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일자가 다가오면 다가올 수록 준비할 일은 많다.
하지만 더 준비해야 할 것을 선배들에게 묻는다면, 모두들 그냥 하고 싶은 것들을 하라고 할 것이다.
안타깝지만 당신의 미래는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기에,
지금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쉬라는 이야기다.
내 선택은 뮤직 페스티벌이었다.
평소 음악 없이는 못 사는 리스너이지만, 공연에 가 본 적은 많지 않았기에
어느 날 거리에 붙어 있던 Green Plugged 초창기 Lineup을 보고 소리를 지르면서,
지난번 GMF에 못 갔던 한을 이번에 풀고 말리라는 굳은 다짐을 했었다.
1시 반부터 9시까지 빽뺵하게 계획을 세우고, 노을공원으로 가는데...??
아뿔싸, 생각보다 찾아가기 힘들고 길이 멀다.
이전에 한 번 가 보았는데도 공원 위로 올라가려면 한참 걸어야 한다는 걸 잊고 있었다.
게다가 발권까지 생각하면;;;; 5월의 예기치 못한 폭염 속에서, 있는 힘을 다해 뛰는 수밖에.
다행히 첫 공연인 데이브레이크. 시작 시간에 겨우 맞출 수 있었다.
09년 헬로루키 결선진출.
페스티벌 직전에 발매된 민트페이퍼 컴필레이션 앨범 LIFE의 타이틀곡 '팝콘'의 주인공.
셋리스트: Urban life style, 범퍼카, 팝콘, 좋다, 신곡, 단발머리 등.
이런 류의 음악을 굉장히 좋아한다.
공연 내내 아주 밝은 모습으로 뛰어다니는 멤버들.
곧 발매될 2집의 수록곡도 불러 주었는데 대박!! 기원해 본다.
다음 무대는 서영은으로 바로 이어졌다.
'이 거지같은 말'을 반쪽짜리 라이브로 들을 수밖에 없는 게 아쉬웠지만
봄날 분위기에 누구보다도 어울리는 목소리였다.
완소 그대, 숨바꼭질, 내안의 그대에 이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앵콜 '혼자가 아닌 나'까지.
끝나기가 무섭게 Earth 무대로 뛰어갔다.
지도에는 Sky - Earth가 공연장 끝에서 끝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뛰어가니 금방이었다. 무대와 무대 사이가 지나치게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GMF 는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이렇게 좁아서는 옆 무대 소리가 다 들릴텐데... 과연...
비쥬얼이 눈에 띄는 밴드 트랜스픽션.
셋리스트: Radio, 내게 돌아와, 승리의 함성, 승리를 위하여, Nothing is impossible, get SHOW
월드컵을 맞아 요즘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그들은
그들만의 응원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려 주었다.
그 다음에는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을 가 볼까 고민도 했는데,
남은 여정이 만만치 않아 조금 쉬기로 했다.
손목밴드를 착용한 상태로 구역 밖으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구역 밖을 조금 나가면 서울의 전경을 훤히 보면서 거닐 수 있다.
안쪽에서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음악을 들으면서 지낸다.
무대 앞쪽에 많은 사람들이 가수 앞에서 응원을 하고
그 뒷편에서는 사진처럼 돗자리를 펴고 음악을 들으며 자연을 즐긴다.
친구들에게 내가 표를 뿌려서라도 같이 올걸. 계속 아쉬움 뿐이다.
다음은 최강 비쥬얼 듀오. ㅋ
셋리스트: 끝나지 않은 노래, Violet suit,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 시야 +@
'그대 걷던 길'만 지나쳐 듣고 한동안 이 그룹에 관심이 없었는데
공연 앞두고 Road 앨범 전체를 찬찬히 들으면서 음악 전체가 아름답게 들어왔다.
그 중에서도 옛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끝나지 않은 노래'를 제일 좋아한다.
장비 문제로 공연이 10분 이상 지연되면서 노래를 많이 못 들은게 아쉬웠다.
그런데 집에 와서 사진들을 보니 그 짧은 시간 동안 사진들은 하나같이 잘 나왔다는;
공연들 중 제일 만족스러운 팀은 그 다음 바로 이어진, 뜨거운 감자였다.
셋리스트: 따르릉, 비눈물, 수학이 좋다, 고백, 시소, 생각, 맛좀봐라.
40분의 시간을 거의 꽉 채워 완급조절을 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모습이
경험으로 다져진 베테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또 '고백'으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고.
이들의 음악을 좋아하면서도 뭔가 대중적인 히트곡이 없는 게 아쉬웠는데 다행.
10년뒤에 김C가 1박 2일에 다시 나와도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생겼다.
이지형과 윤종신의 무대로 이어졌다.
셋리스트: Nobody likes me, Beatles cream soup, 메탈포크 주니어의 여름, 빰빰빰, 산책
셋리스트: 그대 없이는 못살아, 수목원에서, 막걸리나, 본능적으로, 몬스터, 너에게 간다 +@
많은 히트곡과 최강 비쥬얼을 보유한 이지형의 공연 때 의외로 사람들이 없었다.
앞뒤로 있었던 뜨거운 감자와 윤종신에 비해서 앞쪽에 모여든 사람이 분명하게 적었다.
아마 이곳에 온 사람들의 관심 음악층이 언더보다 오버에 더 가깝고 다양해서인 듯하다.
시간 배분도 좀 짧게 받아서 아쉽기도 했고. 하지만 짧은 시간 충분한 공연이었고
새로운 느끼? 버전의 '산책'은 새로운 느낌이었다.
윤종신은 공연도 좋았지만 노래 중간중간에 몸개그 멘트개그 치는데 여념이 없었다. ㅋ
최근에 발표한 노래들을 주로 선보였으며 요즘 예능에서 힘이 좀 떨어져 보이던데
아티스트의 길을 좀 더 걸으시려나.... 음악 팬들에겐 고마운 얘기다.
제일 좋아하는 곡인 '너에게 간다'를 듣고 무대를 옮겼다.
다음은 MC 스나이퍼와 아웃사이더의 무대.
힙합이라는 음악을 잘 모르고 그들의 공연은 더더욱 모르지만,
이들도 다른 래퍼들과 함께 무대를 잘 이끌어 나갔다.
역시 클래스가 다르긴 다르다는 느낌? 정말 만족했지만,
다른 공연들을 잘 모르는 관계로 뭐라고 평가하긴 내가 좀 부족한 듯하다.
셋리스트: 남자답게, 외톨이, 주변인, 봄이여 오라, better than yesterday, run & run, 마법의 성, for you, BK love
아쉬움이라면 Gloomy sunday를 못 들었다는 정도. ㅠ.ㅠ
원래 계획했던 이승열은 지쳐서 못 보고 발길을 돌렸다.
음악과 함께했고, 또 많은 음악을 알게 되어서 감사한 하루였다.
내일은 또 어떨까??
(요즘 유학 얘기는 안 하고 음악 얘기만 하고 있는-_-;;;)
# 셋리스트는 순서가 뒤바뀌거나 빠진 곡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초상권이 문제가 될 경우 사진 삭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