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칼럼

강정호가 경쟁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내야진, 팀 소개

econphd 2014. 12. 23. 06:03


# 500만 2015달러의 주인공은 피츠버그 파이리츠(파이어리츠) 입니다. 아시아 선수 중 3위에 해당하는 상당한 포스팅 금액. 강정호의 성적은 독보적이었지만 그동안 일본 출신 내야수들이 모조리 기대 이하였기 때문에 미국 구단 입장에서는 위험성도 컸고, 그런 상황에서 포스팅 금액 자체는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피츠버그와 한 달 동안 연봉 협상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피츠버그의 상황은 어떨까. 강정호에게, 거의 최악의 상황입니다. 주전경쟁도 어렵고 백업도 경쟁해야 하며, 피츠버그 도시 자체도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어느 팀으로 가든 간에 강정호 본인이 못하면 기회를 못 잡습니다. 하지만 30개 팀 중 상당히 어려운 팀이 걸린 건 사실입니다.




1) 팀 소개

Pittsburgh Pirates (피츠버그 파이리츠)

88승 74패 (NL 4위)

타/출/장 : .259(3)/.330(2)/.404(3), 득점 4위, 도루 4위, 홈런 3위

팀 평균자책점 3.47(5위), 선발 7위, 불펜 5위

팀 수비력 27위 (팬그래프 팀 필딩 UZR/150기준)


# 이 팀은 시카고 컵스, 신시내티, 밀워키, 세인트루이스와 함께 NL 중부지구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선수단 총연봉이 크지 않은 스몰마켓입니다. 국내에는 위 마크의 모자가 국내에서 제일 인기 많은 익숙한 문양의 모자 중의 하나고, 1993년부터 2012년 까지 20년동안 5할을 못 넘으면서 약팀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리빌딩을 성공적으로 마쳐 13,14년에는 와일드카드를 통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강팀입니다. 투수구장에 속해 있지만 투타 모두 좋으며, 수비 시프트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야수들의 떨어지는 수비력을 메워내는 팀이기도 합니다. 팀 연봉이 적지만 젊은 유망주들과 싸게 데려온 선수들로 효율적인 팀 구성을 갖고 있으며, 타선과 투수진 딱히 떨어지는 곳이 없습니다. 특히 타선은 모든 포지션에 젊은 선수들과 유망주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강정호가 들어갈 구멍이 좁습니다.



2) 피츠버그 내야진


# 각 선수들의 이름. 타/출/장, 홈런/타점, FWAR, 연봉 및 남아 있는 계약기간을 보겠습니다. 보실 때, 미국야구는 한국야구보다 훨씬 투고타저라는 것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유격수 : 조디 머서(27,우타), .255/.305/.387, 12홈런 55타점, FWAR 2.0 4년

3루수 : 조쉬 해리슨(26,우타), .315/.347/.490, 13홈런 52타점 18도루, FWAR 4.9, 3년

2루수 : 닐 워커(28, 양타), .271/.342/.467, 23홈런 76타점, FWAR 3.7, 2년 (예상연봉 8.6M)

1루수 : 페드로 알바레즈(27,좌타), .231/.312/.405, 18홈런 56타점, FWAR -0.2, 2년 (예상연봉 5.5M)


(좌측이 해리슨, 우측이 머서)


# 주전 유격수는 조디 머서입니다. 유격수로서 공격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수비가 준수하고 공격도 아주 민폐급은 아니라,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평균 정도의 유격수(14시즌 Fwar 13위)는 됩니다. 중요한 것은 머서가 아직 젊고 컨트롤 기간이 많이 남았다는 것입니다. 피츠버그는 스몰마켓이기 때문에 젊고 오래 보유할 수 있는 선수는 더욱 소중합니다. 마찬가지로 조쉬 해리슨도 그래서 중요한 선수입니다. 원래 백업 선수 급으로 예상되었고 기대를 못 받던 선수였는데 지난 14시즌 완전히 미쳐서 날아다녔습니다. 다저스 팬분들은 저스틴 터너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딱 터너의 업글 버전입니다.


# 반면 2루수와 1루수는 계약이 2년 남아 있는, 전체적으로 젊은 팀 내에서는 나름 고참 선수입니다. 2루수 닐 워커는 두 자리수 홈런은 때려 주는 상위권의 공격형 2루수로 14시즌 23홈런을 쳤으며 현역 2루수들 중 파워는 탑 수준입니다. 피츠버그 지역 출신의 선수이기도 합니다. 1루수 페드로 알바레즈는 원래는 3루수지만 수비가 부족해서 이번 시즌부터 1루수로 옮깁니다. 이번 시즌 부진했지만 30홈런을 두번이나 넘긴, 언제라도 홈런왕에 도전하는 파워를 갖춘 강타자입니다.


(좌측이 알바레즈, 우측이 워커)


# 전체적인 내야를 둘러보면, 일단 2루수 워커는 중견수 매커친과 함께 팀 내 핵심 타자입니다. 유격수 머서는 견실하지만 돋보이는 선수는 아니고, 3루수 해리슨은 14시즌 성적은 대단하지만 말 그대로 갑툭튀라는 점에서, 피츠버그 팀 입장에서는 두 선수 모두 15시즌에는 다시 부진할 수 있지 않나 걱정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피츠버그 팀내에서는 내야수를 더 영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습니다. 즉 두 선수가 부진할 경우 강정호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 더. 2루수 닐 워커는 연봉이 8M 이상이 되어 피츠버그에겐 꽤 높습니다. 그리고 14시즌 대활약하면서 가치가 최고조입니다. 닐 워커의 트레이드 가능성이 약간 있습니다. (많지는 않습니다.) 또한 닐 워커는 잔부상으로 매 시즌 30경기 정도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즉 유격-3루-2루수 모두 지난 시즌 성적이 좋지만 안정적이지 않다는 데서 강정호가 파고 들어갈 여지는 있습니다.


# 수비 포지션에 대해서는 스캠과 시즌 초반 테스트해 볼 것입니다. 분명히 현재 주전 유격수 머서가 있기 때문에, 만약 강정호가 수비에서 밀린다면 유격수로 적응할 충분한 시간을 받지 못하고 2루나 3루로 밀릴 것입니다. 조시 해리슨이 주전 3루수지만 3루-2루-유격 모두 소화가 가능하므로 강정호는 본인이 편안해 하는 3루로 가고 조시 해리슨이 워커가 결장할 때 2루수로 가는 그림도 가능합니다. 최적은 유격수로 적응해 내는 것이겠지요.


백업 : 션 로드리게즈(30, 우타 - 2루,3루,유격), 코리 하트(33,우타 - 1루,코너외야), 트래비스 스나이더(26,좌타), 저스틴 셀러스(28, 우타 - 2루,3루,유격)


# 문제가 좀 되는 것은 다른 백업 선수들입니다. 피츠버그의 백업 선수층은 이번에 노장들을 영입하면서 두터워졌습니다. 전천후 백업 션 로드리게즈는 내야 전 포지션 소화 가능하고 수비와 파워가 선수입니다. 여기에 1루수 백업 코리하트 역시 이번에 새로 영입한 노장 선수로 파워는 좋습니다. 두 선수 모두 지난 시즌 성적은 그닥이지만 아직 나이가 많은 선수들은 아니고, 만약에라도 부활한다면 강정호에게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또한 두 선수 모두 파워가 있는 우타자이기에 대타로서 나설 기회도 서로 경쟁해야 할 것입니다. 연봉이 2M 정도이기에 두 선수 모두 마이너로 내릴 수는 없으며, 다만 대단히 부진한다면 그대로 방출 처리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만약 션로드가 방출된다면 올라올 선수는 다저스에 있었던 저스틴 셀러스입니다. 추가로, 유망주 앨렌 핸슨 역시 AA를 끝낸 상태입니다. 어깨 문제로 2루수로 옮길 가능성이 높지만 컨택과 파워 주루 모든 면에서 두루 뛰어납니다.



# 외야수는 MVP 출신의 '해적선장' 매커첸이 중견수를 보고, 스털링 마르테와 그레고리 폴랑코와 좌우익을 맡습니다. 두 선수 모두 대단한 유망주에 현재 보여주는 성적도 좋습니다. 또한 백업으로 스나이더도 있습니다. 강정호가 코너 외야를 맡는 외야수로 갈 수 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피츠버그에서 외야수 자리는 완전히 꽉 차 있습니다. 코너 외야로 갈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도 됩니다. 다만 주전포수 러셀 마틴이 FA로 나간 포수 자리는 취약합니다. 하지만 강정호가 고등학교 때 포수였다고 해도 지금 포수로 되돌아갈 수는 없겠죠.


# 투수진은 탑급 에이스는 없지만 골고루 좋습니다. 젊은 에이스 개럿 콜에, 주축 선발 리리아노를 재계약으로 묶었고, 베테랑 버넷을 영입했습니다. 밴스월리와 제프 로크도 하위선발로는 대단히 뛰어납니다. 불펜도 전통적으로 강합니다. LG 트윈스에서 뛰었던 레다메스 리즈도 이번에 피츠버그와 1M에 계약을 한 상태이고 한 팀에서 뛰게 될 것입니다. 클린트 허들 감독 역시 감독상 수상 경력이 있는 인정받는 감독이죠. 단장 닐 헌팅턴은 20년에 걸쳐 이어진 피츠버그의 암흑기를 끝낸 영민한 단장으로 역할을 대단히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 피츠버그는 G20 도 열었고, 한때 쇠락하는 분위기에서 이제는 미국 중부의 좀 살기 좋은 도시이긴 하지만 큰 도시는 아닙니다. 그리고 구장 환경은 좋지만, 우타자가 홈런 치기 제일 어려운 구장입니다. 30개 구장 중 2014년 우타자 홈런 팩터가 30위. 즉 최하위였죠. 다행히 안타나 2루타에 있어서는 중립적이지만, 팀에서 강정호에게 기대하는 것이 파워인 만큼 구장은 나쁜 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도시 자체가 한인들이 별로 없는 편이라는 사실도 문제입니다. 한인이 많은 동부지역 혹은 시카고와는 차로 몇 시간씩 떨어져 있습니다.




# 즉 강정호가 자리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주전경쟁에서도 한 발 밀리고, 백업끼리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강정호 선수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메이저리그로 처음 가는 만큼 한인 사회가 되어 있는 편안한 도시에서 적당한 위치에서 많은 기회를 받으며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입니다. 비록 주전은 아니더라도 플래툰 내지 백업으로는 충분한 기회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아니면 비록 마이너행을 하더라도 주전 선수의 계약이 머지 않아 강정호가 장기적으로 기회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강팀보다는 약팀에서 부담을 덜 갖는 것이 좋고 구장도 타자구장이 적합합니다. 피츠버그는 이 모든 것들에서 상황이 열악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츠버그가 500만불을 포스팅비로 선뜻 내민 것은 강정호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뜻입니다. 스몰마켓 피츠버그가 백업선수에게 3년 1000~1400만불을 쓸 수는 없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주전을 확신할 수는 없어도 주전을 경쟁할 선수로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첫 시즌에는, 적어도 백업 선수로서는, 션로드나 코리하트에 비해 강정호가 현재 출발점에서는 우선 순위에 있습니다. 시즌이 진행되고 우선 스프링캠프에서 테스트를 받은 뒤, 강정호는 백업 유격수 혹은 3루수에서 주전 유격수, 3루수를 넘봐야 할 것입니다. 또한 피츠버그는 수비 시프트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팀입니다. 많은 아시아 출신 내야수들이 수비에서 고전했던 것을 생각하면, 수비수의 능력이 좋지 않아도 시프트를 통해 수비 성과를 최대한으로 올리는 팀의 색깔은 강정호에게 장점입니다.



#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어느 팀으로 가든 강정호 본인이 못하면 기회는 절대로 찾아오지 않습니다. 밀워키에 3년전 포스팅되었던 일본의 아오키 노리치카는 포스팅 금액이 250만불에 불과했지만 좋은 활약으로 주전 자리를 따냈습니다. 하지만 당시 밀워키의 백업진이 약한 상태였고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을 겪는, 선수 본인에게는 행운도 따라준 면이 있습니다. 피츠버그는 강정호 입장에서 상황이 절대 좋은 편은 아닙니다. 구장과 환경, 경쟁과 기회 모든 면에서 대단히 나쁜 편입니다. 


# 일단 강정호는 피츠버그 구단과 계약하는 과정에서 가급적 연봉을 많이 받아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1년 더 있는다고 해서 강정호가 지금 이상의 성적을 올린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이번에 나가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협상에 있어서는, 나 다음에 나가도 된다는 태도를 굳히면서 최대한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마이너에서 기회를 충분히 받는 게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일단 연봉은 높아야 합니다. 참고로 532만의 이적료로 미국진출한 내야수 니시오카의 연봉은 3년 925만 보장 + 4년차 옵션이었습니다. 그보다는 좀 적어도 최대한의 조건을 받아야 합니다. 류현진이 선발 기회를 빨리 얻은 것도 본인이 잘해서 + 몸값이 높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한 김광현 선수의 경우에는 모든 상황과 조건이 대단히 선수에게 좋은 곳이었지만, 지금은 정반대입니다. 무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 15시즌 강정호가 보일 수 있는 제일 현실적이면서도 바람직한 모습은 머서와 유격수를 나눠 맡으면서 머서보다 수비는 부족해도 공격에서 나은 모습을 보이면서 피츠버그를 지구우승 팀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강정호 선수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추가) ESPN의 짐 보우든이 강정호 계약이 4년 +옵션이며 보장금액이 16M이라는 것을 보도했습니다. 포스팅금액으로 보아 예상한 강정호의 연봉은 3년 10M 정도였는데, 예상보다 대단히 많은 연봉입니다. 기간도 4년이고, 만약 강정호가 좋은 성적을 올리면 팀이 1년 더 붙잡을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피츠버그 팀은 강정호를 장래 주전 선수로 본다는 뜻입니다. 강정호가 머서를 대신하여 주전 유격수로 나설 가능성도 상당하지만, 아직은 모릅니다. 당장은 피츠버그가 강정호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누군가 트레이드로 보낼 가능성은 낮은 편입니다. 피츠버그에서 4년 계약으로 묶은 만큼 강정호가 머서보다 부진하면 백업으로 메이저에 남기기보다는 마이너로 보내서 충분히 경험을 쌓게 할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강정호는 충분한 기회를 받을 것입니다. 그게 15시즌일지 16시즌일지는 모르지만요. 그건 강정호가 하기에 따라 달렸습니다. 


(추가) 보장금액이 16M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강정호 계약은 4년 보장금액 11M이라고 합니다. 팀이 원하면 팀옵션이 행사되고 이 경우 계약은 5년 15.5M이 됩니다. 이 정도라면 예상과 비슷한 연봉, 예상보다 좀 긴 기간입니다. 강정호가 당장 주전으로 뛰기는 위에 한 예상보다는 어려워 보이지만, 성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은 어느 경우에나 마찬가지입니다.


# 이 글은 엔하위키와 미국의 각종 통계 사이트들을 인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