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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kt의 트레이드를 보는 상반된 시각

# 국내야구에서, 메이저리그에서나 있을 법한 대형 트레이드가 일어났다. kt와 롯데가 4:5의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롯데 장성우(25세 군필) 윤여운 최대성 이창진 하준호가 kt로 유니폼을 갈아입고, kt 박세웅(19세) 안중열 이성민 조현우가 롯데로 이적한다. 여러 선수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kt가 유망주들을 내주고 즉시전력에 가까운 선수들을 받는 형태다. 메이저리그나, 혹은 야구 좀 아는 분들 입장에서는, 이 트레이드는 롯데가 압승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kt 입장에서 이 트레이드가 그렇게 이해가 안 가는 것일까? 이 질문은, 프로야구에 있어서 '리빌딩의 정석'은 무엇인가, 라는 대단히 중요한 주제와 연관되어 있다.


# 팀 상태가 좋지 않을 때, 그 팀을 어떻게 강팀으로 끌어올릴 것인가,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2-3년 동안 전체 최하위를 각오하고 승률에 상관없이 유망주들을 양성하여, 3-4년 뒤부터 그 유망주들의 성장과 더불어 투자를 시작하여 강팀으로 만들어 가는 방식이 첫번째, 반면 비록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은 낮아도, 4할 5푼, 혹은 5할에 근접할 성적을 최대한 빨리 만든 다음, 팀을 그 정도에서 유지시키면서 강팀으로 만들 기회를 엿보는 방법이 두번째다. 첫번째 방법을 택한 경우 기존 선수들을 팔아 유망주들을 최대한 충원해야 한다. 반면 두번째 방법을 택한 경우 유망주를 팔아서라도 기본 전력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kt의 선택은 전형적인 후자다.





# 이른바 야구 좀 안다는 사람들의 시각은 전자를 선호한다. 국내에서는 그런 사례가 별로 없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렇게 고강도의 리빌딩을 거쳐서 성공한 사례가 어느 정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금은 다저스 사장이지만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저비용 고효율 팀을 구축했던 앤드류 프리드먼이 있고, 그에 앞서서 현재 디트로이트 단장인 데이브 돔브로스키 역시 97년 플로리다 말린스의 우승을 이끈 뒤 98년 파이어 세일을 단행했고, 디트로이트 단장 재임 초기인 2002-03년에도 무지막지한 리빌딩으로 2003년에 43승 119패. 승률 .265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06년부터 팀은 상승세를 타면서 이후 10년간 지구 1위 1순위를 차지하는 강팀을 만드는 기틀이 되었다. 최근에는 휴스턴이 2012-14년 그에 못지 않은 리빌딩, 탱킹을 진행한 바 있다.


# 반면 후자는 좀 더 전형적인 방법으로 케이스는 많은 반면, 실패한 사례도 꽤 된다. 5할 내의 어중간한 성적을 내다가 잘못 삐끗해서 최하위로 밀려버리는 경우가 종종 나오기 때문이다. 2012년까지 20년간 5할을 넘지 못했던 피츠버그가 실패 사례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뽑히며, 현재는 선수들의 노쇠화로 팀이 침체기로 접어든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놓고 고강도 리빌딩을 해야 하느냐 아니냐 논란이 야구팬들 사이에 흔히 벌어진다. 또한 김응룡 감독 재임기의 한화 역시 뭐 좀 해보려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사례로 꼽을 만하다.


# 일반적으로 야구를 많이 좋아하는 팬들은 전자를 선호한다. 우선 메이저리그에서 확실한 성공사례가 몇 번 있었고 실패한 적은 아직 뚜렷하게 없으며, 야구를 많이 좋아할수록 한 팀의 선수에 대해 빠삭해서 유망주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또한 우승과 승리의 기쁨 역시 알기 때문이다. 이번 kt의 트레이드에 대한 반감이 심한 것, 심지어 kt는 야구단 운영할 생각이 있는 거냐는 말까지 나오는 것 역시 이런 관점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 야구단의 목표는 무엇일까. 승리. 승리도 중요한 목표지만, 승리는 중간 목표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야구단의 궁극적인 목표는 관중 동원, 시청률 상승 등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만약, 백만원을 투자하면 1승을 더 거둘 수 있다고 하자. 그런데 승리와 야구단이 거두는 수입이 양의 상관관계를 갖기는 하겠지만, 완전히 비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 내가 생각하는 가설은, 승률이 일정 수준 (3할 5푼? 4할?) 이하로 떨어지면 관중 및 시청률이 급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승률이 4할 5푼이면 질 확률이 반 조금 넘는다. 하지만 승률이 그 밑으로 떨어지면 경기력도 저하되고 지는 경기 볼 맛도 안 나게 된다. 또한, 우승팀 수준이 아닌, 플옵 경쟁권만 되어도, 관중들의 주목도는 충분히 높아진다. 여기에 관중들을 끌어 모으는 요소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키우는 것 정도일 것이다. 즉, 열혈 야구팬들의 생각과, 어쩌다 야구를 보는 야구팬들의 생각은 다르며, 야구단의 수익성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열혈 야구팬보다는 라이트한 야구팬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열혈 야구팬들은 어짜피 관심갖고 보지만, 라이트한 야구팬,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마지널한 야구팬들은 쉽게 흔들린다는 것이다.





# 세이버메트릭스가 최근 들어서 대단히 발전하면서 야구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선수의 능력과 가치를 평가하는 기술은 혁명적으로 진보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은 승수가 야구단의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는 경영학, 혹은 경제학의 영역이다 보니,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의 경우 대규모 리빌딩을 한 말린스, 타이거스는 애초에 팀 상황이 안 좋아서 잃을 게 별로 없는 상황이었던 반면, 최근에 리빌딩을 진행한 휴스턴은 대도시에 있다 보니 엄청난 비난과 비판에 직면했으며 포브스에서 평가하는 야구단 가치도 수직하락했다. 즉, 생각만큼 대규모 리빌딩은 쉬운 일이 아니고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 여기에 추가로 국내 야구단의 경우에는, 수익성은 어짜피 대부분 마이너스이며, '기업 이미지'가 팀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야구단 운영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강화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며 기업 이미지를 더럽혀서는 안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업 입장에서 원하는 것은 우승할 게 아니면, 최하위를 면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이런 관점에서 보면 kt의 이번 선택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 리빌딩을 어느 쪽으로 해야 하는가는 다양한 조건들이 맞물려 결정되며, 정답은 아마 두 가지 선택 중 그 사이의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역시 제일 핵심은 리빌딩의 방향보다는, 선수들의 스카우팅과 잠재력 분석을 잘 해서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고 선수들을 잘 키워내는 일이다. kt 조범현 감독은 포수를 대단히 중요시한다. 그리고 기아 타이거스 감독 시절 포수 이성우 이름도 비슷하다 를 영입하면서 SK에 전병두를 내주는, 실패한 트레이드를 한 적이 있다. 또한 롯데는 뒷돈이 오간 트레이드가 분명하다는 의혹 속에 대형 유망주 고원준을 영입했지만, 인성 문제로 성장이 멈춘 데다가 토미존 수술까지 받았다. 이런 실패 사례를 기억하며 영입해 간 선수들을 잘 키우는 것이 결국 트레이드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덧. 스포츠 경영학 역시 학문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분야이다. 위에서 '내가 생각하는 가설'로 이야기했지만, 아마 관련된 연구가 분명히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덧2. 이 트레이드의 추가적인 문제는 박세웅 선수가 과연 적당히 잘 던지는 선발투수급인지 아니면 에이스급인지 하는 점이다. kt 입장에서는 올해 승률 4할에 근접하고 내년에 4할을 넘어서면 이 트레이드는 성공이고, 또한 여기에 박세웅보다 장성우가 팀을 대표할 만한 스타성을 보여줘야 트레이드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