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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이야기

임금피크제 및 고용유연화에 대한 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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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데이터(통계)와 현장, 둘 다 중요하다. 하지만 둘 중 하나만 고른다면, 데이터다. 모든 현장을 한 개인이 다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개인이 가진 왜곡된 관점이 개입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는 좀 부정확할 지언정 모든 현장을 다 파악하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현장만 강조하면, “내가 좀 해봐서 아는데…”의 오류로 빠지기 딱 좋다. 관련링크 : http://ppss.kr/archives/39923


2. 아래 새정치연합 이용득 최고위원의 인터뷰가 바로 이 오류를 그대로 담고 있다. 저런 논리라면 사람들에게 인정도 못 받고 박살나기 딱 좋다. 노사는 분위기라는 말, 일자리는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문제라는 말(신자유주의네??) 은 노조는 양보 못한다는 말로밖에 안 들린다. 링크 : http://www.nocutnews.co.kr/news/4454359


3. 새정치연합은 노사정 대타협 같은 원론적인 원칙만 말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노동개혁 이슈에 파고들어야 한다.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쟁이 있지만 나는 궁극적으로 호봉제도 완화해서 나이에 따른 임금상승폭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년도 이미 연장이 되었다. 정년을 연장해 놓고 이제와서 임금피크제를 논의하는 것이, 애초에 서로 합의될 수 있는 사항을 이렇게밖에 처리 못하나 싶기도 하다. 천관율 기자님이 아주아주 잘 정리해 주셨다. 필독할 만하다. 링크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3965


4. 임금피크제는 받아들이고 해고요건은 완화되지 않게 저지하고, 실업급여 강화 및 비정규직 보호는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대신 법인세도 어느 정도 올리거나, 향후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을 법적으로 대폭 강화하거나, 고용에 대해 직접적인 세제 혜택을 주거나, 기타 기업도 경제위기를 함께 부담하자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혜원장님이 이용득 의원을 극찬했는데, 이용득 의원 그 분의 수준이 저 인터뷰보다 훨씬 높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겠다. 새정치연합이 노조 쪽에 선다면, 또 패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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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친님들의 말씀을 이곳저곳 모으니 임금피크제와 노동시장 유연화는 규정이지만 고용증가는 기업의 선의에 기대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면 안 되는가? 경찰이나 소방관 같은 비교적 힘들게 일하는 분들의 업무환경과 수입은 어느 정도인가? 지금도 경쟁이 치열한가? 그런 쪽에서 공공부문 고용을 늘려 나가면 되지 않나? 

더 근본적으로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법인세가 늘어난다면 이 금액으로 어느 정도는 고용을 장려하는 기업들에게 세금 혜택으로 돌려주고, 동시에 불필요한 국책사업들을 대규모로 제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단순히 새는 돈을 줄이는 정도가 아니라 사업 자체를 줄여야 한다. 그래야 어느 정도는 복지 확충으로 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공부가 잘 풀리면 더불어 잡생각도 많아지고 잡생각을 없애는 방법은 페북에 써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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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나 재벌이나 고소득자들을 털어봤자 그들은 잘 피해나갈 수 있거나 털어도 의외로 별로 나올 게 없다는 것부터 사람들이 좀 알았으면 좋겠다. 당위성의 문제는 차치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접근은 (1% 털어도 얼마 안 나오니까) 나머지 10~20%도 어느 정도는 양보해야 하는 것이고, 동시에 정부의 불필요한 국책사업들도 보다 철저하게 감시하고 정리하는 쪽으로 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해야 하며, 1%에 대해서는 적당히 털되 얼마 전 부동산 증여세 감면과 같은 꼼수를 다시 막고 경제사범의 처벌을 강화하는 등, 1%와 10~20%가 다같이 양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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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시사인 이종태 기자님 담벼락에 이런 글이 있었네. 임금피크제 갖고 싸우면, 박살나기 딱 좋다는데 동감. 임금피크제는 인정하고, 다른 것을 더 받아내는 쪽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감세를 어느 정도 되돌리고 소득 2-3억 이상에 더 높은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 등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청년실업도 더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협상 과정에서 파열음이 나면 날수록 불리한 건 새정치연합인 것도 명심. 애초에 정년이 연장되었으니, 노동자 입장에서는 예전에 비하면 혜택을 받은 거다. 그런데 이제와서 임금피크제를 극렬하게 반대하는 것도 웃긴 거고, 무작정 정년부터 늘려준 정부도 웃긴 거다. 솔까말, 정부가 애초에 노조랑 대판 싸우려고 무작정 정년부터 늘려준 게 아닐까 싶기까지 하다.

최저임금 관련해서는 천관율 기자님 시사인 기사랑 여기 우한기님 글에 웬만한 건 다 정리되어 있어서 굳이 더 할 이야기가 없네....

덧. 하나더. 임금피크제가 궁극적으로 한국 직장의 호봉제를 바꿔 나갈 수 있다고 보기에 임금피크제에 찬성하는 부분이 있다. 청년의 연봉은 더 오르고, 장년층 연봉은 적당히 줄어서 균형이 맞춰지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연공서열적 직장 구조를 개선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우한기님 글 :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1011350682239085&id=100000924880632&pnref=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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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이라서 그런지 설명이 부족하고 불필요한 레토릭이 넘친다. 임금피크제를 미는 쪽에서는 기업이 임금피크제로 절약한 돈으로 청년고용을 늘일 거라고 '짱개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장시간노동을 줄여서 일자리를 늘리자는 것도 결국 '짱개식' 계산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은 어떨지 몰라도 화이트칼라의 경우에는 3명이 20시간 일하는 것을 하려면 4명이 15시간, 5명이 12시간 일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이 일해야 한다. 게다가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은 줄이려고 줄여지는 것도 아니다. OECD 노동시간 조사는 자영업의 영향이 클 것이고 (유정곤님 글 참고) 즉 임금피크제나 정부지원책만으로 신규고용이 늘어나지 않듯이, 노동시간을 줄인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신규고용이 늘어나는 것 역시 담보할 수 없다.

아마 국회계류된 세부적인 법률들은 효과는 있을지라도 '일자리 170만개'까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도 그렇듯이, 야근 및 각종 수당에 대한 지불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하며, 여기서 말하는 것처럼 주당 연장근로 제한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세부적인 내용들이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화이트칼라의 경우, "야근 금지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래 사내유보금 이야기도 그렇고 이 이야기도 그렇고, 구체적인 법률과 그것을 진행하는 방향은 충분히 타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레토릭이 너무 과장되어 있거나, 대놓고 재벌을 적대시하는 분위기다. 그게 먹힐까? I don't think so. 그러니까 그냥 임금피크제는 받아들이면서 다른 것을 더 얻어내자고.

민병두 의원 글 : http://m.etoday.co.kr/view.php?idxno=1171685#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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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유연화-인분교수-신뢰

1. 임금피크제는 (비록 불완전하지만) 여러 가지 이론적-당위적-전략적 이유들로 인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 하지만 노동시장유연화 (해고를 쉽게 하자) 는? 가능하면 막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노동시장유연화로 얻을 수 있는 이득들이 꽤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런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첫번째는 40대 이상 사람들이 해고되면 아무리 실업급여를 받아도 기초복지가 부족한 한국에서 상당한 위기에 처하며 동시에 40대 이상이 어디에서 재취업될 가능성도 충분하지 않다는 점. 두번째는 또다시 신뢰 문제다. 

2. 어떤 사람에 대해서 업무 평가를 하고 평점이 나쁜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고 해고까지 가능하게 할 때, 과연 그 업무 평가가 충분히 정당하게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특히 기업이 조직화되고 각자 개인의 역량이 정확하게 표현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업무 역량보다는 태도나, 혹은 아부를 잘 하는가에 따라 평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모두가 보이는 그대로 업무 평가를 하고 그것에 대해 서로 신뢰할 수 있을 때 어느 정도 해고도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데 한국에서 그건 당분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3. 인분 교수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외국의 추천서 시스템도 문제가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추천서에 대해 신뢰가 있기에 고용 혹은 박사과정 합격이 추천서를 거쳐서 이루어진다. 이것은 추천서를 비교적 있는 그대로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추천서에 그냥 듣기 좋은 말만 써서 기준이 없으며, 추천서 내용보다는 추천서를 써 준 사람의 힘과 권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에는 추천서가 '빽'이 되며, 그런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학생들의 목숨을 틀어쥐고 별 별 짓거리를 다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특히 추천서 인플레가 심한 사회에서,맘에 좀 안 드는 애를 매장시키기는 더더욱 쉬워진다. 미국 학계도 문제점들이 많고 누가누가 찍혀서 고생한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꽤 많이 들린다. 하지만 한국만큼은 아니다. 

4. 이 생각도 결국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그냥 내 '생각'일 뿐이지만, 인분교수 이야기를 들으니 또 짜증 및 걱정이 되어서 페북에 공유합니다. 각종 반론 및 비판은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