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이야기

Fed 미네소타를 둘러싼 논쟁

econphd 2014. 4. 4. 13:38

# 통화정책에 대한 저의 이해가 부족하므로 글에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 Fed는 Federal reserve bank. 미국의 중앙은행이다. 중앙은행은 Fed Board라고 불리는 본부가 워싱턴에 있고, 그 외에 각 지역별로 지점이 있다. 본점과 지점에서 경제학 박사를 상당히 채용하며 그들은 일반 업무와 연구를 함께 수행하게 되어, 실제로 연구 성과도 상당하다. 내가 알기론 Fed Economist 의 위상은 TOP30 정도의 조교수와 엇비슷하다고 알고 있다. 적어도 연구 환경으로는 IMF 보다 월등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부 외에 각 지점에도 인원이 적지 않고, 미국 학부생들은 이 지점들에서 RA로 2년 정도 일하면서 추천서를 받아 박사과정을 지원하는 케이스가 꽤 있다.


# Fed 지점은 보스턴, 뉴욕,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버지니아 리치몬드, 애틀랜타,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미네소타 미네아폴리스, 캔자스 시티, 댈러스, 샌프란시스코에 있다. 각 지점의 차이는 공식적으로 규정된 것은 없지만, 뉴욕은 미국 금융의 중심지이다 보니 그 규모가 더 큰 편이며, 세인트루이스에서 경제 데이터를 관리한다. 그리고 각 지점들은 그곳에 있는 학교들과 상호 교류하면서 서로 영향을 준다. 




# 그 시너지가 제일 잘 발휘되는 곳이 미네아폴리스, Fed 미네소타다. Fed 미네소타와 U of Minnesota는 그곳의 경제학자들이 함께할 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곳의 거시 경제학자들이 모여서 학문적으로 활발하게 교류한다. 미네소타 경제학과는 현재는 10위 내외에 랭크되어 있지만 과거에는 TOP 5 수준이었고, 지금도 거시가 엄청나게 강한 것이(IO도 꽤 좋지만) 그런 합동 교류의 결과다. 노벨상 수상자인 Sims, Sargent, Prescott이 대표적으로 그곳에 오래 머물렀다.


# 그런데 트러블이 생겼다. 2009년부터 Fed 미네소타 총장으로 있던 Narayana Kocherlakota가 Fed 미네소타의 정책기조를 바꾸기 시작한 것. 이 문제는 2013년 가을, Kocherlakota가 그곳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인 Patrick Kehoe를  해고하고, Ellen McGrattan 역시 안식년 형식으로 그곳을 떠나면서 언론에 인터뷰를 하면서 넓게 불거졌다. 기사의 링크는 아래와 같다.


http://www.startribune.com/business/232695051.html


#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미네소타는 거시경제학의 freshwater vs saltwater 논쟁, 뉴 케인지언과 신고전파 논쟁에서 내륙에 위치한 학교답게 freshwater, 과거의 시카고 학파에 속하는 거시경제학의 흐름을 따라, 통화정책의 경기부양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역사적으로 정확히 언제부터 이런 흐름이 미네소타를 지배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런데 가만 보면, 통화정책을 집행하는 Fed 내의 최고의 연구기관과 그곳의 학자들이 통화정책의 무용성을 주장한다는 건... 아이러니다. 그렇지 않으란 법은 없지만, Fed 다른 곳의 전반적인 학문 분위기와 Fed 미네소타가 반대로 가게 된 것이다.  


# Kocherlakota는 미네소타 교수 출신이지만, 통화정책의 경기부양효과를 강조하는 뉴 케인지언의 입장에 있다. 그리고 이뤄지는 일련의 개혁은 Fed 미네소타를 뉴 케인지언 입장의 정책적인 연구를 강조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그 일환으로 그는 그곳의 학자들을 바꾸고 있다. 그래서 비록 그곳의 TOP 학자이지만 통화정책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Kehoe를 해고하게 된 것이다. 그 외에도, 리서치 Economist와 연구자들 명단에 saltwater 계열의 경제학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 문제는 Kehoe를 위시한 기존의 대부분 그곳 경제학자들이 총재와 반대되는 입장에 있다는 것. 게다가 U of Minnesota 거시 교수들도 상당수 freshwater 입장을 취하며, 이곳에는 Kocherlakota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 한 경제학과 안에서 교수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고 학과가 무너지는 건 드물지 않은 일이지만, 이건 전체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연구기관에서 일어나는 파열음이고, 또한 바로 옆의 U of Minnesota는 다른 입장을 취하면서 한지붕 두가족이 된 상황이니 묘하게 된 것이다.


# 그래서 이것을 바라보는 경제학자들의 입장도 다르다. 위 기사는 완전히 freshwater 입장에서 씌여졌다. McGrattan이 인터뷰를 했고 Prescott, Williamson 역시 그쪽 계열이니까. 반면 saltwater 쪽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게다가 저 기사에서는 마치 그곳의 학문적 분위기가 붕괴되는 것처럼 묘사했지만, 미네소타 대학 교수들을 생각하면 그런 거 없다. 실제로 Pat Kehoe는 미네소타 교수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McGrattan은 그곳에서 나오면서 U of Minnesota에 바로 정식 교수로 임용되었다. 기타 몇몇 학자들이 그곳을 떠난 것처럼 묘사되었지만 그들은 그곳의 풀타임 경제학자가 아니며, 또한 Kocherlakota는 나름대로 새로운 경제학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리고 Kocherlakota가 자기 말 안 듣는 학자들을 모두 잘라낸 것도 아니다. Pat Kehoe도 주변 사람들과 트러블을 많이 일으키는 인물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


# 내가 보기에 이 논쟁은 일반적인 조직에서 일어나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조직의 수장이 개혁을 시도할 때 아무리 그 개혁이 옳다고 해도 합의에 의해 도출된 것이 아니면, 독재적인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고 반발이 심해지게 되는 것. Kocherlakota의 생각대로 된다면 미네소타는 거시경제학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갖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의견을 나누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지금껏 잘 이루어진 협조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아무리 요즘 들어서 거시경제학자 사이의 학파, 논쟁은 옅어지고 있다고 해도 상호 교류가 그렇게 활발한 것은 아니니까.


# 또 하나 덧붙이면, 여기 나오는 일련의 경제학자들을 보면 비록 교수들마다 생각은 다를지라도 학교간 분위기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Kocherlakota는 뉴 케인지언이지만 시카고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Patrick Kehoe는 통화정책의 무용성을 주장하지만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 학교에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공존하는 경우는 점차 많아지고 있다. Kocherlakota가 말한 것처럼. (http://econphd.tistory.com/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