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그린 플러그드에 참가한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찬찬히 훑어보다가, 듣는 순간 귀에 꽂혀 버린 밴드 데이브레이크. 페스티벌에서의 분위기도 좋았고 이번 달 초 2집 발매에 이어 지난주 네이버 이 주의 앨범에도 선정되었다.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의 모던락을 들려 주는 이들은 라이브 무대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으며, 그래서 출국 전에 짬을 내어 콘서트에 가게 되었다.
공연장은 홍대 상상마당. 그러고 보니 이러한 작은 라이브홀에서의 스탠딩 공연은 이번이 첫 경험이다. 예상대로 여성의 비율이 최소 80%는 넘었지만, 이번에는 혼자 온 것으로 보이는 남자 관객들이 나 외에도 여럿 있어서 좀 위안이 되었다. 이들의 음악이 크게 보아 모던 팝으로 분류되지만 노 리플라이나 메이트 등보다는 좀 더 락의 에너지를 강하게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0분 정도 늦게,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 시작은 이번 앨범 Aurora의 첫 두 곡인 Aurora ~ 새벽의 빛, Fantasy 였다. 두 곡 각각 사랑의 시작,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등 밴드의 곡들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전형적인 이들의 노래다. 보컬 이원석은 공연 내내 아주 활발하게 움직이면서도 목소리로 에너지를 쉴 새 없이 발산해 낸다. 특히 본인의 기타 연주가 없는 곡에서는 손동작와 움직임, 표정 하나하나까지 아주 돋보인다. 사진으로는 율동 하나하나를 잡아 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아마 이 밴드가 여성팬이 많은 제일 큰 이유가 아닐까.
다음 곡은 역시 밝은 분위기의 Turnaround, 그리고 약간 조용한 분위기의 사진으로 이어졌다. 이번 공연은 2집 발매 기념 공연인 만큼 2집 수록곡을 모두 연주하고, 그 외의 곡들은 나름대로 새롭게 편곡한 버전으로 선보여졌다. 사진은 내가 1집에서 좀 주의깊게 듣지 않았던 곡이어서 편곡의 느낌을 잘 몰랐지만, 다른 곡들은 꽤나 충격적인 편곡들도 있었다. (뒤에서 알게 된다.)
다음은 어쿠스틱 세팅을 한 뒤 머리가 자란다, It's you (이지형과의 듀엣곡 - THEY 2010 싱글) 두 곡을 선보였다. 앞 곡 사진과 연결되어 머리가 자란다 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라이브와 연주로 곡에 집중할 수 있었다. (덕분에 어쿠스틱 공연 사진이 없다.) 데이브레이크의 대표곡과는 좀 다르게 조용하면서도 곡의 흡입력이 강하다. It's you로 들어서면서 다시 분위기가 밝아졌다. 이지형 보컬 파트는 다른 여러 멤버들이 나누어서 불렀다.
다음은 1부 마지막 곡... 벌써? 라고 하기에는 사진과 머리가 자란다가 워낙 호흡이 긴 곡이니까... 팝콘은 컴필레이션 앨범 LIFE의 타이틀곡이자 이번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테마송이다. 아직 이번의 리믹스 버전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아마 오늘 들은 그 버전이 테마송으로 믹싱된 그 버전일 듯. 반복되는 후렴구와 밝은 분위기로 대표되는 데이브레이크 대표곡이다. 그냥 설명만 하기 좀 아쉬우니까...
대표곡 팝콘의 리믹스 버전을 끝으로 1부가 끝났다. 다음은 게스트 타임인데, 두 사람 분의 의자와 마이크가 세팅되는 것을 보고 10센치를 예상했는데... 어라? 숨겨져 있던 히든 게스트 'O센치'의 정체는 정유종과 김장원이 급 조직한 '6센치'였다. 정유종 보컬로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김장원 보컬로 '아메리카노'가 아닌 '암내가나요;;;;;;'를 불렀다. 개그 멘트 실컷 날려 주었고, 재미있는 무대였다. 이들의 무대가 끝날 즈음 이원석 김선일의 무대를 기대했으나 옥상잿빛은 어제 해체했다는 6센치의 설명을 끝으로, 히든 게스트 타임은 조금 아쉽게 끝났다.
이번엔 진짜 게스트 타임. 지난번 서울숲 공연에도 보았던 나루의 등장, 세션으로는 칵스의 Shaun이 키보드를 담당하여 듀오가 되어 Jung song, 그대 나의 강 흐르네, Yet 세 곡을 불렀다. 나루의 음악 역시 크게 보아 모던 팝이지만 역시 락의 느낌이 있고 일렉트로닉 요소도 담겨 있다. 데이브레이크 콘서트이지만 나루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팬들이 꽤 있을 정도로 이들의 주 팬층은 비슷하다. Shaun의 반주와 어울려 지난번 기타 어쿠스틱 솔로 때와는 또다른 분위기를 주었으며, 언젠가 이어질 나루의 콘서트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