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 고생을 했기에 지하철 내린 뒤 택시로 바로 고고씽~
문 앞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어제보다 훨씬 여유있게 도착.
공연장 한쪽에는 이처럼 앉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예상보다 많이 일찍 와서, 이번에는 무대 앞이 아닌 멀리 떨어져서
음악을 들으며 일기를 쓰고, 하루를 정리할 수 있었다.
그동안 멀리서 들려온 음악은 시간표를 살펴 보니 좋아서 하는 밴드.
거리 공연으로 구성된 이 밴드는 가사와 음악 구성에서
인디의 풋풋함과 자유로움이 제일 잘 느껴졌다.
'딸꾹질'과 '옥탑방에서' 두 곡이 이 밴드가 가진 폭넓은 영역을 잘 설명해 준다.
사랑고백의 두근거림부터 사라지는 공간에 대한 안타까움까지.
오히려 내가 기대한 건 바로 이어진 나루의 무대였는데
짧은 시간 동안 '무지개', '너와 나의 프롤로그' 등을 듣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물론 다른 곡들도 좋았지만, 다음 공연이 있기에 중간에 발을 돌렸다.
이번 페스티벌 앞두고 새로 멤버가 구성된 바닐라 유니티의 무대로 이동했다.
셋리스트: 좋아좋아, tomorrow, if시간탐험대, 내가 널 어떻게 잊어, hero
이 밴드는 페스티벌 전엔 전혀 몰랐는데 처음 접한 순간 정말 반가웠다.
국내에도 이렇게 정통 이모코어 음악을 하는 그룹이 있는 줄 몰랐으니까.
보컬님 라이브 내내 있는 대로 소리질러 주시고,
나는 사람들과 열심히 뛰어다니고 무대를 즐겼다.
중간 멘트하면서 사진 자유롭게 찍으라고는 하는데
그렇게 뛰어다니니, 사진 찍을 여유는 없고 그저 분위기에 함께 취해서 즐겼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돌아다니면서 간식도 먹고 휴식을 했다.
바닐라 유니티 공연 때부터 조금씩 비가 내려서 우의를 챙겨 입었다.
공연에서 뛰어다닐 땐 우의 뒤집어 쓰고, 무대를 오갈 때나
주위를 둘러 볼 때는 우산 쓰면서 이리저리 음악을 즐기며~
어제처럼 더운 날씨보다는 차라리 나았던 듯.
바닐라 유니티 보컬분은 그 차림 그대로 다른 무대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용기 내서 기념사진 찍어달라고 할까... 잠시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사라지심.. ㅠ.ㅠ
공연들 중 남성 비율이 제일 높았던 팀은 그 어떤 ROCK 밴드도 아닌, 타루였다.
많은 사람들이 CF에 등장하는 귀엽고 깜찍한 음악들로 기억하지만
일렉트로니카, 어쿠스틱 등 타루의 음악 폭도 상당히 넓은 편.
night flying이 수록된 앨범 중심으로 잘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자작곡으로 -제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비버에 대한 노래를 불렀는데
환경을 이야기하면서, 그대로 두는 것이 환경과 어울리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리고 보니 오늘 공연 내내 투표를 독려하는 팀들이 많았다.
좋아서 하는 밴드, 타루, 허클베리핀은 분명하게 기억하고 그 외에도 많았던 듯.
음악에 메시지를 담기를 강요하는 어지러운 세상이 싫을 뿐이다. (그러니까 투표를 더욱 해야 하는 것.)
다음은 펑크를 가장한 CCM 밴드^^ 타카피의 무대다.
방송, CF, OST 등에서 많이 만나 볼 수 있어 친숙한 음악들이다.
셋리스트: 나는 뜨겁다, 치고 달려라, 탈모시작, 케세라세라, 귀엽지만 때리고 싶어, superstar
사람들 모두 사진에서 보이듯이 한층 과격하게 즐기시던데
그 안쪽까지 들어갈 자신은 없었고, 약간 무대 옆에서 에너지를 느끼며
음악을 듣는 것으로 만족했다. 중간에 관객들을 무대 위로 올려서
함께 부르기도 하고, 신나는 무대를 만들 줄 아는 팀이다.
페스티벌을 앞두고 새로 알게 된 다른 좋은 밴드 -데이브레이크, 바닐라 유니티-도 있지만
단연 최고는 허클베리핀.
셋리스트: 밤이 걸어간다, 낯선 두 형제, I know, 신곡, 신곡, 사막,
음악들을 들으면서도 이들만의 독특한 분위기에 매료되었고
라이브는 라이브대로 에너지가 넘친다.
사진으로는 라이브의 매력과 이소영씨의 카리스마가 도저히 설명이 안 된다.
곧 5집 발매 예정이라는데 출국 전에 꼭 나왔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스왈로우와 루네의 앨범들도 시간 날 때 꼭 챙겨서 들어볼 계획이다.
다음으로 찾아간 클래지콰이.
20분 정도 지각하여 사람들의 원성을 사긴 했지만
짧은 시간 일렉트로니카의 맛을 확실하게 보여 주었다.
셋리스트: 생의 한가운데, lover boy, love mode, 내게로 와 +@
내가 아주 좋아하는 곡들로만 4곡을 진행하였고
알렉스와 호란의 라이브도 예상보다? 매끄럽고 호응 유도도 좋았다.
보컬에 그다지 부담이 가는 노래들은 아니니까. 분위기 유도가 아주 매끄럽다는 느낌.
(물론 알렉스의 보컬이 반대쪽 극단에 있는 바닐라 유니티보다 못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공연 중간에 이벤트도 진행하고, 계속되는 분위기였지만
아쉬움을 참고 마지막 공연으로 향해 갔다.
문샤이너스.
셋리스트: 오리보트, lonely lonely, 목요일의 연인, 열대야, 한밤의 히치하이커, 모험광백서, 록큰롤 야만인
제일 기대했던 공연 중의 하나였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밤이라서 사진이 잘 나와서 역시 전달이 좀 쉽지 않은데,
어느 누구보다도 경쾌하고, 발랄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이었다.
마지막엔 무대 아래로 뛰어내려와서 즐겼는데
폴짝폴짝 뛰어 다니는 보컬분의 모습이
있는 힘껏 노래부르던 바닐라 유니티 때의 모습과 (이분도 무대 아래로 내려왔었다)
좋은 대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볼까 했던 YB의 공연은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이틀간 음악과 함께 하면서 현실의 힘겨움을 잠시 잊을 수 있었고
미국에서도 좋아하는 페스티벌이 있다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은 무대간의 거리가 너무 짧아 음향간섭이 두드러졌다는 것.
(가끔 가수들이 불평을 토로하기도 했다는...)
그리고 배정된 시간이 좀 짧다 보니 못 들어서 아쉬운 곡이 꼭 하나씩 있다는 것.
뭐, 그거야 나중에 단독 콘서트 가 보면 된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내 돈을 풀어서라도 같이 오는 것이 나았을 거라는 것.
두세명 부르려면 20만원 넘게 들지만, 그럴 가치도 충분했다.
제일 큰 수확은 새로운 밴드들을 많이 찾아보게 되었고
그만큼 내 삶이 풍성해질 거라는 것이다.
데이브레이크, 바닐라 유니티, 허클베리핀은 아예 존재 자체를 잘 모르고 있었고
노 리플라이, 뜨거운 감자, 문샤이너스를 재발견할 수 있었다.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 볼 수 있을까 하는 씁쓸함도 남았지만,
(요즘 나는 어떤 즐거운 일이 있어도 그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내게 다시 없을 즐거운 하루였다.
# 셋리스트는 순서가 바뀌거나 빠진 곡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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