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modern pop

독특한 가사가 매력적인 인디뮤직 3선

econphd 2011. 4. 30. 02:13

# 음악에서 감동을 주는 데 있어서 가사는 때로는 곡 이상으로 중요하다. 가사를 써 본 적은 없지만, 청자 입장에서 나는 가사를 두 가지로 분류하는데, 보편적인 가사와 specific한 가사다. 보편적인 감정과 보편적인 상황을 이야기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반면, 너무 뻔한 내용, 식상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반면 specific한 감정이나 소재를 이야기하면 보편성은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살면서 한번쯤은 경험해 봤을 감성을 담고 있고, 또한 specific한 소재를 바탕으로 보편적인 감성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 대중성의 압력을 받는 오버그라운드 앨범들은 그런 이유에서 specific한 감정/소재를 상대적으로 잘 담아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인디/오버 경계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진 곡들은 다양한 감정이나 소재를 가사에 잘 활용하고, 그래서 아이디어가 번득이는 곡들이 더 많이 나오는 듯하다. 오늘 모아본 노래들은 그 중에서도 특히 가사가 매력적인 인디/오버의 경계에 있는 팝발라드 세 곡이다.



# 브로콜리 너마저 -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 이별의 아픔을 겪고 나서 실제 노래 가사나 뮤직비디오 영상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게 행동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우린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니까. 이 노래는 그런 일상을 담아내고 있다. 예전에 힘들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면 한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며, 그 때를 돌아보며 한번쯤 웃어보고 상념에 잠길 수 있는 노래다. 다만 정말 힘들 때는, 이 노래를 들으면 오히려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이 더 비참해질 수도 있으니 주의. 그 때는 가슴으로 외치는 발라드 들으면서 행동하지 못하는 상황을 노래로라도 풀어버리는 것이 낫다는 게 내 경험이다. ^^;;;

(가사는 아래에)


# 짙은 - TV show



# 예능을 좋아한다면 절대 듣지 말아야 할 곡 '짙은'의 'TV show'이다. 힘들 때 일상에서 해결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영화나 tv를 보면서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인데, 이 노래의 가사는 tv를 보면서 지워버리려고 하지만 그래도 자꾸 네가 떠오르는 그런 상황을 담고 있다. 역시 한번쯤 경험해 봤을 만한 상황인데, TV show를 이야기하면서 감정을 담아내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다만 이 노래도, 예능을 정말 좋아한다면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으니 주의.

# 듀오 '짙은'은 오늘 담은 세 뮤지션 중 제일 덜 유명할 텐데, 인디 씬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고 음악 색채는 역시 팝과 락의 느낌을 모두 서정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모던 팝이다. 그 중에서도 짙은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라디오헤드를 떠올리게 하는 보컬의 독특한 음색이다. 

( 가사는 아래에)

# 끝으로 가사를 이야기하면 빠질 수 없는, 10cm.



#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로 골라 보았다. 아메리카노의 독특한 구성, 킹스타/hey billy의 19금스러움, 보일러가 고장나서 우는 것도 좋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10cm의 노래는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그리고 이 곡이다. 10cm는 그들의 곡 전반에 걸쳐서 다양한 개그 소재들을 활용하는데, 이것은 속마음을 솔직히 표현하고, 또 스타킹, 아메리카노, 그리고 이 노래에서 냉커피, 다방 등등 독특한 소재를 가져오는 데 있다. 이 노래는 보일러 같은 특별한 반전은 없지만 냉커피, 다방, 은하수 등이 주는 어감에서 오는 복고적인 편안함 속에서 감상할 수 있다.

( 가사는 아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