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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이야기

AEA 미팅 후기



# 지난 주말 AEA 미팅에 있었다. 이번 미팅은 1월 6일부터 8일까지 시카고에서 열렸다. 사진에도 대략 보이지만 사람들 정말 많고 붐빈다. 지나가다 눈에 밟히는 게 모두 경제학자들. 신현송 교수님과 James Heckman을 호텔 로비에서 마주쳤었고 그 외에 얼굴 아는 교수님들은 수를 헤아릴 수 없다. 그리고 지인들도 매우 많다. 어느 지점에만 서 있어도 지나가는 지인들만 시간당 10명 꼴(=_=;;) 이번에 아는 선배 분들도 잡마켓에 많이 나오셨는데 한결같이 모두 바쁜 모습이어서 먼저 아는 척을 하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마음 편하게 온 다른 선배, 친구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 세션은 아침 8시(!!!)부터 시작한다. 8시, 10시 15분, 12시 15분, 2시 반 이렇게 네 시간대에서 3일간 11개의 time-group이 편성되며 한 시간대마다 50개가 넘은 많은 세션이 열린다. 주 핵심은 미국에서 제일 중요한 경제학회인 AEA와 Econometric society이지만, 다른 학회들도 많으며 비주류 경제학회의 모임도 있다. 한 세션은 두시간이고 발표되는 논문은 4개. 그리고 대부분 한 논문당 논문 발표와 discuss 발표까지 모두 이루어진다. 즉 논문을 발표하는 시간은 15분에서 25분 정도. 보통 세미나에서 논문을 발표할 때 1시간에서 1시간 반 잡는 것에 비하면 논문을 제대로 발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하지만 여러 논문들을 훑어보면서 전반적인 동향을 이해하기에는 수월한 면도 있다.

# 호텔 하나를 잡고 그곳의 많은 룸에서 논문 세션들이 이루어진다. 메인 본부가 있는 호텔이 있고 그 곳이 중심이며, 한두개의 호텔에서 세션이 더 이루어지며, 근처 몇 개의 호텔들에서 면접이 이루어진다. AEA 미팅은 학회만이 아니라, 그 해 phd candidate들의 잡마켓 면접이 이루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11-12월에 서류전형이 끝나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면접을 통보하며 종합 면접이 1월 초에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1-2월의 flyout을 거쳐서 최종 채용이 된다. 선배들은 면접장소가 있는 호텔들을 오가면서 바쁘게 움직인다. 면접은 2-30분 정도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호텔간의 이동거리를 계산하지 않으면 시간을 맞추기 힘들 정도로, 많은 면접을 본다. 물론 면접이 어느 정도 유의미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실제로 몇몇 flyout 후보들은 면접 전에 이미 결정되기도 하며 flyout 연락 상당수가 면접 직후에 나온다. (탑스쿨의 flyout은 이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 절반 이상이 나와 있다.)  

# 잡마켓에 나온 선배들은 면접이 모두 끝나고 뵐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70-80개 정도에서 240개 정도까지 많은 학교/정부기관/민간기업에 지원서를 낸 뒤 17-30개 정도의 면접을 3일간 본다. 3일간의 기간을 30분 면접, 30분 이동기간으로 할당하여 꽉 채워서 면접을 보는데, 보통은 9시부터 5시까지이지만 아침 7시나 저녁 7시에 면접을 보게도 되며 시간이 부족하면 전화로 면접을 보는 분들도 있다. 많은 선배들이 보통은 12시쯤? 자다가 면접 기간 동안 피곤해서 면접 직후 잠든 뒤 새벽 서너시쯤 깨어서 수면리듬이 꼬이는 경험을 했다고 하며, 이동할 때 구두가 걸려서 구두에 길을 들여 놓거나 운동화를 지참하라는 조언도 받았다. 시카고는 호텔이 밀집되어서 그나마 덜한 편이고 다른 도시에서는 이동하기가 더욱 힘들다는 말도 들었다. 한국의 KDI를 비롯한 여러 연구소에서도 면접을 위해 많은 분들이 이곳으로 온다. 특히 KDI에서는 지원자들 전원에게 식사를 제공하는데 그 해 잡마켓에 나온 한국 사람들을 대략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행사이다. 

# 저녁에 있는 리셉션은 전혀 가보지 않았다. 하지만 논문 발표가 20분만에 끝나는 상황에서, 어떤 면에서 중요한 것은 논문 세션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오랜만에 보고 반가워하는 것도 있고, 요즘 리서치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도 이야기한다. 한미경제학회에서도 리셉션이 제공되었다는데 가서 무료로 식사할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기도 했다. 리서치에 대해서는 호텔 주변 카페들에서도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이, 카페에 가면 정식 명찰을 달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혼자 페이퍼를 보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교수와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논문지도를 받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학생들 입장에서 멀리 있는 교수에게 직접 논문지도를 받거나, 혹은 논문 공저를 하는 경우 직접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이곳이니까, 근데 조금 신기하긴 했다. 평소의 이 곳 분위기는 이렇지 않을텐데. ㅎ

# 주로 함께 움직인 선배, 친구들은 3-4년차였다. 4년차 정도가 이곳에 오기 좋은게 적당히 잡마켓 분위기도 보고 세션 들어가도 아는 것도 많고 모티베이션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해서이다. 사실 나는 세션에서는 느낀게 많지 않고 그냥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하는 즐거움이 컸다. 친구들끼리 리서치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내 일행들이 대부분이 계량전공자들이라 나는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살아가는 이야기, 각 학교마다 분위기, 그리고 이곳에 오지 않은 다른 친구들, 유학 중단하고 돌아간 친구들 등등. 모두가 정신적인 stablity가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그 외에 교수님들도 오랜만에 뵙고 식사도 함께했으며,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교수님들도 있었다. 나중에 리서치 주제를 비슷하게 잡게 되면 서로 연락할 일이 더 많아지리라.

# 모두들 마음 속에 반가움, 즐거움, 더 열심히 하겠다는 모티베이션, 함께 나눈 이야기와 리서치 아이디어, 면접 결과에 대한 설레임과 두려움을 갖고 돌아갔다. 피곤한 주말이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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