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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유학준비

경제학 박사들의 생산성에 대한 연구

# 미국에서 박사들의 과잉공급은 이미 이슈가 된지 오래다. 중국이나 브라질 등 개도국에서는 아직도 수요가 충분하지만, 미국과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단순히 기대수익으로만 판단하면 박사과정의 기대수익은 그다지 높지 않다. 교수들을 덜 뽑고, 포닥이 늘어나고, 박사과정의 기대수익은 석사과정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다. 리서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박사과정이 필요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 험난하다는 게 문제다. 분야마다 다르지만 포닥의 봉급은 그다지 높지 않고, 희생해야 할 것들이 많다.


http://www.economist.com/node/17723223


# 이와 관련하여, 최근 경제학 박사들의 생산성에 대한 연구가 나왔다. 각 경제학 박사과정 졸업생들이 실제로 아카데미아에서 논문을 얼마나 내고 있나에 대한 것이다. 조사대상은 1986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의 154개 모든 박사과정에서 박사를 받은 14299명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졸업 직후부터 6년간 (보통 테뉴어-정교수 심사가 6년이다) 논문을 얼마나 내느냐를 포괄적으로 조사했다. 물론 논문의 퀄리티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냥 논문의 개수가 아니라, 퀄리티를 고려한 AER 지수를 만들었다. 한 개의 AER 또는 Econometrica 는 1.5개의 JPE와 QJE와 동일하며, 2개의 RES, JET와도 동일하다. AER 1개를 만드려면 JME로는 3개, Economics letters로는 다섯 개를 모아야 한다. 논문공저에 대한 디스카운트도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peer-reviewed 저널에 한정하며, IMF working paper 같은 것은 제외한다. 그 결과, 학교별 결과는 아래와 같다.



# 이런 분포에서는 평균은 의미가 없고, 따라서 Percentile이 이용되었다. 이 도표는 각 학교에서 15년간, 제일 아카데미아에서 성공한 사람이 얼마만큼 성과를 냈느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번째 줄의 Chicago, 세번째 열의 90th를 보자. 숫자는 1.04다. 그 이야기는 U of Chicago 졸업생 중에 10% 만이 6년간 AER 1.04개 이상의 논문을 쓴다는 뜻이다. 즉, 아카데미아, 박사과정은 전적으로 슈퍼스타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TOP 10%만 해도 논문 수가 확 줄어들고, TOP 30%는 0.1~0.2에서 움직인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교의 경우 하위 30%는 peer-reviewed journal에 논문을 전혀 내지 못한다. 참고로 이 박사과정 TOP30 순위선정은 Publication과 Citation을 이용하여 박사과정 순위를 다시 계산했던 Coupé, Tom의 2003년 논문 “Revealed Performances: Worldwide Rankings of Economists and Economics Departments, 1990–2000" 에서 따온 것이다.


# 이 논문 결과는 사실 그동안 박사과정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과 상통한다. 그것을 숫자로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탑스쿨로 가면 성공률이 높다. 하지만 탑스쿨도 여전히 소수만이 아카데미아에서 성공한다. 랭킹이 낮은 학과로 가도 그곳에서 탑이 되면 성공률은 탑스쿨에서 어중간한 것보다 낫다. 다만 이걸 숫자로 보니 깝깝할 뿐이다. 하버드를 비롯한 탑스쿨에 가도 중간 정도 가면 0.05다. 


# 저자들은 이런 이유로, 우선 연구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유형적인 능력 외에도, 무형적인 능력들이 필요한데 이것을 어드미션과정에서 캐치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또한 잡마켓에서 조교수 잡 받는 건 placement 교수가 누구냐 학교의 정책이 어떠냐 그 해 그 분야의 잡 오프닝이 있느냐 등이 들어가 결국 상당히 랜덤한데,이런 잡마켓 결과가 그대로 리서치 성과에도 영향을 준다. 끝으로 박사과정이 교수가 선천적인 재능을 갖춘 소수만 골라서 밀어주고 나머지는 신경쓰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밖에 잡마켓 나올 때 이미 쓴 논문이 있냐 없냐가 향후 연구자로서의 성공과 별 상관이 없다는 결과도 나왔다.


# 나는 이 세 가지 모두에 비교적 동의한다. 단순히 머리좋고 열심히 하는 체질은 좋은 성적과 박사과정 추천서에 충분히 포함된다고 이 논문은 가정한다. 이 논문이 말하는 무형적인 능력은 창조성, 자기동기부여(self-motivation), 사람들간의 네트워킹. 이 정도는 무형적인 학자로서의 능력으로 당연히 언급되는 것인데, 이 논문은 하나를 더하고 있다. thick-skinned. 즉 비판과 모욕에 대해 대단히 둔감할 것. 이것을 성공적인 박사과정 학생의 요건으로서 본문에 언급하고 있다. 완전히 동의한다. 어떻게 내가 가진건 하나도 없냐


Economist 기사 링크 : http://www.economist.com/blogs/freeexchange/2014/11/productivity-phds

논문 본문 링크 : http://pubs.aeaweb.org/doi/pdfplus/10.1257/jep.28.3.205


# 단 이 논문의 허점은 박사과정 학생들이 대부분 아카데믹 잡을 지망할 거라는 가정이다. 애초에 아카데믹 잡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박사과정 학생들도 많다. 그리고 박사과정 프로그램의 목표가 아카데믹 잡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교수들에 따라서 프라이빗 잡을 학생들에게 잘 연결해 주는 사람들도 많다. 자료가 없겠지만, 만약 아카데믹 성과가 아니라 박사학위 받은 사람들의 Earning을 조사했다면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 하나 더. 이 논문에 나온 랭킹은 믿지 말고 참고만 해라. 2000년 졸업생까지 자료이기 때문에 현재 분위기는 대단히 달라졌을 수 있다. 단적으로 현재 Rochester 가 저 도표에 있는 것만한 성과를 내기는 대단히 힘들 것이다. 옆에 있는 cohort size도 현재와 다른 내용들이 곳곳에 있으며, 특히 만약에 학교에서 어중간한 박사과정 학생들을 많이 쳐내고 학위를 주지 않았다면 저 순위에서 대단히 높아진다는 문제도 있다.


# 결론적으로 아무리 실력이란 단어를 종합적으로 봐야 하고, 운도 실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운빨을 무시할 수 없다. matching quality.그것도 본인이 찾아서 되는게 아니라 교수님 성격과 취향까지 고려한 matching quality가 온전히 학생의 능력만으로 된다고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