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estorm 소개 및 공연후기
# 여성 싱어송라이터는 많지만 여성 보컬이 헤비한 락을 하는 경우는 메탈/그런지/펑크 등으로 폭을 넓혀도 상당히 적다. 게다가 곡 대부분에서 기타를 겸하는 경우는 더 적으며, 좀 더 인디 밴드들까지 뒤져 보면 더 나오겠지만 상업적으로 꽤 알려진 밴드들 중에서는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90년대 여성 락커의 전성시대 속에서도 크랜베리스의 Zombie나 앨라니스 모리셋의 You oughta know 같은 곡이 터프한 편이지만 뮤지션 커리어 전체적으로 그런 길을 간 밴드는 최근의 Evanescence나 Paramore. 그나마 이들도 여성은 주로 보컬만 맡는다. 헤드윅/밴디트 같은 뮤지컬이나 매체에서는 터프한 여성이 기타를 걸고 메탈이나 펑크락을 부르는 모습을 많이 그려 왔지만, 실제로는 락 역사를 뒤져봐도 찾기 힘들다. 그런데, 여기에 모두 해당되는 밴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 이름은 Halestorm.
(Halestorm - I miss the misery)
# Halestorm은 기타/보컬 담당인 84년생 언니 Lzzy Hale과 드러머인 87년생 남동생 Arejay Hale 남매로 출발했다. 13살 때부터 음악 활동을 하고 16살 때부터 기타를 배웠으며, 처음에는 아버지가 베이스를 맡다가 03,04년에 메인 기타와 베이스 멤버가 들어오면서 4인조의 Halestorm이 되었다. 이름은 동음이의어인 Hailstorm (=우박을 동반한 폭풍)에서 유래. 2009년 4월 데뷔앨범 Halestorm은 I get off, It's not you 등이 Mainstream rock TOP10에 들면서 그럭저럭 신인밴드로 인지도를 알렸다. 데뷔앨범이 포스트 그런지 영향을 받은 얼터너티브 메탈의 성향이 강했다면 3년 뒤 2012년 4월 두번째 앨범 The Strange case of...는 헤비메탈에 가깝게 방향을 틀었고, 1집보다 더욱 좋은 성적을 냈고, Love Bites(So Do I)는 2013년 그래미 어워즈 하드락/메탈 부문에서 Anthrax, Lamb of God, 메가데스, 마릴린 맨슨, 아이언 메이든 등 쟁쟁한 대선배들을 누르고 수상하는 영광까지 얻는다.
(Halestorm - Love Bites (So Do I))
# 위에서 말한 것처럼 Halestorm은 1집과 2집의 음악 성향이 분명하게 갈린다. 얼터너티브/그런지에서 헤비메탈로의 이동은 요즘 메인스트림 락의 유행 방향을 따라간 것이기도 한데, 2집이 성공과 비평 모두 1집을 앞선다. 2집은 Love Bites (So Do I) - I miss the Misery - Freak Like Me 가 3연속 히트를 치면서 Mainstream rock 2-2-1위를 기록했다. 또한 발라드에 있어서도, 1집의 Famiiar taste of Posion과 2집의 Here's to Us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뮤직비디오를 봐도 1집이 세련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면 2집은 뭐랄까, 야성적이고, 밴드 라이브 영상에 뮤직비디오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Halestorm - It's not you)
# 사진은 누르면 커집니다.
# 공연은 다른 밴드들의 공연부터 시작되었다. Stars in Stereo는 역시 여성 보컬의, 이제 막 메이저 데뷔를 한 밴드였고, Redlight King은 이번에 메이저 2집을 발표한, 좀 더 얼터너티브 성향의 밴드다. 1집에서는 Bullet in my hand가 꽤 괜찮게 히트했지만 2집 반응은 그보다는 못하고 있다. 요즘 메탈이 하드락/그런지를 뒤집고 올라오는 분위기니까... 공연장 자체는 그렇게 큰 편이 아니었는데, 놀라운 것은 공연에 온 사람들의 연령층이 생각보다 높았다는 것. 누 메탈이나 펑크 공연 때처럼 혹시나 대놓고 슬램하는 분위기일까봐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은 덜었다. 사실 애초에 분위기 험해지면 발코니나 2층으로 도망가야지! 하고 있었는데... 그럴 필요는 없었다.
# 공연 시작. 시작부터 2집 타이틀곡 Love Bites(So do I)로 달렸다. 영상에서 보던대로 공연은 요즘 밴드들의 말끔함보다는 진정한 라이브의 살아있는 느낌을 보여줬다. 키보드 없는 밴드 공연 보는게 대체 얼마만인지. 사진에 있는 것처럼 Lzzy는 아이라인을 진하게 그린 모습이었고, 대부분의 여성 보컬이 악기 없이 라이브하는데 반해 Lzzy는 거의 내내 기타를 메고 있었다. 심지어 기타 교체도 없이 6~7곡 정도는 계속 간 듯. 저 자리에 그대로 남자가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터프한 여성의 모습. 매체에서 많이 그려지지만 실제로는 찾기 힘든 그런 모습을 그대로 소화해 냈다.
# 2집의 마지막 싱글곡인 Mz.Hyde와 1집의 히트였던 It's not You로 이어졌다. 메탈 곡들 특성상 곡들의 보컬이 쉽지 않은 편인데, 100점 까지는 아니지만 90점 이상으로 소화해냈다. 가끔 좀 힘들어한다는게 느껴진 정도? 5-6곡 이상 거의 스트레이트로 부른 이후부터 조금씩 공연 중간중간 말이 더 많아지는게 힘들어서 그런 건가? 싶었다. 하지만 내가 갔던 공연들의 평균보다 훨씬 이상이었고 문제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이어지는 곡은 히트곡인 Freak Like me와 1집 수록곡들.
# 보너스 트랙으로 등장했지만, 3집을 위해 아껴둬야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착착 감기는 곡 Don't know how to stop, 그리고 나나나나나~ 하는 파워풀한 보컬이 제 힘을 발휘하는 Daughters of Darkness까지 하고 난 다음에야 곡들이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곡 중간중간 이야기하면서 드러머 동생과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특히 많았다. 대놓고 '제 뒤에 있는 원숭이에 먹이를 주지 마세요' 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동생은 공연 내내 오버하는 모습이 많았다. 드럼 스틱을 던지거나 중간중간 일어서거나 심지어는 공연 중에 점프하거나. 위 사진은 그 장면을 캐치한 것이다. 드럼 스틱 띄우고 받기를 반복하다 한번은 놓쳐서 공연요원이 주워주기도 했다.
# 과거 클래식 메탈과 리메이크 곡들, 상대적으로 라이트한 곡인 Rock Show를 공연한 후에는 피아노 앞에 앉아서 발라드인 Break In 을 불렀다. 이 곡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데 대놓고 Evanescence가 떠오르는 곡이니까. 실제로 Evanescence와 함께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다음은 Familiar Taste of poison. 이 곡 역시 1집에 포함된 발라드로 메탈보다는 좀 더 얼터에 가까웠던 1집 느낌 그대로다. 이 뮤직비디오는 멤버 네 명 모두가 주요 배역을 맡아 연기를 하니 궁금하면 찾아보시길.
# 다음은 원숭이가 쇼할 시간. 드럼 솔로 차례였다. 5분은 훨씬 넘게 한 거였는데 드럼으로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한 재주를 보여줬다. 그리고 다음은 Judas Priest의 곡이라는데... 내가 메탈을 몰라서;;; 그냥 분위기 그대로 감상했다. 앞에서는 Dio, Fleetwood Mac의 곡을 커버하기도 했는데 나는 잘 모르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좋았다. 여성의 터프한 보컬에 메탈이라서 어떤 곡들을 커버해도 확실히 새로운 느낌을 준다. 왼쪽 사진은 그 곡에서 기타 솔로가 앞으로 나설 때 동생 옆에서 드럼을 같이 치는? 방해하는? Lzzy의 모습이 뒤로 보인다.
# 기타 없이 보컬만 맡을 때는 다양한 움직임과 무대매너를 보여준다. 위 사진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모션으로 사람들 따라하게 하는 건 기본. 1집 데뷔곡인 I Get Off가 나오고 잠시 Intermission.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아는 곡의 리메이크가 나왔다. Get Lucky. Daft Punk의 2013 히트곡이 여성 보컬과 메탈을 만나면 이렇게 변한다. Halestorm의 정규 앨범은 두 장이지만 EP 형식의 스몰 앨범을 꽤 자주 발표했는데, 그 앨범들에는 커버곡들이 담겨 있다. 올드팝이나 메탈에 관해서는 직접 확인해 보시고, 최신곡도 하나씩 커버하는데 지금까지 했던 곡은 Lady Gaga의 Bad Romance, Jay-Z와 Alicia Keys의 Empire State of Mind가 있다. 이 곡들도 모두 들어보길 권한다. 메탈 음악의 새로운 매력이 담겨 있다. 여기서는 직접 들었던, Get Lucky의 커버 버전을 올린다.
(Halestorm - Get Lucky (Daft Punk cover))
# 그 다음 역시 최고 히트곡인 I Miss the Misery. 이 곡이 끝나고 Lzzy는 공연을 도와준 공연요원들을 무대 앞으로 불러내서 하나씩 소개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마지막 곡은 마지막으로 어울리는, Here's to us. 메탈 시절의 곡들을 잘 모르지만, 그 시절의 밴드들에 어울리는 분위기, 술집에서 적당하게 틀어주면 어울릴 곡이고, 실제로 Slash의 연주로 곡을 다시 소화한 적도 있었고 인기 시트콤/뮤지컬 Glee에 등장하기도 했다. 조금 올드해서인지 생각만큼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정말 그저 메탈 밴드를 넘어서 사람들의 폭넓은 감정에 호소할 수 있는 밴드라는 것을 보여주는 곡이었다.
# 아주 뛰어나고, 또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뮤즈와 콜드플레이 이후로 공연 기회가 오면 무조건 가야 할 밴드가 하나 더 생겼다. 내가 락 역사를 다 알지는 못하지만 이 정도로 파워풀한 여성 뮤지션은 아주 찾기 어렵다. 지금 락 팬들 속에서는 메탈의 부활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 팝계에서는 이런 경향이 들어오지 못해서 Halestorm이 락팬들 사이에서 자리잡은 데 비해 아직 팝팬들 사이에서는 별로 없는 편이다. 2집 활동은 일단 거의 끝났고, 3집에서 잘만 하면 역대급 대스타로 발돋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한 가지 아쉬움은 공연장에 온 팬들의 연령층이 높다보니 음악에 비해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을지라도 역동적이지는 않았다는 것. 확실히 누 메탈이나 펑크에 비해서 메탈 음악은 미국에서는 소비하는 연령층이 높다. Silversun Pickups, 30 Seconds to Mars 같은 몇몇 밴드들을 한국형 밴드로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 밴드야 말로 한국에 반드시 데려와야 한다. 펜타포트 같은 파워풀한 음악 위주로 돌아가는 락페스티벌의 경우 최근 미국에서 뜨고 있는 신흥 메탈 밴드들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 헤드라이너급이 된 Avenged Sevenfold 외에도, Halestorm은 한국 팬들에게 알려지는 순간 엄청난 인기를 얻을 것으로 확신한다. 당신이 메탈 내지는 헤비한 음악 팬이라면, 거의 무조건 좋아하게 될 것이다.
# SETLIST
# Love Bites (So Do I) / Mz. Hyde / It's Not You / Nothing to Do with Love / Freak Like Me
/ You Call Me a Bitch Like It's a Bad Thing / Innocence / Don't Know How to Stop
/ Daughters of Darkness / Straight Through the Heart (Dio cover) / Rock Show
/ Gold Dust Woman (Fleetwood Mac cover) / Break In / Familiar Taste of Poison
/ Dissident Aggressor (Judas Priest cover) / I Get Off
Encore: Get Lucky (Daft Punk cover) / I Miss the Misery / Here's to Us
# 마지막으로 공연 끝을 장식했던 Here's to us 를 올린다. 분위기도 그렇고 적절하게 욕이 섞인 가사도 그렇고, 올드한 곡이지만 낭만적이고, 좋다. '집에 가도 되지만 한 잔만 더 마셔. '이 잔은 사랑에, 이 잔은 너에게', '요즘 세상이 좀 X같잖아', '시간은 흐르고 영원한 건 없어', '누가 너한테 뭐라 그러면 그냥 X까라고 해', '우리가 사랑한 것, 그리워하는 것, 되돌릴 수 없는 실수, 우리 앞에 놓인 것 모두'... 뮤직비디오도 애초에 그걸 노리고, 7-80년대 분위기, 90년대 얼터너티브 분위기, 현대의 세련된 분위기 세 가지 모습의 공연으로 꾸몄다.
(Halestorm - Here's to us)
# 가사 링크 : http://www.azlyrics.com/lyrics/halestorm/herestou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