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칼럼

'경매'를 통해 바라본 류현진의 적정몸값 논란

econphd 2013. 2. 20. 09:39

#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을 선언하고 해외구단과 접촉, 그리고 공식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서 다저스와 계약하기까지, 국내외 여러 사람들에게 있어서 논란 중의 하나는 그의 '적정몸값'이 얼마냐 하는 것이었다. 해외야구 전문가들이 낮게 연봉 예상을 한 것에 비해 국내야구 관계자들은 높게 연봉 예상을 했으며 예상보다 포스팅 금액 및 연봉이 높게 나오자 여러 사람들의 반응은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야구를 보는 수준을 보여준 것', '국내 MLB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른바 MLB가 최고라는 사대주의에 젖어서 KBO를 폄하해 왔다' 등등의 내용이 있었다.


# 온라인 게시판을 보면 불필요한 공격성 표현을 쓰면서 상대방을 폄하하고 키보드 배틀을 유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국내 MLB 전문가들은 그렇게 공격적일 필요도 없고 또 항상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이번에 거의 다 틀렸다. 이것은 그들의 지식과 정보 부족 때문이라기보다는, '경매'라는 시스템의 특징 때문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다양한 재화의 가치는 많은 경우 '시장가격'으로 적당하게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 사과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 '그냥저냥' 좋아하는 사람, 명절이라서 어쩔 수 없이 사야 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 그리고 사과는 갯수가 많고, 시장의 사과 가격은 이런 다양한 사람들의 기호를 반영하여 결정되고 또 움직인다. 그렇기에 시장에 나타난 가격이 그럭저럭 적정 가격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하지만 경매는 다르다. 수많이 존재하는 상품이 아니라 단 하나밖에 없는 것을 대상으로 하며, 잠재적인 구매자들 간에 서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단합할 수 없으므로, 애초에 판매자 입장에서 볼 때 높은 가격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 '적정몸값', '적정 가치'라는 표현을 쓰려면 그 가격이 적어도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상당수의 팀이 공감하는 가격(+@)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경매 시스템의 입찰가는 30개 팀 중 (가치는 높게 평가하는 데 돈 없어서 어쩔 수 없는 팀들 제외하고) 가치를 제일 높게 평가한 팀의 평가 가치다. 류현진의 포스팅 2573만 + 6년간 연봉 3600만불은 물론, 포스팅 시스템으로 진출한 모든 선수의 경우 그 포스팅 가격과 연봉을 메이저리그 관계자 사이의 (상당수 공감하는) 적정 가격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 이번 류현진 포스팅의 경우 포스팅 직전까지 ESPN을 비롯한 대부분의 미국 매체에서 류현진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국내 MLB 전문가들조차도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클리블랜드처럼 어느 정도 이야기가 나온 팀의 정보에 기반하여 몸값을 예상할 수밖에 없는데 경매 몸값 예상은 '적정몸값'과는 달라서 누구 하나 크게 써내면 어떤 예상도 의미가 없어진다. 통계학적으로 보면 '적정몸값'은 평균을 예상하는 문제고, 경매 결과 예상은 order statistic, 최대값을 예상하는 문제다. 많은 전문가들과 사람들은 평균을 예상하면서 류현진 몸값에 대한 예측을 했으니 현실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


# 게다가 LA 다저스의 현재 행보는 누가 보아도 정상은 아니다. 보통 메이저리그 팀들은 5선발을 돌리며, 선발요원은 많아야 6명이 보통이다. 추가적인 부상자가 발생하면 롱릴리프 요원 또는 AAA 유망주를 올려서 해결을 한다. 보통 선발요원 부상자가 많아야 2-3명이니... 근데 다저스는 지금 선발요원 8명이고, 부상 위험이 있다고는 해도 작년 시즌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선발투수는 테드 릴리 한명 뿐. 7명은 작년에 정상급 활약을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 선수들을 한명도 트레이드시키지 않았다. 타선에 쏟아부은 돈도 아주 많다. 이는 다저스의 중계권 계약 갱신 문제 때문으로, 류현진에 대한 오버페이는 사실 류현진의 선발투수로서의 활약에 더하여 한인 마케팅의 가치가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 경제-경영학에서는 'winner's curse'라는 말이 있다. 여러 경우에 쓰이고 적용되지만,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어떠한 권리 혹은 자산의 가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당연히 그 가치를 제일 높게 평가한 사람이 높은 입찰가를 써낸 다음 그 권리/자산을 얻게 된다. 물론 가치를 따낸 사람은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믿지만, 입찰에 참여한 사람이 많다면 전체적인 '대중들'의 판단은 가치를 제일 높게 평가한 사람의 평가와 다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가치를 따낸 사람의 판단이 잘못된 경우가 생기고 그 경우 경매를 따낸 사람이 큰 손해를 본다는 이야기다.


# 네이버 지식사전 링크

http://terms.naver.com/entry.nhn?cid=200000000&docId=1348327&mobile&categoryId=200000191

# 네이버 경제학사전 링크 (경제학사전이라는데 그냥 통계학적 정의에 가깝다.)

http://terms.naver.com/entry.nhn?cid=520&docId=779235&mobile&categoryId=520



# 저 용어는 '승자의 저주'이지만, 더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과연 대중들이 옳을지 가치를 따낸 사람이 옳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류현진에 대해 MLB 팀들의 '적정평가'는 '듣보잡'과 '6000만 달러' 그 사이의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계약을 저주로 만들지 축복으로 만들지, 더하여 향후 한국 선수들의 MLB 진출 여부는 모두 류현진이 향후 하기 나름이다. 일본 리그의 경우 워낙 진출 사례가 많아서, 이가와나 후쿠도메처럼 실패하는 사례가 나와도 꾸준히 선수들이 나가고 있지만 한국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그렇기에 한국 최고 선수의 자존심 혹은 그에 걸맞는 몸값 다 필요 없고 하루빨리 일단 미국에 나가서 활약을 해 줄 선수가 필요했다. 다행히 류현진은 적당한 실력과 적당한 대우를 모두 확보하고 MLB 생활을 시작한다. 그의 맹활약을 간절히 바란다.



# 사진 출처는 다저스 페이스북.


# 류현진과 옆에 있는 Matt Kemp. 맷 켐프는 다저스 중견수이자 타선의 핵심, 그리고 팝스타 Rihanna와 사귀다가 2010년 한 시즌을 제대로 망친 순정남(?)이기도 하다. 해외생활 해 본 내 경험도 그렇고, 옆에 있는 Matt Kemp의 사례도 그렇고 류현진의 시즌도 제일 중요한 변수는 변화하는 주변 환경 속에서 '멘탈'을 유지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