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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이야기

FTA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 나는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동시에 Trade는 내가 관심있는 분야 중의 하나이다. 그럼에도 FTA에 대해서는 찬성 혹은 반대의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조금만 들여다봐도 ISD 등 법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이 부분은 법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좀 더 필요하다. 그리고 경제학은 원론적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하지만 현실의 FTA는 자유무역이 아닌 각종 국제협약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고 두 가지 결론이 모두 나올 수 있다. 실증분석을 해 봐도 FTA로 성공한 나라도 실패한 나라도 있는데 이들 중 우리 나라가 어느 쪽이 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세세한 항목까지 따져보는 법 전문가나, 케이스 분석에 능한 정치학자들이 오히려 이 이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내가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오히려 일반적인 경제학자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점이었다. 우연히 흥미로운 두 글을 읽어 보았는데 서로 대비되는 점이 눈에 띄었다. 한쪽은 FTA 찬성, 다른 쪽은 FTA 반대 입장이긴 한데, 나는 이 두 글을 찬반 양론에 대한 근거를 살펴보기보다는, 서로 다른 경력을 가진 두 경제학자의 FTA를 보는 시선이라는 쪽에서 주목하고 싶다. 나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경제학 관련 기고나 도서를 볼 때 반드시 저자의 경력을 참고한다. 이 사람의 학자의 관점에 쓴 것인지 관료의 관점에 쓴 것인지 기자 혹은 작가의 관점에서 쓴 것인지를 알고 가는 것이 저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도 있고 또 학자가 아닌 경우 기본적인 경제학 지식이 부족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05163.html
# 이 분은 일단 경제학에서도 FTA에 대한 입장은 다양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하지만 정통 경제학의 관점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한미 FTA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글을 잘 썼다. 개인적으로는 한국과 미국 간에 어느 산업이 우위이고 열위임을 논하기 힘들다고 보지만, 뭐 전체적으로 맞다. 하지만 이 글이 그렇게도 정통 경제학적인지, 그리고 글 말미에 이야기한 것처럼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상한 것일까... 그건 의문이다. 우선 이분의 주장 중 첫번째는 정부/여당의 주장이 너무 허구적이라 경제학 논리로 반박할 필요도 없다. 두번째는 어줍잖은 내 지식으로 보면 조금 의문스럽다. 그리고 세번째는 독소조항 관련 논의로 경제학 이야기가 '아니다'.

# 저자 직함은 한림대 객원교수로 되어 있지만 근데 그냥 객원교수가 아니다. 예일에서 박사를 받고, 금감위 부위원장, 금융연구원 원장, 증권선물 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비서실 및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있었다. 이 정도면 한 사람의 경제학자가 절대 아니고 '경제학자+전문 관료'로 분류해야 한다. 마지막의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상하다'는 이야기는, 경제학자라면 내가 가진 정도의 정책에 대한 직간접 경험 및 이해도 갖춰야 한다고 들린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고 박사과정에 허덕이는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머나먼 이야기다. 좀 더 완화해서 '정책에 관심이 있고 대중적인 기고를 하는 경제학자라면 정책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하고 이야기해라'는 뜻이라면 납득이 간다. 경제학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줄어들겠지만.

http://www.kscoramdeo.com/news/read.php?idxno=4717 
# 이 글은 신문 기고가 아닌 교회 웹사이트에 기고한 글인 만큼 글이 좀 길다. 하지만 대상으로 하는 대중의 지식 수준은 일반 신문과 비슷하므로,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다. 글이 좀 길어서 눈에 잘 안 들어오긴 하지만, 일반적인 경제학자가 이야기할 수 있는 FTA에 대한 내용을 잘 정리해 두었다. 이 분은 FTA에 대해서 찬성하지만, 그럼에도 FTA가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도 비교적 충분히 언급하고 있다. 글 몇몇 부분에 종교적인 해석이 달려 있는데, 이 글을 쓴 곳이 교회 웹사이트인 만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고 글 전체 맥락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본다. 

# 글쓰신 분은 서울대 교수님인데. 국제무역이 주전공은 아니지만 이행기 경제와 경제체제 문제는 특성상 국제무역과도 꽤 연관이 된다. 이 글이 꽤 괜찮고, 또 보면서 뭔가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정말 일반적인 경제학자 입장에서 FTA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내용을 잘 정리했기 때문이다. 사실 교수님 입장에서 FTA의 필요성을 강하게 내세우고 싶었다면 최근의 관련 논의들을 찾아보거나, 혹은 본인의 권위에 의지하여 '최근 학계에서도 FTA의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같은 두리뭉실하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주장을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내용이 전혀 없다. 그리고 법적인 문제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는 것은 일반적인 경제학자들의 시각을 잘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또, 맨 마지막으로 FTA에 찬성하는 근거로는 역사의 흐름, 도전에 대한 응전을 이야기한다. 권위를 내세워서 밀어붙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최대한 솔직한 본인의 생각 그대로 쓰셨다는 느낌이 든다. 

# 친구의 facebook wall에 있던 글을 그대로 옮겨 온다.
Here, I offer a new explanation for the salary gap between mathematicians and economists: many economists are hired to justify a viewpoint. In contrast, I have never heard of mathematicians who proved a theorem to satisfy their masters."
# 아무튼 교수님은 viewpoint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경제학적 이론을 무리하게 가져다 쓰지는 않으신 것이다.


# 경제학자로서 세상을 어떻게든 보려고 노력하지만 갈수록 그 길은 간단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Krugman과 Cochrane은 두 사람 모두 최고급의 경제학자인데도 정부 거시정책에 대해서 상대방이 경제학의 기본도 모른다고 비난하고 있기도 하고. 뭔가 이야기를 좀 제대로 하려면 법학이나 다른 기타 알아야 할 것이 많은데 당장 박사과정에 허덕이는 내게는 너무 먼 이야기다. 최근 FTA에 대한 논문 연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결국 대부분 empirical estimation일텐데 그다지 읽고 싶지도 않고... 바쁘다. 시험 가까워 지는데 이렇게 잠시 시간 내서 블로깅은 할 수 있지만 관심 갖는 주제에 제대로 논문 찾아 읽어볼 경황은 없다.

# 항상 내가 전문가가 되기 전에는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서 경청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이유로 나는 facebook 혹은 사람들간의 대화에서 공격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볼 때는 지금 FTA에 대해서 적어도 많은 경제학자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이렇게도 될 수 있고 저렇게도 될 수 있지만 이렇게 될 가능성이 내가 볼 때는 더 높다라는 것 정도이고, 어느 한쪽이 논리적으로 옳다고는 쉽게 이야기할 수 없다. 반드시 상대방의 이야기도 경청해야 한다. (처리 과정에서 일어난 절차적인 문제야 옳고 그름을 말할 수 있겠지만 그건 경제학의 영역은 아니니까.)

# 요즘 세미나 들어가면 재미있어 보이는 것이 trade theory... global value chain 같은 논문들을 보는데 trade에도 contract theory가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서 흥미롭다. 동시에 ISD problem 같은 경우 실제적인 케이스를 좀 더 찾아보고 여기에 대해 합당한 수준의 risk attitude를 넣는다면 어떨까. ISD problem으로 인해 국가들이 협상에 좀 더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고 (글로벌 호구 제외) 그로 인해 FTA 협상이 비효율적이 되는 걸 설명할 수도 있을 듯한데, 봄 학기에 수업 듣고 논문 좀 읽어 보고 생각해 보자. 근데 사람들이 이거 좋아하려나?? 한국의 몇몇 사람들은 좋아할텐데 미국 사람들은 얼마나 관심 있을는지 모르겠다. (international은 trade / finance 모두 미국에서 그다지 인기가 없는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