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은 위에 열어보시면 됩니다. )
# 예전에 언더그라운드 음악들을 잘 몰랐을 때는 (물론 지금도 잘 모르지만)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후보 및 결과가 들어볼 만한 음악을 소개해 주는 좋은 통로가 되었었는데, 요즘에는 아는 노래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한국대중음악상이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를 연결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한편으로는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 결과를 준다. 이게 노 리플라이가 무관에 그쳐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과 관련은 있다.
# 한국대중음악상을 보다 보면 인디와 오버 모두에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인디와 오버 사이에 존재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홀대한다는 느낌을 준다. 대중 문화는 항상 변화한다. 그 와중에서 명작이라고 불리려면 기본을 잘 갖춘 위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실험적인 모습을 통해서 대중들의 주목을 받고 그 결과 과거의 유행에 식상해진 대중들의 취향을 바꿀 수 있는 것들이어야 한다. 대중 음악의 경우 그것은 음악 자체 외에도 기획력,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만들어진 아티스트의 이미지 등등 많은 것을 포함하지만,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명반은 실험성으로 존중받아야 하고 또 소속사의 기획력보다는 아티스트의 능력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도 맞다.
# 하지만 대중 문화의 영역에서 대중성이야 말로 제일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평론가들과 인디 뮤직에 관심이 있는 소수만이 아닌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서 진정한 명반은 실험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것이고, 10년 20년이 뒤에 그 명반을 처음 들었을 때는 비록 그 음반이 특별하게는 들리지 않더라도 마치 2-3년 전에 나온 노래처럼 들리는, 결국 시대를 앞서가는 느낌을 들게 하는 것이다... 라는 게 내 생각이다.
# 그리고 여기서 실험성이라는 것은 대중적인 장르에 포함되지 않는 모든 것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잘 만든 아이돌 가수들의 음반도 좋지만, 일단 현재 많이 나오고 있는 일렉트릭 팝과 몇몇 발라드를 제외한 모든 장르는 실험적인 것으로 간주하여 그 안에서 잘 만든 음반들은 주목해야 하지 않는가? 하고 생각한다.
# 따라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인디 저변 또는 홍대 등지에서 활동은 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소속사의 지원을 받으면서 대중적인 웰 메이드 팝음반을 만들고 있는 팀들이 실험성이 부족하다고 까여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실험성도 추구할 가치가 있지만, 음악 주류시장이 아이돌 위주, 댄스팝이나 발라드 위주로 돌아가는 현재 아직도 많은 2-30대 혹은 그 이상의 세대들은 90년대에 한참 왕성했던 싱어송라이터, 팝/락, 그리고 잘 쓰여진 가사로 대변되는 김동률, 토이, 이적 등등의 음악을 항상 그리워한다. 현재 대중음악에 그런 음악을 접할 통로는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 노 리플라이, 페퍼톤스, 메이트, 데이브레이크, 이지형 등등의 아티스트 그룹은 그런 의미에서 대중과 평론가 양쪽으로부터 소외를 당하고 있다. 이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이 넓긴 하지만 대중적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하다. 대중들이 이들의 음악을 접할 통로는 공중파에서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까. (유희열의 스케치북 정도?) 반면 이들의 음악이 어느 정도 확장한 다음부터는 평론가들도 이들의 음악이 실험적이지 못하고 식상하다는 이유로 홀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각종 시상식에서, 이들 그룹의 음악은 뭔가 후보작으로는 많이 오르지만 수상 경험은 아주 적으며, 네이버 이주의 앨범 선정 결과를 보면 평론가들로부터는 무참이 까이는 반면 대중들로부터는 찬사를 받는 현상이 늘 나타난다.
20010년 1월 페퍼톤스 3집.
http://music.naver.com/todayMusic/index.nhn?startDate=20100114
2010년 11월 보드카 레인 3집.
http://music.naver.com/todayMusic/index.nhn?startDate=20101125
그런가 하면 노 리플라이 2집은 몇몇 실험적인 시도가 있었는데, 거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상반된 것도 눈에 띈다.
http://music.naver.com/todayMusic/index.nhn?startDate=20101007
여기서 주목할 것은 최지호 님의 전문가 리뷰인데, 일단 90년대 팝적인 복고는 한국에서 물론 여타 인디음악보다는 잘 팔리지만 아직은 대중적이라고 말하기엔 정말 무리다. 대중적이라고 말하려면 뮤직뱅크 10위권 안에 한번이라도 이름을 올린 다음에 이야기하자. 결국 본인이 스스로 말한 것처럼 평론가라는 극히 소수의 사람들이 가진 취향에 안 맞는 것이 문제였을 뿐이다. 이에 대한 서교수 블로그에서의 평가는 완전히 상반된다.
http://blog.naver.com/prof_seo/120115238290
# 앨범 전체에 실험적인 시도를 한 곡을 두 세곡 넣는 것보다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감성이 있고 그것에 집중된 가사를 써내려가는 것이 더 나은 명반의 조건이 아닐까? 새로운 세대를 개척할 실험성이 부족하다고 까이기엔, 뭔가 그들이 갖춘 명반으로서의 훌륭함과 대중성이 많이 아쉽다. 서교수 블로그에서도 2010년 한 해 결산을 했는데, 주인장은 솔직하게 취향에서 안 맞는다는 이유로 브로콜리 너마저와 가리온을 제외했다.
http://blog.naver.com/prof_seo/120120867321
(앨범 부분에서는 조규찬이 1위, 보드카 레인이 2위, 가인이 3위였으며, 노 리플라이, 데이브레이크, 메이트, 페퍼톤스 등도 모두 언급되었다.)
http://blog.naver.com/prof_seo/120120966683
# 한국대중음악상은 초기에는 팝적인 감각을 갖춘 웰메이드 밴드에 대한 평가가 후했지만, 최근 그런 경향을 갖춘 밴드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이들 음악을 이제는 충분히 대중적인 음악으로 간주, 홀대하기 시작했다고 보여진다. 2008년 이적과 2009년 토이의 수상은 이들이 워낙 거물임을 고려할 때 조금 예외적이고, 아마 2005년인가 4년에 마이앤트 메리가 'just pop'으로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것이 마지막일 것이고, 그 당시 이런 음악 (지금 들으면 꽤나 흔하게 느껴지는)을 하는 밴드들이 많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 바로 전에는 러브홀릭이 수상했다.) 지금 들어도, 그리고 몇 년 후에 들어도 예전의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 명반이다.
# 대중음악상을 계기로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에 대한 썰을 풀다 보니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다. 아무튼 결론은 대중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단에서 열외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예전의 시절을 떠올리며 마이 앤트 메리의 곡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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