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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이야기

Measure Theory 이야기



# 경제학 박사과정을 위해서 수학을 얼마나 들어야 하나요? 라는 질문에 제일 쉽게 답한다면 선형대수와 해석개론. 하지만 여기에 더하여 실해석을 앞부분 청강이라도 하면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 실해석은 Real Analysis 이지만 실해석의 앞부분은 항상 Measure Theory를 포함하고 있다. Measure가 뭔지 알고 Lebesgue integration이 뭔지 알 정도. 이 정도는 알아 두면 어디선가 쓰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 다양한 학부 수업들을 들으면서 경제학 문제를 풀다 보면 '경제학은 미분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경제통계학을 어렵게 가르치는 교수님을 만났다면, 수많은 expectation을 계산하면서 '경제학은 적분이다'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리만적분은 제대로 정의하기 어려운 때가 있다. Measure theory를 배우고 르벡적분을 배우면 거의 모든 형태의 추상적인 집합에도 적분을 정의할 수 있다. 해석개론에서 집합, 실수, 연속, 수렴, 미분 등에 대해서 수학적인 엄밀함을 배웠다면 여기서부터는 적분에 대한 부분이다.


# Measure theory는 한국말로는 '측도론', 말 그대로 '잰다'는 뜻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재는 방법은 두 실수간의 거리 (3.5에서 1.2 까지의 거리는 2.3이다.)나 실공간 상의 두 점의 거리 정도지만, Measure theory에서는 어떤 전체집합을 주고, 그 안의 부분집합들에 대해 숫자를 연결하는, 그리고 두 개의 조건을 더 만족하는 함수를 만들면 그게 Measure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재는 방법도 Measure가 되지만 어떤 형태의 추상적인 집합 위에도 Measure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적분을 하거나 Weighted average. 가중평균을 구할 수 있다. 이들 중 제일 일반적인 형태의 '재는 법'에서 구성한 Measure와 적분이 르벡Measure와 르벡적분이다.


# 적어도 Measure가 이런 거구나 하는 정도는 필요한 것이, 우선 우리가 아는 '확률'이 Measure의 일종이기에, 1학년 전필 들을 때 확률론을 조금만 깊이있게 배워도 Measure theory는 바로 쓰인다. 그리고 그 일반화된 개념 위에서 기대값을 구하고 적분을 한다. 학교의 커리큘럼마다 차이는 있지만 1학년 계량 퀄이 빡세고 또 1학년에 계량이론을 배운다면, Measure 에 대한 기초도 없으면 넉다운 당하기 쉽다. 그리고, 적분 개념은 경제학에서 아주 넓게 쓰인다. stochastic. 확률적인 상황에서는 물론이고, 사람의 능력에 따라 인구가 다르고 생산성이 다를 때 전체 생산도 적분으로 구한다. 물론 사람의 능력이 고졸-대졸-대학원 이렇게만 되어 있으면 그냥 더해서 계산하면 되지만, 많은 경우 능력을 continuous 하게 두고 푸는 것이 편하며, Measure theory에 의하면 모든 케이스가 적분으로 일반화되어 표현된다. 그 안에 있는 Measure만 다를 뿐.


# Measure theory 수업을 듣다 보면 이 과정을 다양하고 아름다운 증명으로 하나씩 하나씩 풀어 나가고, Measure의 존재정리, 표현정리, Measure간의 이동, 미분, 라돈-니코딤 정리 등등이 계속 나온다. 꼭 그런 증명까지 다 해 볼 필요는 없지만, general한 Measure와 그에 기반한 적분은 이론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논문에서는 깔고 간다. 즉 Measure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당연하게 넘어가는 부분에서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논문을 읽을 때 증명까지 다 읽을 필요는 없지만, 본문의 설명에서 심하게 막혀서는 애초에 큰 그림도 잡을 수가 없으니...


#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여러 거시 모델에서 노동자 (혹은 기업)를 Measure 1으로 가정한다는 거다. 0과 1사이에 노동자가 가득 들어차 있다. 자, 0과 1사이에는 실수가 몇 개나 있을까, uncountable. 노동자의 숫자가 uncountable하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 기업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n개가 있어서 Measure 위의 노동자를 나눠 갖기도 하지만 기업도 Measure 1만큼 있을 수도 있다. 그보다 적을 수도, 그보다 많을 수도 있고. 잠재적인 시장진입자도 포함한다면. 


# 노동자가 0부터 1사이에 가득 들어차 있을 때 노동자 한 사람은 한 점이 되고, 그 한 점의 Measure는 0이다. 노동자 100명, 1000명이 모여도 countable set이므로 Measure는 0이다. Measure theory에서는 이것을 Measure zero set이라고 부른다. 거시 모델이 전체적인 것을 자주 다루다 보니 이리하여 개개인의 의미는 축소되는 경우가 많다. 개개인은 Measure zero set. 아무리 모이고 발버둥쳐봤자 outlier밖에 안 되고 전체적인 흐름을 바꿀 수는 없는 건가? 거시경제를 공부하다 보면, 특히 이런 부분을 보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만약 게임이론을 공부한다면 반대로 개개인의 가치를 높게 보지 않을까. (근데 게임이론도 올라가면 다른 형태로 Measure theory가 중요하다.)


P.S. Measure theory라는 강의가 개설되어 있으면 그 수업을 들으면 된다. 보통은 Real Analysis - 실해석에 포함되어 있는데, 어떤 교과서를 쓰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서로 다르다. Royden이 제일 쉽다. 반면 Rudin의 Real and Complex Analysis는 보통 대학원 실해석 교재로 쓰이고 책 많은 부분이 위상수학 등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다고 생각하고 출발한다. Measure theory는 내 기억이 맞다면 Royden의 3~6장, Rudin의 1-2장일텐데 같은 Measure theory라도 얼마나 abstract한 Measure에서 증명하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차원이 다르다. 수업을 듣게 되면 메인 텍스트북을 꼭 체크하고, 모르는 책이라면 책의 목차에서 Measure theory 또는 Lebesgue measure, Lebesgue integration을 찾아서 그 부분까지 수업을 들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