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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modern pop

김동률의 4월 16일

# 가수 김동률의 페이스북에는 4월 16일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전문은 맨 아래에 있고, 바로 아래의 글은 그 내용 중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나는, 그 누구에게든, 모든 것이 될 순 없다. 

내가, 그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또한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 또한, 분명 있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한다. 

뜨겁게는 아닐지라도, 지치지 않고, 오랜 시간.

그렇게 오랜 시간, 

나는, 

당신과 함께이고 싶다."""


# 그의 메시지에 백번 동의한다.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마음에 담고 해야 할 일은,

-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인지 파악하기, 

- 그리고 그 문제를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이야기하기

- 사람마다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걸 이해하기

- 뜨겁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함께하기

- 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기억하기

- 이것들을 1년 365일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마음속에 새겨 나가기 

뜨겁게는 아닐지라도, 지치지 않고 오랜 시간 지켜 나갈 수 있도록.


# 아래는 퍼온 전문.


작년에 연재했던, 강세형 작가와의 '음악을 읽다' 중 [동행] 편입니다.

오늘, 4월 16일.

함께 듣고 싶어서 다시 올려봅니다.



<동행>


꽤 오래 전,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지금은 가만히, 내 옆에 있어주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나는 그때, 조금 섭섭했던 것 같다.

무척 힘든 상황에 빠져 있는 친구를 보면서 

내 딴에는, 무엇이든 도움이 되고 싶어 애타하던 시절.

내 맘을 몰라주는 친구가 답답하기도 하고

내 친구가 이렇게 힘든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게, 화가 나기도 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내가, 친구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그 긴 시간 동안,

나는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냈다. 혹은, 떠나오기도 했다.

너무 많이 걱정하고, 너무 많이 사랑하고,

너무 많이 아파하고, 너무 많이 미안해하고...

그래서 내가

무엇이든 되고 싶고, 하고 싶었던 시절. 

그리고...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시절.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그토록 뜨겁게 사랑하고 뜨겁게 아파하느라, 

나는 번번이, 너무 쉽게, 지쳐버렸다. 

상대 또한, 지치게, 만들어버렸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뜨거운 것이 아니라 지치지 않는 것.

지치지 않고 

오랜 시간을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인 줄, 나는 몰랐다.

그래서 참, 고마웠다. 

그때 내게, 

지금은 가만히,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준, 친구가. 

날 떠나보내지도 떠나가지도 않고,

오랜 시간, 서로가 서로의 곁을 지키게 해준, 친구가.

언젠가 

글을 쓰는 후배의 블로그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한 젊은 소설가의 책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시대의 아픔을 이토록 잘 쓰는 작가가 있는데, 

왜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 걸까.

글의 힘이란 게, 과연 있긴 한 걸까?

글을 써서 밥을 먹고 사는 한 사람으로서

한 없이, 무력해질 때가 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들 또한, 

아무 소용없는, 아무 의미 없는, 혼잣말은 아닐까. 

그럼에도 왜 많은 사람들은 또, 글을 쓸까.>

나 또한, 

음악으로 밥을 먹고 사는 한 사람으로서

참 많이 했던 고민이다.

음악의 힘이라는 게, 있긴 한 건지. 

요즘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시대에

나처럼 음악을 한다는 것이, 과연 또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때마다 나는

꽤 오래전, 내 친구가 했던 말을, 다시 꺼내보곤 한다. 

가만히 내 곁에, 오랫동안, 있어달라던 친구의 말.

나는, 그 누구에게든, 모든 것이 될 순 없다. 

내가, 그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또한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 또한, 분명 있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한다. 

뜨겁게는 아닐지라도, 지치지 않고, 오랜 시간.

그렇게 오랜 시간, 

나는, 

당신과 함께이고 싶다.


(김동률의 곡 '동행'으로 이어집니다.)


넌 울고 있었고 난 무력했지 

슬픔을 보듬기엔 

내가 너무 작아서 

그런 널 바라보며 

내가 할 수 있던 건 

함께 울어주기 

그걸로 너는 충분하다고 

애써 참 고맙다고 

내게 말해주지만 

억지로 괜찮은 척 

웃음 짓는 널 위해 

난 뭘 할 수 있을까 

네 앞에 놓여 진 세상의 짐을 

대신 다 짊어질 수 

없을지는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나눌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꼭 잡은 두 손이 나의 어깨가 

네 안의 아픔을 

다 덜어내진 못해도 

침묵이 부끄러워 

부르는 이 노래로 

잠시 너를 쉬게 할 수 있다면 

너의 슬픔이 잊혀지는 게 

지켜만 보기에는 

내가 너무 아파서 

혼자서 씩씩한 척 

견디려는 널 위해 

난 뭘 할 수 있을까 

네 앞에 놓여 진 세상의 벽이 

가늠이 안될 만큼 

아득하게 높아도 

둘이서 함께라면 

오를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내일은 조금 더 나을 거라고 

나 역시 자신 있게 

말해줄 순 없어도 

우리가 함께 하는 

오늘이 또 모이면 

언젠가는 넘어설 수 있을까 

네 앞에 놓여 진 세상의 길이 

끝없이 뒤엉켜진 

미로일지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닿을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언젠가

무엇이 우릴 또 멈추게 하고

가던 길 되돌아서

헤매이게 하여도

묵묵히 함께 하는

마음이 다 모이면

언젠가는 다다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