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이야기

모리셔스의 기적 (국가순위 분석)

econphd 2013. 9. 11. 11:05

# 모리셔스 (Mauritius) 는 아프리카 동남쪽, 마다가스카르 섬의 동쪽에 있는 섬나라이다. 크기는 제주도보다 조금 크고, 인구는 130만명 남짓이니 인구밀도는 꽤 된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한 나라일텐데, 요즘은 신혼여행지 후보 중의 하나로 이야기가 좀 되는 모양이다. 아프리카의 모습과 바다 휴양지의 모습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고. 그런데 이 나라는 국가 전체적인 측면을 연구하는 정치/경제 전문가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천연자원의 도움 없이, 외딴 섬나라가, 완벽한 민주주의를 갖춘, 비교적 살 만하고 불평등도도 그닥 높지 않은, 완벽한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http://ffp.statesindex.org/rankings-2013-sortable


# 위 링크는 2013년 국가실패지수(Failed States Index 2013)다. 12개 부분에서 점수를 매겨서 합산한다. 소말리아, 콩고 등 아프리카 나라들이 사이좋게 탑에 있고 북한은 의외로 23위밖에 안 된다. 모리셔스는, 아프리카에서 이 순위가 제일 낮다. 148위. 아프리카에서 2위권은 121위에 위치한 셰이셸(모리셔스에서 그닥 멀지 않은 섬나라), 보츠와나, 남아공 등인데, 이 나라들은 브라질, 말레이시아, 자메이카와 동급인 반면, 모리셔스는 한참 더 내려가서 148위. 이탈리아와 스페인 사이에 있다. 한국보다는 종합순위 및 대부분 항목이 못한데, '외세의 압박' 부분에서 한국보다 좋은 것은 이해가 가지만, 심지어'사회 지도층 파벌 형성' 부분에서 한국보다 상태가 좋은 것으로 되어 있다.


https://portoncv.gov.cv/dhub/porton.por_global.open_file?p_doc_id=1034


# 하나만 더 살펴보면, 위 링크는 2012년 민주주의 지수인데, 모리셔스는 공동 18위. 그리고 그 바로 밑에 한국이 있다. 자랑스런 꼴찌는 부카니스탄. 그 다음 순위는 미국, 그 다음이 일본, 프랑스랑 이탈리아는 밑으로 몇 계단 더 내려가야 한다. 지니계수는 0.39로 한국보다 높은 편이지만 일본과 비슷하며 미국보다 낮다. 결코 그다지 많이 높은 편은 아니며, 아프리카에서 모리셔스와 비슷하게 잘 사는 보츠와나와 남아공의 지니계수는 0.6이 넘는다. 


지니계수 링크

http://www.mongabay.com/reference/stats/rankings/2172.html


http://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the-mauritius-miracle


# 이 나라는 스티글리츠가 2011년에 글을 써서 'Mauritius Miracle'(모리셔스의 기적)을 언급하면서 알려졌다. 위에 언급한 모습에 더해서, 이 나라는 무료 대학교육과 무료 의료까지 제공한다. 튼튼한 사회복지, 87%에 달하는 사람들이 자기 집을 갖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석유 나는 나라 아니고, 천연자원 마땅히 없는 나라다. 1968년 영국에서 독립할 때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제임스 미드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 나라의 미래를 암울하게 봤지만, 이 나라는 농업국에서 이제는 관광, 공업, 금융을 고루 갖춘 안정적인 발전을 이뤘다. 국민소득은 $6,700.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꽤 준수하다. 실업과 환율 문제가 좀 있긴 하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 Growth, Development 경제학 전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내 생각을 좀 덧붙이면, 스웨덴 등 북유럽 나라들의 복지국가 모델은 이미 국가 체계가 상당 수준 잡힌 상태에서 이루어졌고, 한국의 기적은 경제성장이 워낙 돋보여서, 경제학자들의 주목을 일찌감치 받았고 어느 정도 분석도 된 것 같다.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위치에 있다가,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와 높은 복지를 이룩하면서 준수한 경제성장을 이룬 모리셔스 같은 나라들에 대한 분석도 (이미 많이 이루어져 있겠지만) 좀 더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단순 통계만 보면 중앙아메리카의 선진국으로는 코스타리카가 아주 돋보이는데 여기는 또 어떤지도 궁금하고.



# 끝으로 최근 UN과 콜럼비아 대학이 발표한 국가행복지수 (World happiness report) 도 링크한다.

http://unsdsn.org/files/2013/09/WorldHappinessReport2013_online.pdf


# 23쪽부터 순위가 나오는데, 재미있는 점은 행복지수가 어떻게 설명되는가? 를 순위에 함께 표시했다는 점이다. 국민소득, 사회복지 (social support), 건강/수명, 삶에 있어 선택의 자유, 부패에 대한 인식(그냥 '부패'가 아니다!!) 등등 요인이 붙어 있다. 한국은 41위다. 북한은 조사 제외. 근데 이 행복지수는, 묘하게 앞에서 언급한 국가실패지수, 민주주의 지수와 엇나가고 있다. 몇몇 국가들은 위 요소들로 설명되지 않는 높은 행복지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대표적이고, 중남미 국가들 상당수가 역시 이상하게 높은 행복지수를 기록했다.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이 대표적이고, 남미 선진국 탑을 달리는 우루과이보다 남미 실패국가 탑을 달리는 콜롬비아가 행복지수가 좀 더 높다.


# 더 신기한 나라를 좀 더 찾아보면, 위에서 말한 모리셔스는 67위로 아프리카 2위다. 1위는? 61위를 차지한 앙골라. 근데 앙골라의 국가실패지수는 43위로 엄청 높다. 참고로 국가실패지수 42위는 토고인데, 이 나라는 행복지수 조사 156개국 중 156위를 기록했다. 또 하나 신기한 것은 59-60위에 나란히 자리한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 각각 국가실패지수도 81위, 44위로 꽤 높지만, 민주주의 지수는 167개국 중 나란히 161위. 두 나라 모두 행복은 'social support'로 설명된다. 엄청난 자원부국. 세계 최악 수준의 독재자. 하지만 대부분 social service는 무료. 꼭 사우디나 아랍 에미리트처럼 국가가 꽤 정비된 나라만이 아니라, 나라가 여러 부분에서 상당히 막장이어도 행복지수는 높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 그리고, 하나 더, 미국 나와서 더 느끼는 거지만 한국도 참 좋은 나라다. 각종 항목에서 대부분의 선진국들과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고, 한국보다 여러 부문에서 확실하게 앞서는 나라는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과 중유럽 중소 국가들, 독일, 캐나다, 호주 정도다. 미-영-프 모두 한국보다 못하는 부분도 많다. 민주주의 지수도 한국이 전체 20위. 한국이 발전 도중에 독재를 비롯해 많은 아픔을 겪었고 지금도 사회가 twisted된 면이 있지만, 아무튼 수치 상으로는 꽤 좋은 나라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