니 페북 하는 분들은 직접 찾아보면 된다. 어떤 국가들이 미국 연준의 Tapering(양적완화 축소)에 취약한가? 하는 내용인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자본시장 규모, 환율, 경상수지, 인플레이션이 제시된 반면, 정부부채와 외환보유고는 관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흔히 외환보유고만 생각하던 나에게는 상당히 놀라운 내용. 논문은 아래 링크한다.


http://www.voxeu.org/article/fed-tapering-and-emerging-markets


# 그리고 그 포스팅의 댓글에서 추가적인 이야기가 더 이어진다. International finance 및 crisis 문제는 내가 아직 잘 모르는 분야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읽어보시고, 교수님 말씀 중 내가 흥미롭게 파악한 부분은 학문적 의미가 크지 않은 연구도 정책적으로는 의미가 상당할 수 있으며, 이론은 나중에 만들어도 되지만 나타나는 현상을 통해 요인을 찾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내용. 더 나아가 경제학자는 이미 확립된 사실을 이론에서도 성립하는지 확인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는 말씀까지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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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경제학을 하면서 이론, 실증분석(+데이터), 모델, 현실 어느 한쪽도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