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이야기

미국 은행/카드사들의 출혈경쟁?

econphd 2013. 6. 27. 01:27

# 이 글은 분석글은 아니고, 그냥 미국 살면서 돈 관리하면서 느낀 것들을 적어 본다. 따라서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다. 이걸 포스팅하는 계기는 제목에 있듯이 '출혈경쟁'이다.


# 미국 오면 제일 먼저 계좌를 만든다. 근데 savings account 외에 checking account가 있어서, 돈을 모으는 계좌에 수표를 관리하는 계좌가 따로 있다. Savings account가 한국의 MMA처럼 이자율이 높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한국의 일반 은행 계좌의 역할밖에 못 한다. 그런데 별도로 수표는 따로 관리해야 한다. 귀찮지만, 미국은 여전히 상당수의 금융거래가 수표로 이루어진다. 계좌이체를 받지 않는 곳이 많고, 특히 내 경우 집세는 항상 수표로만 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핸드폰 보증금도 어느날 수표로 메일로 날아왔고, 카드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꿨는데 그것도 계좌이체가 아니라 수표로 우편으로 날아왔다. 하긴, TA 월급이 수표에서 자동이체로 바뀐게 올해 초부터다. 


# 신용카드는 학생의 경우 씨티뱅크에서만 발급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우리 학교의 경우 애초에 시티뱅크가 학교 안에 있어서 편리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학생 신용카드도 발급해줘서 이용하게 되었다. 한도는 1000불. 그런데 인터넷으로 카드대금을 납부하려고 하면, 이번 달 카드대금 밑에 볼드체로 minimum amount라는 게 뜨는데 이 금액은 반드시 납부해야 한다는 뜻... 근데 이건 20불 정도밖에 안 된다. 이 말만 듣고 카드대금 안 내면 다음달 APR이라 불리는 연체이자가 붙는다. minimum amount를 안 내면 이자율이 두 배 정도 올라가는 구조.


# 신용카드 이용에 따라서 신용점수 - Credit이 쌓인다는데, 아직도 나는 Credit에 대해서 이해를 잘 못 하고 있다. 내가 두번째 신용카드를 만드는데 처음에는 거부당했다가 나중에는 되었으니 신용점수가 쌓이고 있는 건 분명한데... 내가 들은 이야기 중 놀라운 건 신용카드를 적절히 연체하면서 써야 오히려 크레딧이 쌓인다는 것. Minimum amount는 내고, 나머지 대금은 적당히 밀렸다가 갚아 나가고 그러는 게 신용에는 더 좋다는 거다. 한국 개념으로 생각하면 연체되는 것 같은데 말이지. 차를 할부로 구입하고 그걸 갚을 때 신용점수가 쌓인다는데, 나는 차가 없으니 뭐 모른다.


# 미국 은행들이 웃기는 것 중 하나는 소액 계좌에 대해서 일종의 관리비를 받는다는 것. 한달에 12불. 이런 관리비가 생긴지는 얼마 안 된 듯하다. 그리고 관리비를 면제받으려면 그 계좌는 월급통장이거나, 잔고를 1500불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러면 불필요한 휴면계좌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돈없는 사람은 그냥 집안에 돈 처박아 두라는 이야긴가. 다행히 학생 계좌는 여기에 해당사항은 없다. 저 금액은 내가 가진 또다른 계좌, 체이스뱅크 (JP Morgan Chase) 이야기인데 다른 은행은 구체적인 액수는 다를 수 있다.


# 요즘 내가 놀란 건 은행/카드사들의 경쟁이다. 그 중에서도, 방금 이야기한 JP Morgan Chase. 체이스뱅크.





# 미국은 광고물이 우편으로 많이 날아온다. 특히 ATT/COMCAST 등 통신사와, 카드사들이 많다. 작년 초부터 체이스뱅크에서 우편물이 날아오는데, 그 내용은 체이스뱅크에 계좌를 만들고 6개월간 유지하면 100불을 주겠다는 것...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계좌 관리비가 있으니, 그냥 계좌만 만들면 관리비로 다 까이게 되고, 1500불을 넣어 두면 고스란히 100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1500불이 없어서... ㅠㅠ 그냥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몇 달 지나니 그 액수 150불, 얼마 전에는 그 액수가 200불이 되었다. 1500불이 있으면 200불을 6개월만에 모을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 이게 남는 장사일까? 200불이 되면서 나는 없는 돈 끌어모아 1500불을 만들어서 넣었고 감사히 200불을 받았지만, 뭔가 찜찜했다. There's no free lunch. 흠...


# 근데 계좌 만들러 은행을 갔더니 이번엔 신용카드도 만드세요 하는데, 이 체이스뱅크 발행의 이 신용카드는 세 달 동안 500불 이상 쓰면, 10000포인트 (=100불)를 준다. 그리고, 내년 10월까지, 연체이자, 위에서 말한 APR이 제로다. 내가 만든 두번째 카드는 세 달 동안 1000불 쓰면 75불 주는 거였는데 이건 뭐 더욱 말도 안되는 구조. 게다가 각종 포인트에 캐쉬백 등등이 있는데 그것까지 신경쓸 여력은 없고. 아무튼 이러고도 장사가 되나? 싶다. 다른 은행, 카드사들도 내 집에 광고물이 꽤 많이 날아오고 하나하나 캐쉬백이 높은 건 5%까지 되기도 하고, 혜택이 많은데 체이스뱅크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 쿠폰 써서 200불 받는 계좌를 함께 만든 선배와 이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체이스뱅크 뭔가 이상하다. 6개월 지나면 돈 빼는 것이 좋겠다'라고 의견을 모았다. 한국에서도 예전에 카드사들 출혈경쟁 하는 것을 공정위가 나서서 막은 적이 있는데 미국 상황도 그 때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한참 서브프라임 사태가 몇년 지나지도 않았는데, 아주 작은 의심이지만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미국에도 예금보호법이 있을 테니 내 예금이 털릴 염려는 없겠지만...

(근데 이 글 쓰고 며칠 안 되어서 양적완화 축소발언 나왔다. 버냉키의 이 말은 미국 경제 튼튼하고 이제 좀 자신감이 있다는 거... 별일 없을 거라는 거... 근데 왜 아시아 증시는 폭탄을 맞았지?)


# 아무튼, 생계 곤란한 유학생들에게 이런 미국 카드사들의 서비스는 고마울 뿐이다. SSN이 나오고 미국 생활한지 시간이 꽤 흘렀다면 신용카드 받는데 별 어려움은 없으니, 연회비가 없고 3개월간 혜택이 많은 카드는 틈틈이 만들어 선물을 빼먹도록 하자.




(쿠폰은 이렇게 생겼다. 이건 savings account 용 쿠폰이라 15000불이 필요하지만... checking account용 쿠폰도 비슷하게 생겼음.)


P.S. credit score에 대해서 이번에 알게 된 것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미국에서 credit이 높을수록 재정적인 면에서 여러 가지 혜택을 받으므로 높여 놓는 것이 좋다. 그리고 credit은 일반적인 연체를 했다고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총 대출한도 대비 몇%나 빚을 지고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한다. 즉 최소한의 minimum payment만 냈다면 계속 밀려도 credit score가 나빠지지 않는다. 다만 총액은 평균 2-30% 정도로 낮추는 것이 좋다. 미국에는 특히 위에서 말한 것처럼 APR 0인 신용카드들이 있고 이 경우 연체료가 없는 셈이므로 밀려도 그 액수만 많지 않으면 손해 볼 것이 전혀 없다. 또한 대출한도 대비 몇 %인지가 중요하므로 대출한도는 은행에서 권고할 때마다 높여 놓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