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이야기

여름 (교수님) 이적 시장 이야기

econphd 2012. 6. 20. 00:29

# 미국은 졸업 후에 조교수가 된 이후, 6년 후에 테뉴어 심사를 하여 정교수가 되어 종신고용을 받을지 그 학교를 나갈지가 결정된다. 조교수에게는 확실히 열심히 해야 할 동기가 있는 셈이다. 조교수 시절에는 학교를 나가야 할 지도 모른다는 불이익이 큰 모티베이션이 된다면, 정교수가 된 이후에는 이직 및 연봉 상승이라는 이익이 확실한 모티베이션이 된다. 미국은 교수들이 학교를 옮기는 경우가 잦은 편이다. 그리고 학교를 옮기면서 연봉이 올라가거나, 또는 다른 학교에서 높은 연봉 제안을 받은 것에 근거하여 본인이 있던 학교에서 연봉 인상을 받는다. 정교수가 된 이후에도 열심히 연구에 매진할 이유는 충분한 셈이다.

 

(테뉴어 스케줄은 자녀 출산으로 1년 추가될 수 있고, 학교에 따라 테뉴어 보류 판정을 받아 3년 후에 재심사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애초부터 9년 후에 테뉴어 심사를 하는 학교들도 있다. 정교수와 조교수의 기준은 확실한 반면 부교수의 위치는 학교마다 다르다. 테뉴어를 받으면서 부교수가 되는 학교도 있고, 테뉴어 받으면서 정교수가 되는 학교도 있고, 테뉴어 여부와 부교수가 별개로 움직이는 - 테뉴어 받은 부교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교수도 있는 - 학교도 있다. 그래서 가끔 테뉴어 받은 직후 교수가 학교를 옮기는 경우, A학교에서 정교수였던 교수가 B학교에서 부교수가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 보통 교수님들의 이직 협상은 연중 이루어지지만, 봄 학기가 끝나고 가을학기를 준비하는 방학 기간 동안에 걸쳐서 학교들이 교수님들의 이적을 공식 발표한다. 즉 평소에는 루머만 돌다가 여름이 되어야 오피셜이 되는 셈이다. 각 학교들은 자신의 경제학과를 키우기 위해서 항상 노력하기 때문에, 뛰어난 교수를 영입하기 위해 항상 공을 들인다. 물론 돈을 들여서 교수님을 영입한다고 항상 바로 그 학과가 좋아지지는 않는다. 새로 영입한 교수들이 기존 faculty와 불화가 일어나거나 혹은 마땅한 코워커를 찾지 못해 다시 떠나는 경우도 빈번하다. 하지만 적절한 영입을 통해 교수들간의 시너지를 이끌어 내면서 학과가 꾸준히 발전하게 하는 것은 모든 학과의 Chairman들의 목표이다. 반면 교수들을 꾸준히 잃다 보면 학과의 명성도 그만큼 미끄러진다. Prescott은 미네소타를 나간 뒤 머지 않아 노벨상을 받았는데 미네소타 학과에서는 꽤 아쉬워 하지 않았을까.


# 아카데미아가 생각보다 좁기 때문에 교수님들끼리도 서로 잘 알고, 이적 시장에서 타겟이 되는 분들도 대략 정해져 있는 듯하다. 어느 교수는 자녀 교육 때문에, 어느 교수는 부인 때문에, 어느 교수는 대저택을 구입했기 때문에 옮기지 않는다고 하면 실제로 잘 옮기지 않는다. 반면 자녀 교육이나 부인과의 불화로 옮기는 경우도 많고, 다른 교수와 불화를 일으켜 옮기는 경우도 많다. 또한 원인이 뭐든 다른 학교에 장기간 비지팅을 가게 되면 최소 그 학교로부터 괜찮은 이적 오퍼는 받는 경우가 많다. 교수 커플은 테뉴어 시점에서 서로 만나는 쪽으로 학교를 옮기게 되며, 하버드나 MIT, 시카고 등 탑스쿨은 꽤 뛰어난 조교수들도 테뉴어를 받기 어려우므로 다른 학교에서 유망한 조교수를 테뉴어를 주고 데려오기도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옮길 것 같은 교수, 그리고 같이 코워킹을 많이 하고 친한 교수가 있다면 이적 제안을 우선적으로 하게 된다. (위의 각 케이스는 모두 최근 특정 교수님들의 실제 이적 사례이다.)


# 그럼 올해 여름 이적 시장의 오피셜 및 거피셜(거의 오피셜)을 정리하면...


# Edward Vytlacil (Yale -> NYU) : Heckman의 가장 젊고 유망한 제자이자 Econometric theory / Micro-econometrics의 Vytlacil은 Stanford, Columbia를 거쳐 이번에는 NYU로 옮긴다. NYU는 미거시 분야에서 훌륭한 교수진을 보유한 반면 계량이론 쪽은 상대적으로 약했는데 점차 완전체가 되어 가는 느낌이며, Yale은 Xiahong Chen도 옮긴다는 루머가 계속 들리는데 Vytlacil의 이적으로 계량이론 탑스쿨의 위치가 갈수록 불안해지는 듯. 하지만 Yale은 워낙 투자를 많이 하는 학교이니, 조만간 다른 누군가를 다시 데려오려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 Guido Lorenzoni (MIT -> Northwestern) : Columbia, Yale 등의 오퍼를 받았던 그는 그가 MIT에서 테뉴어를 받기 전부터 러브콜을 보낸 Northwestern으로 옮기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이미 Christiano, Eichenbaum 이 있는 Northwestern은 Monetary 분야는 확실하게 강한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MIT는 Blanchard, Acemoglu, Werning, Angeletos로 이어지는 macro theory 라인이 여전히 탑이긴 하지만 좀 아쉽다.


# Justin Wolfers (Wharton -> Michigan) : 와이프가 테뉴어를 못 받으면서 옮긴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그는 처음에는 Chicago Booth와 링크가 되다가 이제는 Michigan으로 옮기는 것으로 이야기가 된 것 같다. Macroeconomist로 시작하여 Family Economics 연구를 최근에 많이 하고 있는 그는 data와 intuition에 좀 더 기반한 Michigan 스타일의 Macroeconomics와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된다. 상대적으로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Sims - Hansen 과는 다른 관점에서 empirical macroeconomics를 보는 분들이 꽤 많으며, Michigan, Berkeley, 그리고 Chicago Booth 교수님들이 이런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 Samuel Kortum (Chicago -> Yale) : Eaton과 영혼의 콤비인 Kortum은 미네소타 5년, 시카고 6년 생활을 접고 이번에는 Yale로 옮겼다. 교수들을 많이 영입하는 만큼 많이 잃어버려 온 Yale은 Kortum 까지 영입하여 적어도 Trade에 있어서는 비지니스 스쿨, 조교수 포함 7명이 넘는 확실한 교수진을 구축하였다. 반면 Chicago는 이번에 Chaney(테뉴어 못 받음)와 Kortum을 한번에 잃어버리면서 한순간에 Trade 교수진이 전멸했다. 비록 경영대에 다양하고 많은 교수들이 있다고 해도, Econ에 교수가 별로 없는 학교의 단점.


# Quang Vuong (Penn State -> NYU) : Auction Econometrics의 대표적인 인물인 Quang Vuong은 예전부터 옮긴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번에 NYU로 옮기는 것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NYU 는 갈수록 완전체가 되어가는 느낌. 반면 PSU는 학교의 중심 축 역할을 할 Faculty 중 한 명을 잃었다. 


(지난번에 언급한 Enrique Mendoza는 Maryland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 한동안 예일이 제일 공격적인 영입을 하는 학교였는데 최근에는 프린스턴이 제일 돋보인다. (Currie, Golosov, Rogerson, Aguiar) 그리고 위스콘신은 한동안 젊고 유망한 교수님을 많이 잃어버렸었는데, 최근 한동안은 그간 잃은 것을 만회하려는 듯 영입이 많았다. (Randy Wright, Lones smith, Bob Staiger, Dean Corbae, Kenneth Hendrix) 위스콘신에 계신 모 선배님이 그곳이 교수님들 많이 잃어버릴 때 모교를 (항상 돈이 없어서 몸값 오른 선수들을 잡지 못하던 MLB 구단) 플로리다 말린스에 비유했는데, 요즘의 움직임은 작년의 (1년간 엄청나게 많은 영입을 한 MLB 구단) 밀워키 브루어스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글 쓰고 보니 교수님들의 움직임도 정말 야구나 축구 스토브리그와 비교된다.


# 보통 이러한 움직임은 상당히 비밀리에 이루어지며,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가다가 엎어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교수님들이 가끔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하거나, 교수님의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알려지면 루머가 파다하게 퍼지곤 한다. econjobrumors.com 이나 테스트매직 포럼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반면 모 학교에서는 공격적인 faculty 영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지금 비지팅을 와 있는 모 교수를 우리가 영입하고자 하니 적극적으로 찾아가서 열의에 찬 모습을 보이라는 메일을 보내거나, 혹은 우리가 이 교수를 영입하려고 했는데 이러이러해서 실패했다는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