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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Note

Young, Restless and Creative - Acemolgu, Akcigit, and Celik (2014 working)

# 지난 주에 Reseach 와 한국 문화에 대해 글을 썼다.(http://econphd.tistory.com/459) 어떤 '문화적 요인'이 질문이 없는 '현상'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연구능력 부족으로 이어진다는 '가설'에 대한 글이었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이 이런 문화적인 가설도 파고들어서 증명해내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현재 거시경제학, 혹은 전체 경제학 최고의 거물이자 노벨상 예약자 중 한 명 Daron Acemoglu. 이 논문은 working paper로서 교수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링크는 아래.


http://economics.mit.edu/files/9520


# 이 최신 working paper는 논문의 부제인 "Openness to Disruption and Creative Innovations"처럼, 말 그대로 창조적 혁신은 변화에 대한 개방성에서 일어난다는 명제의 이론적 그리고 실증적 증명이다. 이 부분은 슘페터가 창조적 혁신을 언급한 이래 다양한 사례분석을 통해 이야기되어 왔지만 실증적으로 검증된 적은 별로 없었다. Section 2에서는 Firm Dynamics에 근거하여 이론적으로 모델을 셋업하여 이런 내용을 보여주는데... 제대로 안 읽었다.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 보시고. 그 다음 Section부터 실증분석이다. 이 실증분석은 Reduced-form에 근거한, 간단한 계량 모형에 기반하고 있으므로 앞에 있는 theory 섹션을 읽지 않아도 바로 읽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 이들은 "Openness to Disruption", 변화 수용성(?)이라는 무형의 개념을 측정하기 위해, 다른 여러 변수들을 사용하였다. 하나는 Individualism-개인주의, 또 다른 하나는 Uncertainty Avoidance-위험에 대한 회피 정도. 이 두 가지의 국가별 지수는 비교문화 전문 학자인 Geert Hofstede의 국가별 지수를 인용하였다. 하지만 제일 중요하게 이용된 것은 Age of manager. 경영자의 나이다. 그들은 변화에 대해 개방적인 기업, 혹은 국가일수록 관료주의, 연공서열의 벽을 넘어 젊은 사람이 CEO로 올라설 수 있다른 생각으로 이 변수를 채택하였다. 또한 국가별 지수는 아무리 공신력 있는 기관이라도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지만 국가별 주요 기업 CEO의 나이는 완벽하게 수치화되어 있다는 객관성이 있다.


# 그리고 Creative innovations에 대해서는 단순히 특허의 숫자가 아닌 특허의 평균 Citation 숫자를 이용하였다. 그 외에 체크한 것도 Tail innovation, 슈퍼스타의 비율 등등. 즉 Innovation의 Quality에 관심을 갖고, 이것이 incremental -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지, 아니면 말 그대로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지를 수치로 받아들이고자 하였다. 그들은 이론적으로 방금 이야기한 점진적 변화와 혁명적 변화, 그리고 젊은 경영자와 나이든 경영자, 기업의 생성-성장-파산으로 이어지는 Firm Dynamics를 묶어서 통계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인과관계를 모델로 나타내었다. 내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아니 그냥 손도 대기 싫었던 부분.


# Section 3에서 데이터를 보다 상세히 설명하고 Section 4에서는 국가별로, Section 5에서는 기업별로 OLS를 돌렸다. 계량은 간단하지만 국가별 상위 25개 기업의 CEO 나이는 RA들의 땀과 정성으로 직접 자료를 일일이 정리했다. 어떤 변수를 사용할까에 대한 아이디어가 중요하고 많은 경우 데이터 수집이 어렵지만 계량은 쉬운 전형적인 Reduced-form. 결과는 좋다. 국가별로, 기업별로, Firm fixed effect를 써도 안 써도 결과는 꽤 깔끔한 관계를 보여준다. 개인주의 경향이 강하고 위험에 대해 회피성향이 낮고, 매니저, 경영자 나이가 감소할수록 innovation quality는 좋아진다.


# 이 논문을 본 것은 2-3주 전, 지난번에 역시 다른 글 (http://econphd.tistory.com/462)에서 이야기했던 NBER 이메일을 통해서였다. 이메일 체크하다가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이 논문을 접했고 불과 며칠전 내가 생각했던 이야기가 논문에 담겨 있음을 알고, 동시에 경제학자가 손대지 않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생각에 대단히 놀랐다. Acemoglu야 MIT 교수로서 말 그대로 굉장한 거물이고, 이름을 읽기가 난감한 Ufuk Akcigit는 MIT 박사로서 Acemoglu와 함께 터키 출신으로 현재는 유펜 교수. Celik은 유펜 경제학과 학생이다.


# Akcigit는 예전에 내가 있는 학교에 세미나에 왔을 때도 특허 자료를 활용한 실증분석 논문을 발표했었다. 특허 자료는 꽉 쥐고 있는 듯. Acemoglu가 그쪽을 뚫어 보라고 해서 시작했을지, 아니면 본인이 자료를 갖고 Acemoglu에게 접근했는지는 모르지만, 학생 입장에서 데이터에 빠삭해지면 그 데이터에 관심을 가지는 이론/직관이 뛰어난 대단한 교수들과 쉽게 함께 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정립한 후 교수의 지도를 받으면서 박사과정 2년 정도를 데이터의 수집과 관리에 쏟아서 본인의 데이터를 확실하게 갖추고 그걸 통해 논문을 쓰는 것. 한국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이런 데이터 수집을 이곳의 교수들은 상당히 높게 평가한다. 실제로 그렇게 졸업해서 잡마켓에서 인정받는 한국 분들도 많다.


# 이 논문의 핵심은 아직 안 나왔다. 과연 한국은 어떨까?




# 놀랍게도, 조사한 50개국 중, 한국은 'Openness to disruption' Index 세 개 점수가 거의 모두 최하위다. Individualism. 개인주의와 manager age, 경영자 나이 두 부문에서 한국은 당당 최악이다. 개인주의 경향은 제일 낮고 경영자 나이는 제일 높다. 위험 회피 지수도 한국은 50개국 중에서 상당히 높다. 10위 정도? 이 50개국은 한국 외에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도 포함하고 있지만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한국은 모든 나라들을 거의 넘사벽(...) 수준으로 눌러 버리는 위엄을 보여준다. 한국이 비록 innovation 그 자체에는 강할지 몰라도 기업 차원에서 혁명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 앞선 글에서 한국의 문화적인 문제점으로 내가 생각한 문화적인 문제는 실제로 한국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이 논문은 보여주는 셈이다. 폴 크루그먼이 예전에 한국의 경제 성장에서 단순히 노동과 자본의 투입 증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지적한 이후, 그와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Acemoglu 역시 비록 한국을 직접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경제의 문제점과 한계점을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추상적인 개념이었던 창조경제에 대해서 한국이 지향해야 할 길까지 보여주니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