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modern pop

또렷하게 전달되는 희미함. 보드카 레인 - faint

econphd 2011. 1. 15. 12:23

타이틀 - 기억의 꽃

골목길 어딘가 어제처럼 꿈이었나 네 모습은
흔들리는 불빛들 꽃이 피듯이 떠오르는 너와의 기억들
잊고 싶은 아픔들은 점점 더 또렷해지지만
소중했던 순간들은 조금씩 희미해져 그게 너무 아파

시들어 버린 꽃 사랑이란 처음부터 영원하지 않은 얘기
기억들은 한번도 나의 바램을 들어준 적 그런 적이 없어서
잊고 싶은 아픔들은 점점 더 또렷해지지만
소중했던 순간들은 조금씩 희미해져 그게 너무 아파

이런 식이라면 모두 사라질까
애틋한 마음은 흔적도 없어진 채로
잊고 싶은 아픔들은 점점 더 또렷해지지만
소중했던 순간들은 조금씩 다 사라져버려

기억 속 어딘가 숨어서 나오지마
기억 속 어딘가 숨어서 나오지마
기억 속 어딘가 숨어서 나오지마
기억 속 어딘가 숨어서 나오지마


네이버 서교수 블로그 리뷰 (2010년 앨범 결산 2위. 1위는 조규찬)
http://blog.naver.com/prof_seo/120118819568

네이버 이주의 앨범 리뷰
http://music.naver.com/todayMusic/index.nhn?startDate=20101125

나는 음악을 들을 때 싱글 단위, 노래 단위로 듣는다. 앨범 전체를 듣는 경우는 이제 좋은 노래가 여러 곡 겹겹이 쌓이면서 앨범 전체에 대한 믿음이 생긴 후. 보통 노래 하나 제대로 듣는게 2개월이면 그렇게 서너곡을 듣고 그 뒤에 앨범을 듣다 보니 결국 앨범 하나를 듣는데 거진 1년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 그런 좋은 앨범들이 세 개만 있어도 한 해를 행복하게 보낼 수가 있다. (2010년 노 리플라이/페퍼톤스/데이브레이크)

2011년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아직도 노 리플라이 2집이 세이브되어 있고, 거기에 지금 소개할 보드카 레인 3집 "faint"가 추가될 듯하다. 처음 들을 때부터 귀를 휘어잡는 사운드는 아니지만, 앨범 전체적으로 통일된 구성. 그리고 들을 때마다 또렷하게 전달되는 감성. 치밀하게 쓰여진 가사. 겨울에 느껴지는 쌀쌀함 또는 쓸쓸함. 그렇게 이 앨범은 수식될 수 있겠다. 심야식당, 보고싶어, moment 등이 돋보이는 가운데 타이틀곡인 기억의 꽃이 제일 귀에 와닿는다.

잊고 싶다고 해서 잊혀지는 것이 아니고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기억나는 것이 있다. 그리고 기억하려 해도 사라져 가는 것도 있다. 꼭 굳이 사랑의 감성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접하게 되는 진실이다. (제일 절박할 때는... 시험볼 때?? ) 결국 기억들은 한번도 나의 바램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 인간의 본능 외에도 인간이기에 가지고 있는 본질?? 같은 것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반복되는 자극에 둔감해지면서 잘해주고 잘해주면 당연한게 된다는 것. 또 하나는 이 노래에 그대로 나와 있는 기억에 대한 것이다. 언젠가 여기에 메모로 남기고 싶었던 내용이 노래에 그대로 들어 있어서 짐짓 놀랐다는;

사실 이 앨범은 밴드 기반이지만 지극히 팝적이면서 앨범 전체를 일관된 감성으로 관통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는 노 리플라이의 데뷔앨범이 떠오르는데, 노 리플라이 2집이 조금은 실험적이고 다양한 사운드를 구사하면서 1집에 좋은 평가를 주지 않았던 평론가들이 2집에서 꽤 우호적인 점수를 준 것처럼, 보드카 레인의 이 앨범 역시 평론가들로부터 명반 이야기를 듣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지극히 팝적으로 청자의 귀를 자극하는, 잘 만든 앨범이다.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이 앨범이 가지고 있는 감성과 제일 유사한 밴드는 넬이다. 넬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한번쯤 들어봐야 할 밴드로 추천하는 밴드가 평소엔 디어 클라우드인데, 아마 보드카 레인의 이 앨범 역시 넬의 팬이라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보드카 레인 - 심야식당 (이 노래는 한번 듣고 바로 세이브하기로 했다. 이 역시 가사가 압권. 내일까지 내야 하는 안 풀리는 숙제를 밤늦게 할 때 딱 어울리는 노래. 근데 공부가 더 하기 싫을 수도 있다. ㅋㅋ )