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이야기

경제학적 논리에 대한 잡생각

econphd 2014. 8. 9. 12:51



# 피케티 21세기 자본론에 대한 이준구 교수님 평을 보면, 피케티가 최대한 수식을 자제하고 글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글이 읽기 어렵다, 이것은 사람들은 경제학적 논리를 충분히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는 대목이 있다. 경제학적 논리란 무엇일까? 아직도 그 실체를 잘 모르겠다. 정확히는, 일반적인 논리 전개와 경제학적 논리 전개가 얼마나 다른지 잘 모르겠다. 내가 현재 갖고 있는 결론은, 경제학적 논리는 경제학의 언어를 사용하고 경제학에서 자주 쓰는 논리 전개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논리 전개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 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적 선택에 대한 학문으로서 그 폭이 대단히 넓고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결국 합리적 선택이라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옳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학적 논리에 입각하여 생각을 하다 보면, 경제학적 논리에서 조심해야 하는 것과 일반적으로 논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오류가 겹치는 경우가 많다.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는 아주 대표적인 경우. 부분과 전체의 오류도 마찬가지. 경제학에서는 모델 설정할 때 Heterogeneity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이건 부분과 전체의 오류를 막기 위한 일이다.


# 다른 것들도 경제학적 용어를 쓰고는 있지만 일반적인 논리와 합치되고 일상에서 필요한 것이 많다. 당장 눈앞을 보지 말고 먼 미래를 생각하고 행동해라 (Dynamic optimization), 상대방이 어떻게 움직일지 생각해서 움직여라(Game Theory),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라 (예산제약이 있기 때문에 각 분야의 한계효용이 일치하는 지점을 찾아라) 등등. 기타 다른 것들도 더 찾으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경제학적 논리에 익숙해지면 합리적인 선택과 논리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 얼마 전 외제차 관련 글에서, 링크 건 이준구 교수님의 반응도 그렇고, 이상한 덧글이 달린 걸 보면서 내가 느끼는 것도 그렇고, "왜 이렇게 당연한 걸 모르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록 이곳에서 끝없는 삽질은 하고 있지만 경제학적 논리, 논리가 어느 정도는 내 머릿속에 잡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부주의로 인한 외제차 접촉사고를 고의로 주먹으로 사람을 친 것에 비유를 하고 있으니;;; 깝깝하다. 


# 역시 논리적 흐름과 연관되는 부분은 논문을 읽을 때다. 우선 왜 이 연구를 시작했고 이 연구가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하는가. 그리고 이 논문은 어떤 가정 아래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떤 결론을 냈고 그 가정은 어떤 이유로 충분히 합당한가. 우리가 흔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과정을 거쳐서", 즉 방법론인데 이게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다. 프로그래밍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수학이 어려워지면서 그 과정은 하나의 블랙박스처럼, 넣으면 튀어나오는 것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계량이론은 다르지만. 계량이론만은 논문 읽을 때 '부록'이 제일 중요하다.)


# 그래서 논리적 흐름으로 중요한 부분이 수많은 가정 하나하나가 얼마나 합당한가 하는 부분이고, 동시에 사전연구에 대해서 설명할 때도 사전연구를 정확히 이해하고 내 논문이 왜 필요한가 설명하려면 결국 또 논리다. 이걸 논문으로 써내고 더 나아가 프리젠테이션을 하려면 논리적 사고가 머릿속에 박혀야 할 듯. 물론 실제로는 똑같은 질문을 많이 받다 보니 모범답안을 외우게 된다고는 하지만... 논리적 사고로 바로바로 정확하게 답할 수 있는 것이 제일 이상적인 방향일 것이다. 


# 논문을 꾸준히 읽고 나의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결국 내 나름대로의 논리 구조를 설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니까. 그러다가 남의 논문에서 논리적 구멍을 찾으면 바로 논문 쓸 꺼리가 하나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서 필요한 것이 남의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아닌 내 논문을 발표할 때는 내가 맞다는 당당함과 자신감, 심지어는 뻔뻔함.


# 사실 이 글을 구상한 것은 위에 링크한 글 때문이다.

http://ppss.kr/archives/25560

한번쯤 읽어보길. 경제학자들도 이런 관점에서 생각 많이 해야 한다.


# 잡담을 더 덧붙이면, 나는 인터넷 예절을 초딩 떄부터 가르쳐서 궁극적으로는 인터넷에서 반말과 무례한 글을 아예 몰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우 어렵겠지만;;) 일단 우리 나라 네티즌들은 상대방에 대해 존중을 하지 않고 무조건 비아냥과 어그로 끄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 말이 맞기라도 하면 괜찮은데,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일부러 어려운 단어를 쓰면서 아는 척을 하고, 그런데 논리적으로는 엉망인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뭐 잘났다고 비웃기까지 하면 가소로울 뿐이다. 화가 났다기 보다는 어처구니 없어서 정신좀 차리라고 비웃는 말을 나도 남기게 된다. 나도 인터넷 예절을 지키려고 늘 노력하지만 대화가 안되고 상대방이 먼저 안 지키면 딱 그수준만큼, 돌려준다. 좀 꺼림찍하긴 하지만.


# 하나 더 덧붙이면, 이런 이유에서 경제학, 경제원리를 알기 위해서 경제학설사를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알면 도움이야 되겠지만 별 필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