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이야기

비주류경제학과 방법론 문제

econphd 2014. 7. 27. 10:10

# 비주류경제학에 대해서 정말 잘 모른다. 비록 연구하고자 하는 대상은 비슷할지 몰라도, 학문의 체계가 서 있는 토대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 토대부터 봐 두지 않으면 이해할 수가 없다. 결국은 그래서 또 장하준 교수님 글인데... 삼성그룹에 대한 시사인과의 인터뷰다. 그분을 진보적 학자로 대충 알고 있던 사람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국가가 나서서라도 보호해 줘야 한다는 주장에 충격받을 수도 있지만 그건 다른 이야기고, 이 글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방법론 이슈다.


www.sisain.kr/20629


# 그분의 글을 많이 보지 않아서 어떤 것들은 다를지도 모르지만, 이 분이 주류경제학의 방법론을 쓰지 않는 것은 이미 유명하다. 그래서 논리적이지 않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이 글에서 말하는 주장의 논지는 요약하면 주주자본주의가 장기적인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 논거는 애플, GM, 폭스바겐이나 몇몇 국가들의 예시에 그친다. 다른 글에서도 사례 위주로 이야기를 하고 그대로 다른 나라 다른 국가에 적용시킨다. 글을 읽다 보면 학문적 완벽성보다는, 그냥 의견 제시, 혹은 사례 자체가 중심이 되는 경영학 컨설팅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정도면 충분한 걸까?


# 논리학에서 논리를 전개시키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연역적 추론과 귀납적 추론이다. 경제학도 이 두 가지를 그대로 사용한다.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라는 전제 하에 수학적 모델을 세워서 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행위주체나 정책주체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지 찾아내는 Theory, 이론부분이 연역적 추론에 기반한다. 그리고 귀납적 추론의 경우, 충분히 많은 예를 얻어 계량분석을 통해 결론을 이끌어내는 Empirical research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장하준 교수님의 글은 둘 다 사용하지 않는다. 위 인터뷰의 경우, 사례 분석을 통해 그대로 귀납적 논리전개를 이끌어 간다. 수리적 모델을 쓰지 않는 것은 물론, 계량분석도 없다.


# 논리적으로 허점이 있어 보이긴 한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경제학적 방법론을 쓰지 않으면 과학적으로 부적합한 것이냐 하는 것. 이 말은 쉽게 대답할 수 없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경제학적 방법론을 쓰지 않는 그 모든 사회과학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회과학들이 경제학의 영향을 받으면서 경제학적 방법론을 활발하게 쓰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문에서 문헌 분석과 사례 분석은 유효하며, 인류학은 경제학적 방법론을 아직도 거의 쓰지 않는다. 경제학적 방법론이 만능이라면 다른 학문들의 이런 연구는 문을 닫아야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 다른 사회과학이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경제학이 문제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수학적 모델을 셋업하는 과정에서 현실은 추상화, 간략화되어, 모델의 결론 자체가 특정 가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모델이 풀 수 있는 모델이어야 하다 보니 Heterogeneity(다양성) 를 여러 차원에서 한번에 담아 내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읽다 보면 한 나라의 데이터만으로 모든 나라에 적용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계량분석도 많은데 이것도 국가간 차이가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기도 하고.


나도 경제학 전공자이다 보니 경제학적 방법론을 우월한 것으로 보곤 하며 경제학적 방법론이 가능하다면 그걸 사용해 봐야 한다고 본다. 데이터가 충분하면 실증분석, 부족하면 이론분석. 하지만 경제학적 방법론이 한계를 갖는 이슈에 대해서 비주류 경제학의 방법론, 사례분석을 통한 귀납적 추론 혹은 예시를 찾아 반론을 제시하는 방법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비주류 경제학의 방법론을 쓰면서 연구를 하면 미국 대부분의 학교에서 졸업을 못할 터.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좋은 직관을 얻으면서 서로 검증하고 도움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또한 이건 비주류 경제학 외에 다른 사회과학에 대한 존중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준구 교수님이 예전에 이야기하길 경제학자들은 다른 사회과학의 학문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다른 학문 연구자들이 경제학을 싫어한다고 했었다. 현재 다른 사회과학에서 경제학 방법론이 점차 우세해지고는 있지만, 완전히 경제학이 정치학과 사회학을 지배하여 정치/사회학 고유의 방법론, 문헌 및 사례 연구 혹은 다른 것들이 사라지는 그런 날이 올까? 아니라고 본다.


# 비주류 경제학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엔하위키 링크 참고. 사실 나도 여기서 파악한 내용들이 많다. 경제학 박사하는 사람이 비주류경제학에 대해서 뭘 알겠어;;; 하지만 비주류경제학의 핵심 부분이 여기서 말한 "방법론"에 있음은 분명하다. 장하준 교수님이 있는 케임브리지 경제학과 홈페이지를 보면 장하준 교수님 이름의 research group 이름이 Alternative approaches to Economics로 되어 있다. 그룹 속한 사람들이 정교수 없고 부교수만 두 명인 게 좀 안습이긴 하다.


http://mirror.enha.kr/wiki/%EB%B9%84%EC%A3%BC%EB%A5%98%20%EA%B2%BD%EC%A0%9C%ED%95%99


# 특히 정치경제학, 포스트케인지언 같은 용어는 주류경제학이랑 헷갈리기 딱 좋으니 체크하는 게 좋다. 다만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주류경제학은 위대하다(...)는 것. 경제학이 인간 선택에 대해서 다루는 이상 경제학이 다룰 수 있는 범위는 사회과학 전체다. 그리고 경제학적 논리, 경제학적 방법론은 그것이 가능한 충분한 전제 하에서는 아주 강력하다. 그리고 방법론의 적용은 사상에 구애받지 않는다. 주류경제학이 미국 자본주의만을 뒷받침한다고 생각하면서 어린 학부생들을 유혹하는 운동권들은 진지하게 한심한 사람들이다. 불평등 논쟁을 촉발시킨 피케티도 주류경제학자로 봐야 하고, 유럽에서도 주류경제학의 영향이 엄청나게 크다. 세상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다면, 자본론 마르크스에 얽매이지 말고 그냥 경제학 수업부터 들어라. 경제학 연구와 이해까지 가려면 수학을 비롯해서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게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향에 더 가깝다.


"I believe that what most distinguishes economics as a discipline from other disciplines in the social sciences is not its subject matter but its approach." - from "The Economic Approach to Human Behavior" p.5, Gary Becker(1930~2014) 



P.S. 1 엔하위키에서 발견한 제일 흥미로운 사실은 마르크스경제학도 현재는 계량공부 왕창 시킨다는 것...

P.S. 2 인류학은 다양성을 연구하다 보니 경제학적 분석이 닿지 않은 영역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건 어떨까? 계량분석에서 국가간 비교를 하고, 그러면 unexplained factor가 나온다. 이 설명되지 않은 영역이 지나치게 넓고 체계적이라면, 그게 곧 인류학이 연구할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해 주는 거 아닐까? 적어도 인류학적 연구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서 경제학적 방법론은 충분히 쓰일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대표적인 예는 남미 지역 거의 대부분 나라에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경제적 요소로 설명되지 않는 높은 행복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