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각종 공연 후기+@

변화하는 음악과 리스너의 올바른 자세

econphd 2011. 3. 21. 12:35

# 내게 음악은 삶에서 뗄 수 없는 존재였다. 다른 부분도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나의 약간 독특한 점은 음악 취향을 많이 옮겨다녔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가요를 많이 들었는데, 중학교에 들어서면서 어느 순간부터 팝음악을 듣게 되었다. 팝을 듣기 시작하면서 이내 나는 영미 모던락 쪽에 집중했으며 고3 때는 가요를 거의 듣지 않기도 했다. 대학교 오면서는 다시 미국 음악에 흥미를 조금씩 잃어가면서 유행하는 가요들을 듣기 시작했고, 2-3년 전부터 인디-오버의 가운데에 있는 모던 팝음악들에 주목하기 시작하다가 지금은 다시 유행하는 가요들과 한참 멀어졌다.

# 이러한 변화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위치한 환경, 그리고 매체였다. 초등학교 때는 음반으로 카세트테이프를 구입했었다. 팝을 들을 때는 팝 음반도 많이 구입했지만, 여전히 모두 구입하는 것은 무리였고 나는 당시 국내에 방송되던 MTV, V채널 및 MNET의 팝음악 방송들을 보면서 비디오테이프에 뮤직비디오를 녹화해서 들었다. 그러다가 케이블 TV에 팝음악 방송분량이 줄어들면서, AFKN 라디오 방송으로 옮겨 녹음하여 워크맨에 넣어서 학교 다니면서 듣곤 했다.

# 대학교에 오면서 가요를 들은 것은 고3의 압박에서 벗어나 사람들과 좀 더 자유롭게 어울리고 TV방송을 더 많이 보면서 자연스럽게 대중가요들을 접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겪은 감성이 (아직 가사의 의미를 잘 모르던) 영어보다는 가요의 가사들로 더 와닿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동시에 음반 구입이 크게 줄어들었는데 이는 MP3가 이쯤부터 활성화되면서 MP3를 다운받아서 음악을 편리하게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가진 감성들의 폭이 더 넓어지면서, 직설적인 화법보다는 다양한 이야기를 추구하면서 다시 대중가요와 멀어지고 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하여 음악을 쉽게 검색하고, 찾아서 들어볼 수 있다.

# 과거에는 리스너들은 수동적인 존재였다. 방송에 나오지 않으면 가수의 존재조차 모르며, 지나가는 라디오에서 한번 들어도 그 노래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을 통하여 저렴한 가격에 노래를 들어 보고, 또 음악을 찾아볼 수가 있다. 심지어 카페나 길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가수와 제목을 찾아주는 아이폰 앱도 나왔다. (아직 나는 아이폰이 없는데 이 앱 때문에 강한 유혹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들을 만한 노래가 없다고 푸념할 필요가 없이, 나에게 맞는 음악을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 이런 시대에 들을 만한 노래가 없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에게는 별로 공감되지 않는다. 조금만 찾고 조금만 주위에 물어보면 얼마든지 있다. 중고교 때 카세트 테이프 복사하고 했던 열정과, 그리고 퇴근한 뒤 생각없이 인터넷 뒤적거리는 시간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주변에 김동률과 이적은 거의 모두들 안다. 그런데 유희열은 꽤 많이 아는데 토이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모른다. 브로콜리 너마저, 노 리플라이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면서 김동률 새 앨범 나오는 것만 기다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더 많은 음악을 듣고 스스로 행복해질 기회를 시도도 해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여기에 매체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분명 내가 팝음악을 접하게 된 시작은 방송 중간에 나오던 MAX, NOW의 CF와 케이블 TV 팝 방송들이었으니까. 지금 공중파 음악 프로에서 접할수 있는 음악은 거의 댄스팝과 약간의 발라드 뿐이다. 깊고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코너는 유희열의 스케치북 뿐이며 다른 프로들은 계속 종영과 재편성을 반복하고 있다. ('라라라'의 종영이 상당히 안타깝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시간대로 옮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다른 공중파 음악 프로들도 '쇼'가 아닌 다양한 음악을 담아낼 수 있는 '챠트'를 지향한다면 좀 더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도 되지 않을까?

# 지금 '나는 가수다'가 기획된 사실 자체가 아이돌 댄스팝에 대한 거부감이 대중 전체에 넓게 퍼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요일 황금시간대에, 비록 경쟁 프로그램 때문에 시청률이 거의 안 나오는 시간대라고는 하지만, 가창와 음악으로 승부하며 예능 요소를 집어넣은 프로그램을 편성한 것은 상당히 반가운 일이다. (물론 편집상의 문제와 서바이벌 형식을 매끄럽에 운용하는 문제 등등. 좀 더 정착하기 위하여 갈길은 너무나도 먼, 현재로서는 많이 부족하지만) 또한 사람들의 이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 역시 청자들이 수동적인 위치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들이어서 안타깝기도 하다. 여기에 대해서는 서교수 블로그의 글이 한번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 쇼바이벌과 '곡'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http://blog.naver.com/prof_seo/120125691520

# 내가 어릴 때에 열심히 MTV를 보면서 뮤직비디오를 녹화할 때 유난히 좀 힘들었던 곡 하나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Ben Folds Five의 'Brick' 락 스타일이 아니어서 AFKN 라디오에서도 나오지 않았고 MTV를 녹화해야 하는데 이 노래가 나올 즈음부터 MTV 방송이 심야로 옮겨서, 부모님께 구박 받으면서 이 노래가 나오기를 기다려서 겨우 녹화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Ben Folds 솔로로 꾸준하게 활동을 하고 있고(6월에 한국 내한 공연을 한다고 함!!!), Ben Folds Five, Ben Folds 모두 피아노의 서정성이 돋보이는 락음악을 잘 담아내고 있으며 나도 꽤 좋아하지만, 이들의 음악은 미국에서도 '인디'에 머물렀으며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곡은 이 노래 'Brick' 뿐이었다.




 (가사는 아래에)

# 그냥 봐서는 좀 무거운 사랑 노래라는 느낌인데, 벤 폴즈의 안타까운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밑의 가사 해석 및 링크 참조.
http://blog.naver.com/jmjun710/60121123839

# 이 포스팅이 '나는 가수다'로 검색한 사람들에게도 발견될 것을 대비하여... 이소라의 명곡도 올린다.



(가사는 아래에)

# 하나의 시와 같은 아름다운 이 노래의 가사.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와우 레벨이) 달라져 있다"

라는 이야기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