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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이야기

"위대한 탈출" 왜곡번역 논란 정리




# 세상 이슈에 별 관심 없고 리서치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도, 이 사건은 꼭 알았으면 한다. 이번에 노벨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Angus Deaton)의 저서 "The Great Escape"를 국내에서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하면서, 저자의 의도를 심각하게 왜곡시키는 대형사고를 쳤다. 이른바 불평등의 문제를 지적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 이슈화되자 한경에서는 디턴의 책을 마치 피케티와 대립하는 것처럼, "불평등은 어떻게 성장을 촉발시키나" 라는 부제를 붙였다. 하지만 책 내용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책 내용을 구석구석 왜곡한 부분까지 이번에 발견되었다.


# 책에 대한 문제는 이미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상황이 뻔히 보였다. 매경에서 피케티 책을 번역해서 내면서 바람몰이를 일으키자 한경에서는 1. 피케티 VS 디턴의 구도로 책을 내면 책이 잘 팔릴 것이다. 2.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책이 필요하다. 는 의도로 책 내용을 왜곡, 위조했다. 14년 책 출간 당시에는 이 책의 영문판과 한글판을 치밀하게 대조해 본 사람이 아직 없었다. 하지만, 책 내용과 서문 및 홍보가 맞지 않아 책 내용을 거짓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의혹은 분명했다.


요약 링크 : http://blog.naver.com/neolone/220122944949

(이분은 그냥 익명의 블로거가 아니라 교육 받을 만큼 받고 금융사에서 근무하시는 국내 최강급 고수임)


# 이분은 작년 9월 번역본을 보시면서 서평을 올리셨는데, 일부 내용을 발췌하면 아래와 같다.


"""이 책의 주제는 표지에 나와 있는 '불평등은 어떻게 성장을 촉발시키나'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일부 국가들의 발전('위대한 탈출')에도 불구하고 이미 발전한 국가 내의 소득 불평등이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피케티와 동일한 입장이다) 또 발전에서 뒤처진 국가들의 존재로 인해 건강과 소득 양 측면에서 국가간 불평등이 잘 줄어들지 않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물론 국가간 불평등에 있어서 저자는 '불평등이 해소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장에서 이런 빈곤 국가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조가 오히려 빈곤을 가중시키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을 보면, 저자는 불평등이 빈곤국의 성장을 쉽게 촉발시킨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듯하다."""


"""그리고 에필로그 부분에 저자는 다시 한 번 '확인사살'을 해 준다. "미국의 경우 현재와 같은 극단적인 소득과 부는 지난 100년 이상 본 적이 없다. 부의 엄청난 집중 현상은 성장를 가능하게 하는 창조적 파괴의 숨통을 막아 민주주의와 성장의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

책 뒤에는 '정통 주류경제학자가 밝히는 불평등 그리고 빈곤 해소의 대안'이라는 문장이 나와 있다. """


"""자유경제원 원장 현진권 박사는 이 책 맨 앞의 '피케티 대 디턴'이라는  기고문에서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빈곤층의 절대소득도 상승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꼼꼼히 읽지 않고 쓴 글임에 틀림 없다."""



# 그런데 디턴이 노벨상을 받으면서 문제가 커졌다. 노벨상 받은 사람 누구냐는 기사를 쓰던 국내 언론사들은 초기에는 한국경제신문 측 홍보자료를 그대로 인용하여 '피케티'와 맞짱 뜬 성장주의자가 노벨상을 받은 것처럼 보도했고, 이에 이 책의 문제점을 알고 있던 사람들도 '그게 아니다'는 사실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좌파적 성향인 경향, 한국일보, 한겨레 등을 시작으로 디턴의 연구는 피케티와 대립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피케티를 보완하는 연구, 공존하는 연구라는 것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요약 링크 : http://blog.naver.com/neolone/220507253935



# 그러다가 이 책의 영문판과 한글판을 직접 비교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서문, 제목, 본문 곳곳에 왜곡이 발견되었다. 이걸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국내 마르크스경제학의 대표적 학자인 김공회 박사다.


요약 링크 : http://socialandmaterial.net/?p=33921

요약 링크2 : http://socialandmaterial.net/?p=33941

기사 링크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30651


# 한국경제신문 측은 여기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었지만 별 의미가 없었고, 이 소식은 디턴 교수와 프린스턴 출판사 측에도 전달되었으며, 이에 대해 공식적인 1차 입장발표가 나왔다.


http://wws.princeton.edu/news-and-events/news/item/press-statement-regarding-korean-version-great-escape-health-wealth-and


"""This edition, published by Hankyung BP, contained changes and omissions from the English text; and also included an introduction to the work by a Korean economist, explicitly positioning the book as a counterpoint to Piketty’s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These changes and new introduction were not vetted or approved by either the author or by Princeton University Press. """


# 전량 회수, 현진권 원장의 서문 삭제, 독립적 감독 하에 재출간 등등을 명시하고 있다. 



# 이건 '사기'다. 나는 디턴 교수와 출판사 측에서 한국경제신문 측에 대형 소송을 제기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동시에 그동안 한국경제신문과 다른 출판사에서 번역된 저서들도 완전히 신뢰할 수가 없게 되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한국은 나라 전체가 썩어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담하게 사람들이 금방 들킬 사기를 치고 거짓말을 하며, 사회와 정부 사이에 신뢰는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 덧붙여, 처음 문제제기를 한 분은 현직 금융권 종사자이며, 영문판과 한글판을 직접 비교하고 메일을 보낸 사람은 김공회 박사. 이 분은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이고 프레시안 기사를 쓴 이강국 교수님도 U of M Amherst 출신으로 (아마도) 비주류경제학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사건이 주류경제학와 비주류경제학이 한편이 되어서 한국경제신문과 자유경제원 측을 비난하게 만들었다는 데서 국공합작(...) 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주류경제학계에 있는 분들의 문제해결 움직임은 그다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못내 남는다.

"""[출처] 위대한 탈출 (앵거스 디턴)|작성자 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