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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KBO와 MLB, 그 스타일의 차이.

# 이 글에서는 국내야구와 해외야구의 스타일을 비교하려고 한다. 득점과 실점을 비롯하여 어떻게 공격과 수비가 이루어지는지 살펴보겠다. 우선, 이 글은 스타일의 비교이지 수준 비교가 아니다. 따라서, 이 질문은 '강정호 선수와 김광현 선수가 MLB로 간다면 얼마나 잘할까?' 같은 질문과는 상관이 없음을 미리 밝힌다. 


# 메이저리그와 국내 리그의 평균 기록을 비교할 텐데, 미국은 지명타자 제도가 리그마다 서로 달라서, AL(아메리칸 리그)는 지명타자가 있고, NL(내셔널 리그)는 지명타자가 없이 투수가 타석에 들어선다. 따라서 AL이 더 타자에게 유리하고 투수에게 불리하며, 이에 따라 점수가 더 많이 나온다. 이를 고려하여,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의 성적을 모두 살펴보도록 한다. 참조한 링크는 아래와 같다.


1) 베이스볼 리퍼런스 : 타격/수비의 전체적인 추세 참고

아메리칸 리그 타격 추세 : http://www.baseball-reference.com/leagues/AL/bat.shtml


2) ESPN : 2013년 타격/수비의 평균자료 참고

2013년 팀별, 리그 평균 타격 : http://espn.go.com/mlb/stats/team/_/stat/batting/year/2013/league/al


3) 다음 KBO 자료실

국내야구 2013년 성적 : http://score.sports.media.daum.net/record/baseball/kbo/trnk.daum?season_id=2013


1. 총 득점 (2009~2013년)

미국 AL : 4.82 > 4.45 > 4.46 > 4.45 > 4.33

미국 NL : 4.43 > 4.33 > 4.13 > 4.22 > 4.00

KBO : 5.12 > 4.98 > 4.53 > 4.12 > 4.65


# 우선 점수가 얼마나 많이 나는가 살펴보면, 평균적으로는 한국야구가 점수가 더 많이 난다. 미국 야구는 약물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타자에 따라 수비 위치를 다르게 가져가는 수비 쉬프트가 자주 이루어지면서 팀들의 타력이 계속 약해지고 있다. 반면 국내 야구는 매년 변동이 좀 심하지만 전체적으로 점수가 많이 나는 편이다. 2012년만 예외적으로 투고타저 현상을 보였을 뿐이다.


2. 타율/출루율/장타율

미국 AL : .256/.320/.404

미국 NL : .251/.315/.388


# 국내야구의 평균 수치는 없지만 팀별 수치는 위 링크에 나와 있으므로 비교할 수 있다. 공격력이 좀 더 높은 미국 AL 기준으로 할 때, 타율은 8위 한화의 .259보다 조금 못 미치고, 출루율은 9위 NC와 동일한데, 8위 한화의 .343보다도 상당히 낮다. 하지만 장타율은 4위 SK의 .406보다 조금 낮고, .386인 5위 LG부터 .348인 9위 한화까지 다섯 팀이 미국 AL 평균보다 훨씬 낮다. 2012년 국내야구 수치로 보면 더 명확해서, 타율은 6위 기아와 동률, 출루율은 국내 모든 팀보다 낮고, 장타율은 국내 모든 팀보다 높다. 


3. 2루타/홈런/도루

미국 AL : 279/167/95 => 220.4/132/75 (128게임으로 조정)

미국 NL : 269/144/84 => 212.5/113.8/66.37 (128게임으로 조정)

KBO : 205/88.67/129.67


# 위에서 본 장타력의 차이가 여기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홈런이 많이 나온다. AL의 경우 한국야구에 비해 정확히 1.5배의 홈런이 나오며, NL도 꽤 많이 나온다. 국내에서 홈런 최대인 넥센의 125개도 AL 평균에 못 미친다. 반면 도루는 NL의 경우는 한국야구의 절반 수준이다. AL도 NL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 13시즌 도루 최고를 기록한 두산의 172개는 162경기를 소화하는 MLB 최고인 캔자스시티의 153개보다도 높다. 한국야구가 도루를 훨씬 많이 시도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국내 야구단들이 용병투수를 뽑을 때는 주자를 묶는 능력을 늘 고려하고 있으며, 반대로 메이저리그에 나간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시즌 내내 도루를 한번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규정이닝 투구 투수 중 최소) 2루타 개수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4. 볼넷/삼진/병살타

미국 AL : 502/1222/124 => 396.6/965.5/98 (128게임으로 조정)

미국 NL : 474/1225/125 => 374.5/967.9/98.7 (128게임으로 조정)

KBO : 483/865/101


# 예상대로 볼넷은 한국야구에서 20%~30% 이상 많다. 그리고 삼진은 10% 이상 적다. 전체적으로 타율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지만, 국내야구는 출루와 도루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홈런은 적게 나온다. 따라서 컨택 위주의 스윙을 하는 만큼 삼진의 갯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의외로 병살타 개수는 비슷하게 나왔다. 미국 자료의 경우 땅볼에 의한 병살타만 계산했는데 국내자료가 어떤지는 정확하지 않다. 또한 미국 자료는 몸에 맞는 볼을 제외한 볼넷만을 인정했는데 국내 자료는 정확하지 않다. 몸에 맞는 볼은 볼넷의 10% 정도로서 이걸 포함해도 국내야구의 사구가 미국보다 여전히 많다.


5. 실책/QS/세이브

미국 AL : 89/83/42 => 70.3/65.6/33.2 (128게임으로 조정)

미국 NL : 94/87/42 => 74.3/68.7/33.2 (128게임으로 조정)

KBO : 81.2/56.8/33.5


# 수비실책은 미국에서 더 적게 나온다. 실책만으로 수비실력을 평가할 수 없지만 미국 선수들의 수비력이 국내 선수들보다 낫다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세이브 숫자는 의외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선발 QS는 예상대로 미국이 더 많다. QS는 선발이 6이닝이상, 3실점 이내로 막는 숫자다. 불펜투입이 빠르게 일어나는 한국 야구는 선발이닝소화가 적고, QS 숫자도 줄어든다.


6. 선발방어율/불펜방어율/선발이닝소화/희생번트

미국 AL : 4.17/3.68/955/31

미국 NL : 3.87/3.49/957/61

KBO 13시즌 각 팀 성적 : 삼성 4.06/3.86, 한화 5.76/4.81, 두산 4.79/4.28, LG 3.91/3.40, SK 4.13/4.28, 롯데 3.93/3.95, 기아 5.00/5.32, 넥센 4.35/3.78 NC 3.55/4.73


# 선발방어율과 불펜방어율의 경우, 미국은 전체 평균을 구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어 각 팀의 자료를 모두 올린다. 전체적으로 평균을 하면 국내야구도 선발방어율보다는 불펜방어율이 낮지만, 그 차이는 메이저리그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발투수는 미국에서 평균 5.9이닝, 6이닝에 조금 못 미치는 이닝을 소화하며, 희생번트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지 않는 AL의 경우 162경기당 31개. 5경기에 1개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그 회수가 적다. 국내야구의 경우, 14시즌 초 4월 14일 현재 평균득점이 5.34점으로 늘었는데도, 경기당 0.6개 꼴로 희생번트가 나오므로, 미국 메이저리그 AL에 비교하면 3배 이상 많다.



# 이 내용을 종합하면 몇 가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1. 국내야구는 출루와 도루, 미국야구는 파워에 의존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것이 국내 선수들이 미국 선수들보다 선구안이 더 좋거나 도루를 잘한다는 뜻은 아님을 기억하자.

2. 한국야구가 점수가 더 많이 나며, 14시즌 타자용병 증가로 이러한 경향은 더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3. 한국야구가 불펜의존도가 더 높으며 불펜이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한다.

4. 국내야구는 희생번트의 비중이 매우 높다.



# 전체적으로 국내야구가 스몰볼의 경향이 있으며 불펜 의존도가 높다. 정교한 야구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과감하지 못한 야구라는 생각도 든다. 야구에도 한국 특유의 실패를 다그치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가 반영되어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투수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인 피홈런이 두려워서 타자를 피하고 그 결과 볼넷이 늘어나며, 타자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인 삼진이나 병살을 피하고 싶어하며 그 결과 희생번트는 늘어나고 홈런은 줄어드는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투수나 타자나, 마인드 컨트롤이 경기력에 중요한 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





# 그리고 다른 것은 스타일 차이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희생번트다. 희생번트를 대는 것은 2-3점 낼 기회를 포기하더라도 1점이나 2점을 확실하게 내려는 것이다. 9회말이나 연장에서는 이런 전략이 유효하다. 하지만 평소에 이런 전략을 구사하려면 희생번트를 통해 역전한 뒤 그 점수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야구는 불펜의 이닝소화는 많지만, 불펜방어율은 미국보다 높다. 14시즌 타자들의 득점이 더 많아지면 불펜을 동원한 점수 지키기는 더욱 어려워질 터, 불필요한 번트는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