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학 이야기

비전공자를 위한 경제학 가이드

# 경제학을 전공할 사람이라면 미시 거시 교과서부터 하나하나 쌓아 올라가면 된다. 하지만 경제학을 전공할 사람이 아닌데 경제학에 관심이 있다면, 학문적 접근은 최소화하고, 경제학적 사고를 키운 다음, 관심있는 각론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적 사고라는 것은 (여러 부분들이 있지만) 우선 인간이 가진 합리적 이기심의 존재를 인정하고, 인간이 합리적 결정을 어떻게 내리며 그런 가정 아래 상황이나 정책이 변할 때 인간이 어떻게 다른 행동을 하는지 고려하는 것이다. 


#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라 책을 추천하기는 좀 곤란한 부분이 있다. 경제학적 사고가 들어 있는 책으로 내가 접한 제일 좋은 책은 <경제학 콘서트> (The Undercover Economist)다. 여기에 경제학설사 이야기를 경제학적 사고와 함께 이야기해 주는,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도 강하게 추천한다. 여기에 경제학 개론을 좀 더 읽어보면 좋은데,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가 대단히 잘 쓰여졌고, 이준구 교수님의 책들도 좋다. 그 다음으로 각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행동경제학 관련해서는 한 권 정도 읽어보는 게 좋다. 경제학과 많이 다르면서도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제일 잘 하고 있는 것은 단연 심리학이다. <넛지>, <상식밖의 경제학> 등 좋은 책들이 많다. 


# 문제는 경제학적 사고는 사실 단순한 원칙들이 많다는 것이다. '인간은 법을 안 지키려는 마음을 누구나 일정 부분 가지고 있다', '정책만능주의는 인간의 반응을 고려해야 한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경제학적인 장기는 50년일지 100년일지 모른다' 등등. 그리고 기본적인 논리 원칙들은 개별과 종합의 구분, 다양성, 인과관계와 상관관계 등등. 그리고 이것들은 규칙적으로 명문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면 대안은,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에는 경제분야 고수분들이 대단히 많다. 언론, 금융, 정치 등 다양한 부문에 종사하면서 경제적 사고를 갖춘 분들이 꾸준히 글을 쓰고 있으며, 그런 분들의 글을 보며 생각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 대단히 도움이 된다. 일반 일간지에서 보던 수구적 자유주의 혹은 반시장주의에서 벗어나, 합리적 관점을 가진 분들이 매우 많으며, 이분들을 팔로우하거나 자기소개를 한 뒤 친구를 맺고, 그런 분들의 생각을 읽어 보면 좋은 훈련이 된다.


# 그 다음에 각론으로 관심있는 분야의 책들을 고르면 된다. 나는 책을 추천할 입장은 아니지만, 좋지 않은 책을 피하는 법을 설명해 보려고 한다. 시중에 나온 경제 관련 도서들 중에서는 불쏘시개급 책들 및 시한폭탄 급 책들이 워낙 많다. 아래 원칙은 100% 통하지는 않고, 특히 출판사에서 마케팅을 잘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문제가 될만한 책을 골라 주는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다. 나중에 어느 정도 공력이 쌓이면 읽어볼 수도 있으나 아직 부족한 수준에서 저런 책부터 읽으면 머릿속에 혼란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1. 신자유주의라고 쓴 책은 무조건 피해라.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는 아무렇게나 남용되고 있고, 보통 비주류 쪽에서 주류경제학을 싸잡아 비난할 때 쓰는 말. 도움이 되지 않는다.


2. 그동안의 주류경제학은 틀렸다고 과장된 주장하는 책은 피해라. 행동경제학 외에 이런 말을 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된 경제학은 아직 없다. 그리고 그런 경제학들이 충분히 인정받으면, 행동경제학처럼 주류에 편입될 것이다. 지금부터 손댈 필요 없다.


3. 경제사상과 경제학설사를 손대지 마라. 인문학이나 철학, 그리고 일부 사회과학에서는 학문의 역사가 중요하다. 하지만 수학과 과학에서 수학사 과학사를 깊이있게 배우지는 않는다. 경제학은 완벽한 과학은 아니더라도 과학적 방법을 추구하는 학문이기에, 경제사상과 경제학설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나중에 봐도 된다. 그리고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로 상당부분 커버된다. 


4. 자본주의라고 쓴 책도 피하는 게 좋다. 주류경제학의 핵심은 인간의 최적화이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시장'이다. '자본주의'라는 말은 쓰일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 기업지배구조 논의할 때 말고는 자본주의라고 쓴 책 역시 신자유주의처럼 잘못 쓰이는 경우가 더 많다.


5. 부동산 대폭락, 음모론, 대예언 이런 책은 거의 다 필요 없는 책들이다.


6. 책 저자를 보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 그리고 언론 내지는 금융권에서 직접 발로 뛰면서 감을 익힌 사람들의 책은 보통 좋은 편이다. 피케티나 크루그먼 같은 학자들의 이야기도 어느 정도 비판적으로 접할 필요는 있지만 그래도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하지만 양쪽 다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은 우선 주의해서 책을 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덧. 평소 생각하던 것도 있고 마침 어느 분이 질문도 하셔서 쓰기는 했지만.... 페북에 나보다 경제학에 대해서 수십배는 더 잘 아는 분들이 100명은 넘기 때문에 이 글을 쓰기가 굉장히 민망하다. 어린 놈이 너무 설치는구나 싶어도 귀엽게(...)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덧2. 저는 지금은 페북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저도 바빠지고 있어서, 점차 페북을 줄이고 있습니다. 머지 않은 시일 내에 완전히 친구공개로 전환할 것입니다. 팔로우하시는 분들은 친구신청을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