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첫곡은 2집 앨범의 맨 끝에 있고 대곡의 구성을 가진 '세상이 부르는 노래'였다. 몽환적인 열창에 한참 깊이 집중하고 나니 그 다음은 약간 의외의 선곡,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인 '들었다 놨다'로 이어졌다. (거의 맨 앞이나 끝부분에 있을 줄 알았다는) 좋다도 그렇고 팝콘도 그렇고, 들었다 놨다도 가사의 작법에 있어 반복적인 가사를 많이 사용하는 후크송의 경향이 데이브레이크의 또다른 특징이다. 도대체 노래 중간에 들었다 놨다라는 말이 몇번이나 등장하는지 셀 수 없을 정도.
다음에는 다시 한 번 조용한 선곡으로 키보드 김장원이 실연당한 후 만들었다는 1집 수록곡 '멍하니' 그리고 2집의 가을,다시 가 이어졌다. 공연 내내 중간중간 멘트도 적당히 길게 가져가면서 많은 즐거움을 준 것이 특징인데, 주로 보컬의 이원석이 주도하긴 했지만 다른 멤버들도 서로 많은 멘트를 나누었다. 특히 키보드의 김장원이 2부에서는 돋보였고, 베이스의 김선일은 생각보다는 좀 말없이 연주하는 모습이었다. 아무튼 오랜동안 음악 생활을 하고 늦은 나이에 밴드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멤버들 모두 아주 즐거운 모습이었다. 우리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다음은 멘트 없이 여러 곡 한번 달려 보겠다고 미리 선언을 한 뒤, 락 감각의 파워풀한 노래들이 이어졌다. 차례로 에라 모르겠다, Urban life style, Rock&roll mania, 좋다, Bumper car까지. 관중들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고, 모두들 음악에 빠져 환호하고 떼창을 했다. 이들의 무대 에너지도 대단하지만, 소규모 라이브홀 공연의 특성상, 좁은 공간과 홀의 음향, 조명 등이 좀 더 음악에 쉽게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았다. Urban life style, 좋다, 범퍼카는 모두 새롭게 편곡되었고, 좀 더 멤버들끼리 자유로운, 라이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Bumper car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들의 곡이니까... 지난번에 한 번 라이브는 링크시킨 것 같은데 이번엔 스튜디오 버전으로 링크한다. 놀이공원 범퍼카의 특성에서 힌트를 얻은 놀라운 가사 작법과 최고의 희망적인 가사, 들어도 들어도 너무 좋다.
한참 달려온 다음 2부의 마지막 곡, 꿈 속의 멜로디가 이어졌다. 이제 이쯤 되면 앵콜은 예의이자 당연지사. 앵콜 함성이 한참 이어진 뒤 멤버들이 다시 나오는데 응? 위치가 좀 이상한데?
베이스 김선일이 드럼으로, 기타 정유종이 베이스로, 그리고 보컬/기타 이원석이 기타만 잡고 대신 보컬/기타를 잡은 사람은 키보드의 김장원이었다. 이어진 곡은 1집 타이틀 곡인 사나이. 키보드 없이 하드락 버전으로 편곡되었다. 제일 놀랍고 충격적인 무대였다. 김장원은 터프한 보컬로 음악을 이끌었으며 구성을 다르게 한 이들의 연주도 아주 새로웠다. 버전이 제일 많은 곡 '사나이'에 또 다른 버전이 하나 추가되는 순간. 관객들 모두 탄성을 자아냈다.
마지막 곡으로는 혹시나 안 나오는 게 아닌가 하고 노심초사했던, 요즘에 내가 제일 많이 듣는 '불멸의 여름'이 등장했다. 계절적으로 여름이 끝나가기도 하지만, 가족들과, 정겨운 사람들과 헤어지고 새로운 모습으로 1년 뒤 다시 만나려 하는 지금 가사가 너무 맘에 와닿는 노래이다.
최고의 공연이었다. 3시간 정도를 빼곡하게 다 채웠고 멤버들의 호흡과 에너지, 역동적인 분위기, 관중들의 환호,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다. 유일한 단점은 브런치 시절의 노래가 하나도 없었다는 정도. (Beautiful day는 요즘에 제일 잘 듣는 노래 중의 하나인데... 그린 플러그 때는 불렀는데 오늘은 없었다.) 아무튼 출국을 앞두고 바쁜 시점에 처음에는 콘서트 참석을 망설였으나, 후회없는 3시간이었다.
SETLIST
1부: Aurora ~ 새벽의 빛, Fantasy, Turnaround, 사진, 머리가 자란다. It's you, 팝콘
게스트 타임: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아메리카노, June Song, 그대 나의 강 흐르네, Yet
2부: 세상이 부르는 노래, 들었다 놨다, 멍하니, 가을,다시, 에라 모르겠다, Urban life style, Rock&roll mania, 좋다, Bumper car, 꿈 속의 멜로디
앵콜: 사나이, 불멸의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