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이야기

Choi (1995 JIE), 인센티브, 그리고 람보르기니

econphd 2015. 3. 19. 03:28

# Optimal tariffs and the choice of technology Discriminatory tariffs vs. the 'Most Favored Nation'clause - Jay Pil Choi (최재필) (1995 JIE)


# 지난번에 벤틀리 이야기를 했지만 이번에 또 마침 람보르기니 사고가 났고, 이번엔 또 그것이 보험사기를 노린 범죄였다는 것이 알려져서 이슈가 되었다. 그리고 이 논문은 그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은 있지만 시사점을 주는 관련이 있고 마침 내가 보던 논문이라서, 함께 정리하려고 한다. 지난번 벤틀리 사건 때 올린 글에서는 외부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했었고 이번에는 인센티브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난번에 올린 글 링크 : http://econphd.tistory.com/510

(경제학에 관심이 없으신 분이라면 화면을 죽 내려서 중간에 있는 사진 아래부터 읽으셔도 됩니다.)


# Most Favored Nation, 이른바 '최혜국대우'는 국제무역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어느 나라 Home이 외국과 조약을 맺을 때 A국을 최혜국으로 대우한다면, Home이 나중에 다른 외국 B와 새로운 조약을 할 때 B와의 조약 내용이 예전의 A와의 조약 내용보다 유리하다면 A와의 조약 내용도 B와의 조약 내용 등급으로 자동으로 업데이트 되는 것을 말한다. FTA 관세 적용에 있어서 이 MFN은 매우 중요한 이슈이긴 하지만 이 조항의 적용에 있어서는 공식적으로도 특정한 경우에 예외도 가능하며, 실제 분석도 그런 예외를 포함하여 좀 더 심도있게 이루어지고 있다. 


# 이 논문에서 생각하는 MFN은 관세를 동일하게 부과할 것이냐 아니면 국가별로 다르게 매길 것이냐는 본질적인 문제에 한해서 분석하고 있고 예외조항이나 내가 매기는 관세를 상대 국가가 나에게도 적용하게 되는 Reciprocity (상호성)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최적관세는 국민, 소비자들의 편의 + 관세를 거둬 올리는 수입이다. (수입품과 경쟁하는 국내 산업은 존재하지 않고 모든 수요를 수입에 의존한다고 가정하자.) 관세를 너무 올리면 관세수입이 커지다가 어느 순간 수입품 매출이 줄어들면서 관세 수입도 감소하게 되며, 그에 앞서서 매출이 줄어드는 만큼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입하면서 얻는 효용이 줄어들 것이다.


# 이 논문이 전제하는 동일관세-차별관세의 상황은 한 나라 H가 자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수입품을 A-B 로부터 수입할 때, 동일한 관세를 매기는 게 나을까 차별 관세를 매기는게 나을까 하는 점이다. 수입품의 품질은 다르지 않고 동일하지만, 생산기업 입장에서 A는 생산기술이 좋아 저렴하게 생산하는 선진국이고, B는 생산기술이 나빠 겨우겨우 생산하는 후진국이다. 이제 상황은, two-stage game이다. 먼저 정부가 관세를 정하면 A-B 두 나라는 second stage에서 관세를 반영하여 생산량을 정하여 그걸 바탕으로 경쟁하게 된다. 꾸르노 균형이다. 그리고 정부는 이런 상황과 두 나라의 optimization 공식을 예상하여, first stage에서 관세를 결정한다.


# 이 상황에서 관세차별이 가능하다면, 정부는 어느 쪽의 관세를 올릴까, 선진국의 관세를 올린다. 꾸르노 균형에서 유리한 상황에 있으며 이윤도 많이 올리는 선진국의 관세를 올릴 때, 수입의 양이 일정할 때 (따라서 소비자 편익이 같을 때) 관세 수입이 늘어난다. 여기서 관세 차별을 국제법으로 막아 버린다면? 관세수입은 당연히 감소한다. 선진국의 기업은 이득을 보고 후진국의 기업은 손해를 본다. 이 때, 이런 효용/이익의 국제적인 총합은 관세차별이 불가능할 때 더 높다. 따라서 국제적으로는 관세차별을 금지하고 손해를 보진 후진국의 기업은 효용성 손실이 덜한 다른 방법으로 후원하는 것이 낫다.


# 최재필 교수님의 논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two-stage 게임 위에 zero-stage를 만들어 three-stage 게임을 만든다. 이 단계에서는 A국과 B국의 개별 기업이, 각 정부의 관세결정에 대한 예측을 바탕으로, 생산기술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다. 생산기술에 대한 일정 금액의 투자를 통해 각 기업은 생산비용을 감축할 수 있다. 관세차별 아래서는, Home의 정부가 기술이 좋은 기업에게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이것은, 개별 기업으로 하여금 생산기술에 대한 투자 유인을 저하시킨다. 투자해서 얻는 이익이 줄어드는 만큼 투자를 덜 하고, 따라서 그 기업의 생산비는 높게 유지되며, 생산비가 높은 만큼 생산량, 그리고 Home 국가 내에서의 판매량도 저하된다. 따라서, 해외기업의 이윤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관세차별이 온전하게 Home 국가 자신만 생각하더라도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 이 논문의 결론이다.





# 결국 중요한 것은 인센티브, 투자 유인이다. 경제정책의 많은 문제는 사실 생산성을 올리면 해결이 된다. 생산성을 올리는 것이 시간도 걸리고 불확실하니까 추가적인 경제정책이 필요하지만, 생산성을 올리게 하는 데 정책이 주는 영향도 중요하다. 여기서는 국제기업으로 하여금 투자를 더 하는게 수입하는 나라 입장에서도 좋다는 사실을 이용하였다. 이걸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비싼 외제차의 과실로 인한 사고 문제에 적용하면 어떨까?


# 일반적인 과실로 인한 사고는 자동차보험으로 처리가 되지만, 외제차는 일반적인 과실로 인한 사고도 처리비용이 렌트비용 합치면 1억을 훌쩍 넘어가고 일반적인 자동차보험의 대물한도는 보통 1억으로 결정한다. 그래서 순간의 부주의가 패가망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중요한 것은 수입차의 수리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고, 정책 역시 수입차의 수리비를 줄이는 방향도 논의되어야 한다.


# 고가의 수입차에 대해서 1억? 정도의 한도를 넘는 수리비에 대한 보험을 차주가 들게 한다면, 외부성 차원에서 바람직한 면이 있다. 여기에 부가적으로, 차주의 수입차 관리비용이 높아지고, 이것은 수입차의 수요를 줄여서 수입차 제조 및 판매사로 하여금 수입차 수리비를 줄이도록 노력할 인센티브를 준다. 이런 사기 사건 역시 수리비가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차주 입장에서 차를 대가로 거액의 현금을 타낼 수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반면 일반 소비자에게 자동차보험 대물한도를 높이도록 유도한다면, 보험사가 부가적인 이익을 볼 뿐 수입차 회사측에서 노력할 인센티브는 주어지지 않는다.


# 다만 그런 인센티브가 과연 얼마나 큰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앞서 말한 차등관세의 경우, 관세를 정하는 Home Country가 작은 나라이고 기업은 다국적기업으로 전세계에 수출하는 기업이라면 Home 국가가 관세를 조금 움직이든 말든 기업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수입차 수리비 및 수리기간 변화가 실제 수입차의 수요에 어떻게 반응할지, 그 탄력성이 얼마인지가 실제 정책의 효과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 일반재는 가격이 내려갈 때 수요가 상승하지만 수입차는 명품처럼 가격이 올라갈 때 수요가 올라가는 과시재의 성격이 어느 정도 있어서 상쇄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테면 지나치게 긴 수리기간은 수입차 수요에 분명히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 그리고 더 중요한 문제는 운전에 부주의한 사람들이 실수로 내는 사고를 줄이는 것이다. 실수로 사고를 내는 사람에게 강한 제재를 하는 것은 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아무리 범죄에 엄격한 형벌을 가해도 범죄가 일어나는 것처럼 실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 사고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사고를 막으려면 이런 금액으로 제재를 할 게 아니라 일반 부주의로 인한 사고에 대한 벌점이나 운전면허 규정을 외제차 소형차에 상관없이 강화하는 쪽이 옳다.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실수로 사람은 칠 수 있어도 외제차는 치면 안 된다는 상황이 될 지도 모른다.


# 최재필 교수님 논문은 기업의 투자비용함수에 '적절한 조건'을 가정한 뒤 이런 조건 하에서는 결국 철저하게 Home 국가의 관점에서 생각해도 관세에 차별을 두지 않고 동등관세를 적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최재필 교수님은 미시간 스테잇, 미시간 주립대 정교수로 조인구-한진용-박준용-최연구-신현송 교수님과 함께 미국에 자리잡은 한국 최고의 경제학자들 중 한 명이다. 미시이론 및 IO 가 메인 연구 분야이지만 국제무역 쪽으로도 연구를 하시는 분. 국제무역은 최근 양적 분석이나 기업 다양성 연구가 활발하여 국제무역 협약에 대한 연구는 최근에는 예전보다는 뜸한 편이지만 여전히 중요한 분야이다.


P.S. 이 람보르기니 사건은 다시 보험사기가 아니라는 보도가 나왔네요. 국내 언론은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http://m.geojesimi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