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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각종 공연 후기+@

타임스퀘어 공연 후기 (옥상달빛 / 데이브레이크)

# 한달여 동안 한국에 들어와 있지만 주요 공연 일정은 이미 나를 외면한 것 같았다. 날짜가 간발의 차이로 빗나가거나 (노 리플라이, 검정치마), 요즘 내가 음악을 듣는 감성과 맞지 않거나 (디어 클라우드), 아직 이 밴드에 대해서 콘서트를 갈 정도로 (내 취향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브로콜리 너마저, 장기하와 얼굴들), 날씨가 나를 버리거나 (지산락페) 등등등. 작년에 보름간 진행된 서울숲 별밤축제도 올해는 일정이 없는 듯하고. 그 와중에 타임스퀘어에서 진행하는 무료공연이 눈에 띄어서 지난 주말 8월 6일/7일, 30분간의 짧은 공연이지만 라이브무대를 즐길 수가 있었다.



# 옥상달빛은 예전에 '하드코어 인생아'로 처음 접했는데, 달빛요정도 한 수 접고 들어갈 극한의 가사에 쉽게 밴드에 접근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다음으로 듣게 된 앨범 LIFE의 수록곡인 '구제불능'도 대략 같은 선상에 있었고. 그러다가 이번에 앨범 '28'이 나오고 '없는게 메리트'를 듣고서야 이들 음악의 좀 더 넓은 스펙트럼을 이해하게 되었다. 예전에 노리플라이 때도 '그대 걷던 길'을 듣고 밴드 음악 성향을 오해했던 것과 마찬가지. 아무래도 시험기간 또는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에는, 좀 더 긍정적인 노랫말을 듣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 5시 반쯤부터 리허설이 시작되었고, 세팅 뒤 여섯시부터 공연 시작. 영등포 타임스퀘어는 공식적인 무대는 아니어서, 탁월한 음향을 기대할 수는 없는 곳이었다. 공연 내내 연주는 괜찮은데 마이크는 울리는 느낌... 덕분에 두 분 모두 멘트를 많이 날렸는데 잘 들리지가 않았다. 하지만 즉석에서 버스킹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는 적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작은 Dalmoon, 그리고 EP 수록곡인 가장 쉬운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 다음은 EP 수록곡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another day. 힘든 나날을 보내고 하루 정도 day off 할 때 정말 즐겁게 들었던 노래다. 퀄 시험 기간 동안에도 이 노래와 함께 쉬면서 재충전할 수 있었고, 또 내가 미국에서 찍은 사진들로 얼마 전에 간단하게 뮤직 비디오를 만들기도 했었던 노래다.  


# 그 다음은 EP 수록곡인 하드코어 인생아. 보컬 없이 instrumental로 진행되었는데, 멤버 두 분 모두 솔직하게 이야기하긴 했지만 사실 제 컨디션은 아니었다. 특히 박세진은 연주 중간에도 자기 파트 쉴 때 잔기침을 계속 할 정도로 목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공연을 감상하는 데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니었고, 연주곡을 중간중간 배치하면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음악들을 들려주는 것이 오히려 감사할 정도였다. 다음은 이번 앨범 '28' 에서 제일 주목받고 있는 '수고했어, 오늘도'와 타이틀곡 '없는게 메리트'로 이어졌다. 힘든 일을 겪고 잠에 뒤척이다 다음 날 일어나 처음 듣는 '없는게 메리트'는 아침의 상쾌함과 함께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힘을 준다. 이 노래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잠시 내려갔지만 앵콜곡으로 이어진 '옥상달빛'까지. 짧지만 정신없는 삶에 쉼표를 찍어준 반가운 공연이었다.



# 다음 날은 데이브레이크. 작년에 그린 플러그드, 단독 공연에 이어 이번까지 세번째. 아예 공연과 내가 인연이 없었던 페퍼톤스, 메이트에 비해 데이브레이크는 매번 내 일정과 공연 일정이 잘 맞아 줘서 늘 감사해하고 있다. 옥상달빛 때나 이 때나 마찬가지로 남자는 나 빼고 거의 없고 여성이 대다수인 가운데 어제는 관중들의 반응이 비교적 조용하게 감상하는 분위기였다면 오늘은 확실히 열성팬들이 많았고 호응도 좋았다. 보컬 이원석이 완전히 목이 망가져서 한두달 정도 쉬었던 것으로 들었는데, 오늘은 스타일도 완전히 새로와 보였다.



# 이번에 진행될 데이브레이크 불멸의 여름 공연은 어쿠스틱으로 진행된다고 들었는데 이번 타임스퀘어도 어쿠스틱 기타, 멜로디언, 젬베로 세트가 구성되었다. 멤버 네 명과 젬베를 들고 나온 객원 드러머 이우승까지 다섯 명. 얼마 전에 노리플라이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던 이우승은 다른 멤버들 사이에서도 절대 외모로는(?) 꿇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setlist는 Aurora, 들었다 놨다, Shall we dance?, 좋다, Bumper car 다섯 곡으로 비록 곡 수는 적었지만 새롭게 편곡된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 쉽지 않은 경험을 한 셈이었다. 역시 이원석 보컬은 명불허전. 인디 씬에서 보컬의 역량만 본다면 거의 탑 수준이 아닐까.

# 요즘 앨범 전체적으로 제일 많이 듣는 밴드인 옥상달빛과, 늘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데이브레이크 모두 만족스러웠다. 지금과는 꽤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두 그룹의 라이브 모습으로 후기를 마무리하겠다. '옥상달빛', 'Bumper car'.


옥상달빛 - '옥상달빛' 나에게는 이 노래가 정말 로맨틱하게 들린다. 가볍게 춤추고 싶은 노래.
(가사는 아래에)





데이브레이크 - 'Bumper car'  이들의 여러 곡들을 좋아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곡을 뽑으라면 팝콘/Bumper car/에라 모르겠다 세 곡을 고를 것이며 그 중 하나만 고르라면 고민하다가 Bumper car를 고를 것이다. 오랫동안 기억될 내 삶의 활력이 되는 곡이다. 이 라이브 버전은 편곡도 다르게 되었으며 라이브 솜씨를 잘 느낄 수 있으니 반드시 들어보라.
(가사는 아래에)


들이받고 받아도 사라지지 않을 나의 꿈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