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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준비 Essential

수학 과목 수강


경제학 연구 준비에 있어 제일 큰 논쟁은 수학이 어느 정도 필요한가 하는 것이다. 물론 왕도가 없을 뿐더러 사람들마다 의견도 아주 다양하다. 사람들마다 의견이 다른 이유는 교수님 혹은 각 대학원생의 세부 전공, 연구 분야에 따라 필요한 수학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고 이것을 모두 필드 별로 이야기하려면 나도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고, 내가 아는 부분만 이야기해도 끝이 없다. 그래서 두 가지 측면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하겠다. 첫번째는 유학 박사과정 어드미션, 두번째는 굳이 자습이 아닌 '수강'을 해야 하는 이유.

경제학 연구에 있어서 수학적 모델을 많이 사용하긴 하지만 경제학이 수학만으로 이루어진 과목은 아니다.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경제적 현상이고, 그것에 맞는 모델을 세우고 경제적 자료에 맞는 계량경제 분석을 하려면 경제학적 직관이 더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수학이나 통계학 전공자들이 처음 경제학을 접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 그러한 내용이다. 수학 과목을 지나치게 많이 듣다 보면 그러한 경제학적 출발점을 잊어 버릴 수 있다. 또한 최근 수학/통계학 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제학 field는 계량이론 밖에 없는 듯하다. 나머지는 거의 풀 수 있는 문제는 모두 풀었고, 풀 수 있는 문제를 풀고 여기에 경제학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경제학 박사 과정을 시작하면 우선 1학년 전필과목은 통과해야 한다. 이론적인 내용을 중점적으로 배우므로 수학적인 기반 지식이 있으면 상당히 도움이 된다. 언어 문제를 비롯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을 때 수학이 부족해서 발목 잡히면 뒤에 처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적어도 부족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찾아서 읽어 볼 때 그 내용 정도는 스스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기본 수학에 대한 내용은 필수라고 생각된다. 그런 내용을 알고 또 문제를 풀고 숙제를 하고 시험에 대비하면서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또한 미국 각 학교 경제학 박사과정 안내서를 보면, 대부분의 학교들이 수학 과목을 충실히 이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수학 과목 수강 여부 및 수학 과목의 학점은 입학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보통 일순위로 이야기를 한다. 이는 방금 말한 경제학 박사과정 1학년 과목의 성질을 그들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론적인 배경을 잘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는 학생을 원하며, 최소한의 수학 과목은 이수한 사람을 선호하고 수학 과목을 많이 수강했다면 플러스 요인이 된다.
UC-berkeley 경제학 입학 가이드라인 (보기좋게 나와 있다.)
http://elsa.berkeley.edu/econ/grad/admit-criteria.shtml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수학 과목은 수강하여 성적표에 A를 남겨 놓을 필요가 있다. 나중에 연구를 진행할 때는 수학은 필요할 때 찾아서 자습하면 되고 본인이 책을 이해하지 못하지 않는 한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어드미션 과정에서는 본인이 입학 담당자들에서 좋은 signal을 보낼 준비를 해야 하고 수학 과목은 그 핵심이다. 약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수학 과목은 A를 받지 못하면 안 듣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들어야 하는가? 에 대한 내 생각은 아무튼 분명하다. 선형대수와 해석개론을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나머지 미적분학과 미분방정식, 수리통계학과 실해석학 등은 본인이 수학 과목에 자신감이 붙은 경우 더 도전해 보면 된다.

선형대수학의 경우 미시도 그렇지만 특히 계량경제학에서 matrix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다. 그것에 익숙해지고 또한 강의 형태에 따라서 단순한 계산의 반복이 아닌 수학적인 의미를 짚어 주는데 그것에 다른 수학 과목을 듣기 이전에 도움이 된다. 사실 경제학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계산보다는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니까. (물론 계산도 중요하지만)

해석개론은 수학적인 문제 해결을 알려 주는 제일 중요한 과목이다. 제일 기본적인 내용부터 하나하나 증명하면서 해결해 가는 방법에 익숙해져야 경제학에 있어서 이론적인 접근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이게 익숙하지 않으면 경제학 박사과정 1학년 내용들의 의미가 머릿속에 전혀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입실론-델타를 이용한 연속의 정의와 open/closed set, 함수열 등 중요한 기본 개념도 익히게 되며, 문과생이 특히 취약한 삼각함수 등에 대한 계산을 별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적분학에 비해 부담도 오히려 덜 된다.

미적분학과 수리통계학의 경우 모두 중요한 과목이지만 미적분학은 해석개론으로, 수리통계학은 경제통계학 또는 대학원 경제통계연구로 어느 정도 대체될 수 있다. 그리고 해석개론을 충분히 들었으면 경제학 교수님들이 거시에서 함수해석을 언급하거나 계량/게임이론에서 measure를 언급해도 쉽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자습하면서 따라가거나 해당 수학 과목을 청강하거나... 아무튼 따라갈 수는 있다.

또한 본인이 해석개론과 수학 과목을 들으면서 수학과 연관된 이론적인 분야를 전공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 분야를 하는 것이 좋을지 가늠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수학 과목이 잘 들어오면 그걸 살릴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본인의 전공 분야를 미리부터 약간 좁혀 놓고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물론 영어가 부족한 한국인의 특성상, 수학의 유혹을 버리긴 어렵겠지만 말이다. (아무리 이곳에서 수학 공부하기 두렵고 꺼려져도 미국 나가면 수학이 제일 쉬운 상황이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수학 과목을 듣는 방법은 경제학과 상당히 다르므로 익숙해 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도 학부 수준의 경제학과 다르지만, 시험을 대비하는 방법도 다르다. 그래서 아예 방학 때부터 열심히 들을 각오로 예습하는 것이 좋고, 동아리나 게시판을 통하여 함께 공부할 사람들과 함께 스터디를 미리 준비하면 좋다. 숙제도 많고 모든 문제를 스스로 풀기 어려울 것이므로 함께 풀어보고, 시간이 모자르니까 서로 물어보고, 시험 전에는 내용 이해도 중요하지만 필요할 때는 암기에 도전하고, 정 풀리지 않는 문제를 위해서 솔루션을 구하는 등, 경제학을 공부할 때 필요하지 않았던 방법이 많이 이용된다. 이런 것들에 익숙해지면 결국 모든 내용이 나중에 유학 가서 다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간다.


# 수학이나 통계학을 복수전공하는 것은 본인이 그 분야에 아주 지대한 관심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나는 추천하지 않는다. 경제학에 거의 필요하지 않은 수학/통계학 과목들도 많이 들어야 하는데 그러한 비용에 비해서 복수전공을 통한 어드미션 및 여러 편익은 그만큼 커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다. 내가 다닌 학부 기준으로는 복수전공이 너무 어려웠는데, 특히 미국의 학부들을 보면 복수전공/부전공이 쉬운 곳들이 많으니, 그런 경우에는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 유학 준비를 늦게 시작했다면, 수학 과목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기엔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 따라서, 수학 과목 학습보다는 어드미션을 위한 수학 과목 수강에 더 신경쓸 필요가 있다. 대학원 과목 등 상위과목을 들으면서 부족한 수학은 그때그때 찾아보면서 해결하고, 필요한 수학인 선대-해석 정도만 수강해도 시간이 많지 않으니 그것만 채우자. 물론 늦게라도 수학 과목이 재미있다면 더 들어도 상관은 없다. 대학원생 신분으로도 학부 수학 과목 수강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는지는 직접 확인바람) 그리고 직장인의 경우는 방송통신대, 평생교육원 등을 이용하여 학점을 남길 수 있다. (이것도 직접 확인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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