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이야기

시카고학파와 신자유주의, No more please.

econphd 2013. 10. 16. 06:31


(왼쪽에서 두번째가 파마, 세번째가 한센. 나머지 두 사람은 모르겠음;;;)


# 이번 노벨 경제학상은 금융 분야와 연관된 경제학자 세 명에게 돌아갔다. 유진 파마, 라스 한센, 그리고 로버트 쉴러. 이들 중 파마와 한센이 University of Chicago 출신이다. 주위의 경제학 전공이 아닌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번에도 시카고학파 하면 신자유주의의 본산이고 이번 노벨 경제학상 시상이 신자유주의와 관련이 있는가 이런 이야기가 있다. 내가 시카고학파 경제학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시카고학파=신자유주의라는 등식은 이제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있다. 경제학자들이 다양한 시각을 갖고 있기에 물론 신자유주의적 사고를 가진 경제학자들이 시카고에 꽤 있다. 하지만 아닌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 이번 노벨상과 관련하여 시카고에서 노벨 경제학자들이 나오는 이유에 대한 기사가 많았다. AFP발 기사를 링크한다.

http://www.google.com/hostednews/afp/article/ALeqM5jy_xeLb7mRyMaHgC0-RCR7SE_f8Q?docId=ec6d579a-e9a1-4abc-9180-c841c38c43b9&hl=en

 

# 그리고 아래는 이 영문 기사에 기반한 한국 신문기사다. (오타가 좀 있지만)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1&aid=0006536012

 

# 제일 중요한 부분은 "The University of Chicago has a bit of a reputation for being sort of free market libertarian politically. I think this may have been true for the 60s and 70s but I don't think it's at all the case today" 시카고 경제학이 시장의 자유를 이야기하던 건 옛말이라는 뜻이다. 노벨상 선정위원회에 소속된 퍼 스트롬버그 교수의 인터뷰다.

 

# 기사를 하나 더 링크한다.

http://www.businessinsider.com/why-there-are-so-many-chicago-econ-nobels-2013-10

# 치열한 분위기, 그리고 시카고 학교 자체의 노력도 있지만, 첫번째로 언급하며 강조하는 부분은 정치적인 부분과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위에 말한 것처럼 시카고학파와 신자유주의는 상관이 없고, 그러므로 이번 노벨상 선정도 신자유주의 지지와 상관없다는 것이다. 동시에 현재 시카고 경제학자들은 정치/정책과 연관되기보다는 학문적 연구에 몰두하고 있어 그것이 좋은 학문적 성과를 낳는다는 말도 덧붙인다. 실제로 지리적으로도 워싱턴, 뉴욕과 멀다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http://econphd.tistory.com/125

# 사실 이건 예전부터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던 내용이다. 예전에 이곳에 올렸던, 최근 거시경제학의 흐름을 이야기한 Kocherlakota 교수의 글에서도 이런 내용이 나타나 있다. (6번 항목 참조) 최근 프린스턴이 적극적으로 거시경제 교수를 끌어모으고 있긴 하지만... 아무튼 각 학교들이 경쟁적으로 저명한 교수들을 스카우트하고 있으며, 시카고/미네소타 계열 학교 졸업자들이 하버드나 예일 같은 곳에서 교수를 하는 사람도 많고 그 반대 케이스도 많다. 교수 개개인의 성향은 다양하더라도 그걸 학교의 경향으로 치환하는 것은 무리다. 대표적으로 국가부채 관련, 작은 정부를 옹호하는 (잘못된) 논문으로 얼마 전 큰 사고를 친 Reinhart-Rogoff는 하버드 교수다.

 

# 시카고를 보자. 여전히 시장에 대한 시각에서, 시카고 교수인 루카스, 코크란, 그리고 이번에 노벨상을 받은 유진 파마의 경우는 거시, 금융에 있어서 시장의 힘을 믿는 쪽이고 (라스 한센은 시장에 대한 시각 논쟁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프린스턴의 폴 크루그먼과 대척점에 있는 건 맞다. 하지만 그동안 공화당과 엮었던 신자유주의 세력과는 달리,  Austan Goolsbee 교수는 오바마 정부의 경제 자문위원회장으로 민주당 쪽에서 핵심적으로 일해 왔다. 거시경제학 쪽을 보면 Eric Hurst나 Steven Davis 같은 교수들은 철저하게 데이터에 기반한 거시경제 논문들을 쏟아내고 있고, 이런 거시경제학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시카고 거시경제학과는 그 모습이 많이 다르다.


# 그리고 제일 대표적으로, 시카고에는 behavioral finance의 대부로 인간 합리성에 의문을 제기해 온, 그리고 노벨 경제학상 후보 중 하나인 리차드 탈러(Richard Thaler) 교수가 있다. 그는 여러 면에서 한지붕 아래에 있는 이번 노벨상 수상자 파마와는 상반되는 위치에 있는 인물로, 역시 노벨상을 받은 예일대의 로버트 쉴러 교수와 한 분야를 함께 이끌어 왔다. 여담이지만 비록 같은 분야라도, 경제를 보는 시각이 다른 사람이 함께 노벨상을 받은 것은 아마도 처음이 아닐까 싶다. 쉴러 교수는 노벨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어 왔지만, 쉴러-탈러 이렇게 함께 노벨상을 받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많았고, 파마와 함께 받을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라스 한센 역시 꾸준한 노벨상 후보였으나 학문적으로 밀접한 사람은 오히려 2년 전에 노벨상을 수상한 심스와 사전트다.  

 

# 예전에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세계를 휩쓸고 정책을 담당하면서 사고도 많이 쳤고 그 때문에 명성에 흠이 간 것도 있지만 학문적인 영향과 업적은 존중해 줘야 한다. 그런 과거의 잘못 때문에 시카고 경제학을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주의자라고 아는 사람도 많은데, 전혀 그 반대다. 시카고 경제학의 강점은 현실과 밀접한 노동경제학과 거시경제학에 있고 오히려 순수이론에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현실과 밀접하게 경제학을 연구하기에 세상의 다양한 문제들에 목소리를 내는 것. 시카고 경제학의 핵심인 개리 베커가 바로 사회학을 비롯하여 온갖 학문에 경제학을 접목시킨 인물이다.

 

# 사실 연구 걸음마를 떼고 있는 나 자신도 정치적인 신념이 있고 내가 연구하는 결과물이 그 신념과 일치하기를 바라면서 연구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과를 조작하거나 갖다 붙이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대기업과 정치가들이 학자들을 뒷받침하고 그 돈으로 학자들이 그들을 옹호하는 연구를 낸다는 악의 축과 같은 모습은 - 물론 학자들의 머릿속을 알 수는 없지만 - 내가 볼 때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정책적으로 사고를 친 인물들 중에서는 수준높은 경제학자라고 할 수 없는 (폴 크루그먼이 욕하던 몇몇 사람들을 포함한) 사람들도 있었고. 그보다는 사람들 각각의 세상을 보는 신념과 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굳이 폴 크루그먼이 아니더라도, 많은 경제학자들이 각종 사회 문제들을 진단하고,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이 무엇일까 지금도 머리를 싸매고 연구하고 있다.


# 다른 학문을 하는 사람들에겐 여전히 신자유주의가 중요한 이슈이고 경제학 하면 그것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주위의 경제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그 단어를 들먹이는 것은 기독교 신도들에게 몇몇 대형교회의 세습과 부패 문제를 거론하는 것과 비슷하다. 자신들과 별로 상관이 없고 사람에 따라서는 상당히 적대시할 수 있는 주제를 자신들과 관련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면 기분 좋아할 사람은 별로없다. 나야 뭐 이해하긴 한다만... 이 내용은 지금 경제학에 관심이 없는 다른 사람들이, 꼭 읽어 줬으면 한다.


# 이 글은 신자유주의 이야기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썼습니다. 시카고학파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이 많으므로, 틀린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